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서기’라는 직함, 호칭이 흥미롭다. 제2, 제3서기도 없는데 제1서기라니! ‘書記’ 하면 우리 공무원 직책 중 가장 낮은 자리 또는 ‘회의 때 기록을 맡은 사람’부터 떠오른다. 조선시대 육의전 하공원(下公員)의 하나도 ‘서기’로 불렀다. 다음으로 꽤 높은 자리인 ‘서기관’은 부이사관 아래, 사무관 위의 공무원이다. 구한국 때 관아 벼슬에도 서기관이 있었고 다윗 왕 이후 히브리 궁정에서 왕에게 조언하던 자리의 고관 역시 서기관이었다. 그런데 가장 높은 자리의 힘센 사람은 공산당 사무국의 서기~서기장(書記長)이다. 고르바초프 러시아 대통령 이전의 체르넨코(Chernenko)까지도 공산당 서기장이었다. 중국에선 ‘주석(主席→주인 자리)’이고 김구 선생도 1944년 임시정부 주석이었다. 김정은도 ‘주석’이 어떨까? 아무튼 김정은 제1서기가 큰 상을 받는다. ‘세계에서 뛰어난 지도자’ 상이다.

인도네시아 수카르노 교육재단은 지난 7월 31일 올해의 수카르노 상을 북한의 김정은 제1서기에게 수여한다고 발표했다. 수카르노 상은 옛 종주국인 네덜란드와의 독립투쟁을 이끈 수카르노 초대 대통령의 공적을 기리기 위한 상으로 김일성과 베트남의 호치민(胡志明)도 받았다. 수카르노 재단의 아리아 웨다카르나 이사장이 김정은에게 상을 주는 이유를 밝혔다. “김씨가 문제가 많은 인물로 받아들이고 있지만 전향적으로 고려하면 북한은 1955년 아시아 아프리카 회의에서 제기됐던 제국주의와 싸운 철학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경사가 이중 삼중으로 겹친 셈이다. 조부에 이은 대상(大賞) 영광에다가 ‘북남’ 문제까지 화해 무드가 고조되고 있지 않은가. 세계 언론들도 ‘김정은이 남북 합의를 화해와 신뢰의 계기로 삼자고 언급했다’고 보도했다. 그 첫 반응이 오는 7일의 이산가족 상봉 실무접촉 제의에 대한 즉답 아닐까.

부디 ‘뛰어난 지도자 상(賞)’에 걸맞은 지도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그의 말처럼 가장 중요한 건 남북 간 화해와 신뢰 하고도 특히 신뢰다. 절대로 대남 도발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신뢰를 증명해 주기 바란다. 역사에서 하차(下車)한 북한의 승차를, 역주행이 아닌 정상적인 주행을 고대한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