미국·선진국으로 몰리고 있어
환율은 상승할 수밖에 없다
신흥국중 몇몇 나라는
우리가 겪었던 IMF사태와
비슷한 상황 닥칠 가능성 커
세계금융시장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금년 안에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미국의 금리인상은 단순히 남의 나라 금융정책 변경이 아니라, 각 국 경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A급 태풍이 될 것이다. 물론 그 시기가 9월이라는 설과 12월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분분하지만, 세계 각 국에서 이미 돈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진작 시작되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우선 그간 미국의 초저금리정책 등에 따라 전 세계로 풀려나간 엄청난 규모의 달러가 안전하고 높은 수익을 찾아 미국과 선진국으로 되돌아오고 있다. 신흥국 입장에서 보면 밀려들었던 외자가 대규모로 유출되는 것을 의미하는데, 이는 반드시 환율 상승을 수반하게 된다. 더구나 모두가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있기에 그 속도는 더욱 빨라지고 있다.(환율이 계속 올라갈 것이라고 뻔히 예상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달러로 바꾸는 것이 이득이다.) 쉽게 말해서 신흥국중 몇몇 국가는 과거 우리가 겪었던 IMF사태와 비슷한 상황을 겪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지금으로선 경제체질이 위약한 국가 혹은 석유나 가스 등 천연자원에 의존하는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이 위태로워 보인다. 미국금리 인상으로 달러 가치가 올라가면, 달러로 표시되는 자원의 가격은 하락할 수밖에 없기에 그런 나라들은 이중으로 외자가 빠져나가는 격이 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년 동안 신흥국에서는 약 1조달러가 빠져나갔는데, 그 과정에서 브라질, 러시아,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자원부국의 환율이 20% 넘게 출렁이고 있다. 심상치 않은 징후라고 하겠다.
그렇다면 미국은 도대체 왜 금리를 인상하려는 것일까? 금리를 올리면 다른 나라는 물론이고 당장 미국경제에도 적지 않은 부작용이 예상되는 데도 말이다. 그 답은 아마도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경제체질을 더욱 강하게 만들기 위함일 것이다. 낮은 금리에 기대여 연명하는 기업들을 도태시키는 ‘옥석가리기’를 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는 것이다.
현재 미국경기는 완전고용수준의 실업률(7월 5.3%)에서 보듯 더 할 수없이 좋다. 물가는 안정되고 경제성장률은 늘 예상을 넘어서고 있다. 이렇게 양호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제로금리에다가 대량의 통화를 방출하는 非전통적(unconventional) 방식의 통화정책과, 진흙암반층에서 가스와 오일을 뽑아내는 셰일혁명과 같은 신기술, 그리고 뼈를 깎는 구조조정노력 등 세 가지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그런데 이제 그중 완화적 통화정책을 거두어들이겠다는 것이다. 더군다나 일단 방향을 정하면 그 방향을 계속 유지하는 미국 통화정책의 특성을 감안할 때 앞으로 미국금리는 계속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세계금융계에서는 향후 3년간 미국금리가 3%p 정도 상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기업과 근로자들이 지금보다 더 치열하게 기술혁신과 구조조정에 나서줄 것을 주문하는 것과 같은 말이다.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지표가 심상치 않다.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 등으로 환율이나 주가의 변동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금리 인상이라는 태풍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다행이 우리는 탄탄한 경상수지 흑자기조와 세계 제6위에 달하는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확보하고 있기에 당장의 태풍은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만일 이보다 더욱 강력한 초대형급 태풍이 들이닥친다면 어찌 할 것인가? 산더미 같은 경제파도를 막아줄 방파제는 신흥국이나 미국의 예에서 보듯 풍부한 천연자원도 아니고, 선진국의 자비스러운 정책도 아닐 것 같다. 비정한 외자는 더더욱 아닐 것이다. 우리를 지켜줄 것은 오직 기술혁신과 구조조정노력과 같은 우리들의 땀뿐이 아닐까?
/안희욱 한국은행 인천본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