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잃은 슬픔· 동족상잔 비극
지독한 가난·군사독재 항거…
경험해 보지못한 20~30세대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삶과
생활방식 추구한다고 해서
법과 원칙에 무관심하지 않아

18대 대통령 선거 당시 20대의 33.7%, 30대의 33.1% 만이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다. 이 결과에 대해 야당은 박 대통령의 원칙과 신뢰 주의는 젊은 층의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사고와 생활방식에는 어울리지 않는 낡은 통치철학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나 최근 벌어진 남북대치 상황에서 원칙과 신뢰를 행동으로 옮긴 박 대통령의 리더십에 대해 젊은 장병들이 제대를 연기하며 화답해 이 분석의 문제점이 확인되고 있다. 불과 일주일 전, 우리 군은 과거와 달리 “현장 지휘관 중심”과 “선조치 후보고” 원칙을 행동으로 옮겼다. 북측의 서부전선 일대 포격에 대해 우리 군은 북측 발포지점을 즉시 포격했다. 이 상황에서 우리 청년 장병들은 결혼식과 신혼여행을 미뤘고 그토록 어렵다는 취업에 성공한 제대 말년 병장은 전역을 연기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까?

우리의 20~30세대는 70대처럼 민족주의로 인해 나라를 잃은 적이 없고, 60대처럼 동족상잔(同族相殘)의 비극을 겪지 않았다. 50대처럼 지독한 가난을 경험하거나, 40대처럼 무지막지한 군사독재에 항거해 본 적도 없다. 그러나 우리의 20~30세대는 연평해전, 천안함 피격, 연평도 포격 사건 등을 겪으며 북의 도발에 대한 우리 정부의 무능과 남남갈등의 모습에 혼란스러워하고 실망한 경험이 있다. 그래서 이들은 전쟁을 피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북 도발에 대응하는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됐다. 말로만 “백배 천배의 응징”을 하는 방식으로는 약속을 지키지 않고 신뢰를 저버리는 북한의 도발을 막을 원칙을 마련할 수 없고 이를 해결하지 못하면 우리 사회는 언제든 남북 갈등은 물론 남남갈등에 시달린다는 것을 이들은 잘 알고 있었다. 북한의 지뢰도발 직후 국민안전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의 78.9%, 30대의 72.1%가 “전쟁 나면 참전하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반공교육을 받지 않은 20~30세대의 이 같은 애국심의 발현은 앞으로 현 정부가 성공적인 국정운영을 위해 20~30세대를 상대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암시하고 있다.

20~30세대는 어릴 때부터 사회지도층 인사의 비윤리성과 세월호 같은 대참사 수습과정에서 나타난 정부의 무능함을 경험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사회 공동체 위기상황에서 원칙과 신뢰를 중시한다. 평소에는 법과 윤리를 강조하지만 막상 문제가 터지면 정치권의 눈치를 보고, 돈 많은 사람들 편에 서느라 우왕좌왕하는 대통령과 정부를 이들은 믿지 않는다. 이들은 원칙을 지키지 않는 법 집행과 신뢰를 저버리는 불성실한 조치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한다는 것을 체험해 왔다. 따라서 현 정부와 정치권이 20~30세대를 상대로 이들이 경험해온 불합리한 것들을 하나씩 고쳐 나가는 노력을 실행한다면 이들의 관심과 지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이들이 유연하고 자유분방한 사고와 생활방식을 추구한다고 해서 법과 원칙을 무시하거나 신뢰를 저버리는 것에 무관심하다고 오해하지 말아야 한다. 어쩌면 지금까지 20~30세대의 현 정부에 대한 지지율이 낮은 이유는 대통령을 비롯한 현 정부 인사들이 입으로는 원칙을 강조하고 신뢰를 부각시키지만 실제로는 이를 솔선수범하지 않는다고 생각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최근의 남북 대치상황 이후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박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20대의 긍정적인 평가가 35.0%, 30대의 긍정적인 평가가 35.9%로 나타났다. 이는 평소 30%를 넘지 못하던 수준을 뛰어넘은 것이고 2012년 대선 지지율보다도 높다. 이러한 결과는 이번 남북 대치상황에서 67세 국가 안보실장이 43시간 동안 밤샘 회의를 반복하며 원칙과 신뢰를 행동으로 옮긴 솔선수범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라도 정부와 정치권은 무엇이 자유분방하고 유연한 사고와 생활방식을 가진 20~30세대의 지지를 얻는 방법인지 깨달아야 한다. 원칙과 신뢰를 지키기 위한 정성어린 솔선수범만이 이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음을 이제라도 깨닫기 바란다.

/홍문기 한세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