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5시30분 인천 연평도.

최근 북한 어선들의 잇단 월선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 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형국을 반영하듯 옅은 안개가 부두 전체를 휘감았다. 안개로 인해 조업 통제 조치가 취해질까 우려하던 어민들은 군(軍) 통제소의 조업 허가가 떨어지자 그물을 정리하고 밧줄을 풀며 조업 준비를 하느라 여념이 없었다.

지난달 25일 폭풍주의보 발효로 조업을 하루 쉰 뒤 열흘째 계속되는 강행군이지만 검게 탄 어민들의 표정에서 피곤한 기색을 찾아 보기는 어려웠다.

어민들의 출어 모습을 지켜보던 최신영(48) 연평파출소장은 “예전에는 이정도 안개면 영락 없이 조업을 나가지 못하도록 통제했었는데 확실히 지난해 서해교전 당시 상황하고는 많이 틀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최 소장의 말처럼 최근 연평도의 꽃게잡이 조업 여건은 여느 때 보다도 좋은 상황이다.

우선 날씨가 좋아 조업을 거르는 일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 예년에는 한달에 열흘은 기상 악화로 조업을 못했지만, 올해는 지난달 1일 이후 폭풍주의보 때문에 3번, 짙은 안개로 2번 등 5번 조업을 중단한 것 빼고는 계속해서 꽃게잡이를 나섰다.

올들어 꽃게 어족자원이 크게 늘어나 어민들을 들뜨게 하고 있다. 지난해 가을 태풍의 관통으로 바다 저층 영양물질이 떠오르고 집중호우로 인해 담수 유입이 늘면서 꽃게 어장이 광범위하게 형성된 덕분이다.

꽃게 어획 증가로 조업 구역을 이탈하는 사례가 줄면서 해군측의 조업 통제 수위가 낮아진 것도 꽃게 대풍을 이루고 있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지난해 봄철에는 꽃게 어획량이 극심하게 저조하다 보니 어선들의 조업구역 이탈사례가 49건에 달했으나 올해는 이날 현재까지 단 2건에 그치고 있어 군 통제소도 지난해처럼 조업통제 규칙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지 않다.

어민들은 이를 두고 꽃게 대풍에 필요한 '3박자'가 맞아 떨어지고 있다고 반색하면서도 최근 북한 어선들의 집단 월선이 엉뚱한 불똥으로 튀지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다.

1999년과 지난해 6월 서해교전을 두 차례나 겪었던 이들에게는 당시 교전으로 인해 조업이 통제되면서 꽃게 수확에 가장 좋은 시기를 놓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조업기간이 끝나는 이달 말까지 3주간의 기간이 봄철 전체 꽃게 어획량의 60%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중요한 시기인데 뜻하지 않은 변수로 인해 골머리를 앓게되지는 않을까 해서다.

연평어민회장 최율(46)씨는 “6월 말이면 이미 꽃게 알이 배 밖으로 나올 정도여서 상품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앞으로 3주간이 봄철 조업 성패를 좌우하는 결정적인 기간”이라며 “'설마 무슨 일이 있겠느냐'고 생각하고 있지만 조업을 못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면 어민들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