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산케이(産經)신문이 또 망언 망발을 했다. 작년 세월호 사고 때는 임진왜란의 왜장(倭將) 카토 키요마사(加藤淸正)를 연상케 하는 카토 타쓰야(加藤達也) 서울지국장이 세월호 침몰 당일의 ‘공백의 7시간’이라는 제목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남자관계 의혹을 제기하더니 이번엔 또 뭔가. 인간 생체실험을 자행한 극악무도한 731세균부대의 세균 실험에 의학적 기초를 제공한 세균학자 노구치 히데요(野口英世)를 떠올리게 하는 산케이신문 군사전문위원 노구치(野口裕之)의 칼럼이 또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을 깔보는 망발을 했다. ①한국외교애사(哀史)는 청(중국), 러시아, 미국 등 사대주의로 일관했다 ②(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9·3 전승 기념일 행사 참가를 지칭) 중국은 6·25 침략자건만 완전히 도착(倒錯)된 거 아닌가 ③(명성황후를 가리켜) 이씨조선(조선)에도 박 대통령 같은 여성 권력자가 있었지만 암살당했다 ④한국의 사대주의를 비웃는 게 북한 주체사상인가 등.

‘미·중 두 갈래, 한국이 단절하지 못하는 민족의 나쁜 유산(米中二股 韓國が斷ち切れぬ 民族の惡い遺産)’이라는 그의 칼럼 제목부터 불쾌하다. ‘두 갈래’라는 ‘후타마타(二股)’의 股자는 ‘허벅지 고’자다. 그러니까 한국이 미국과 중국의 두 허벅지 사이에 끼여 있다는 거다. 장문의 칼럼 조목조목 내용에도 비위가 뒤집힌다. ‘민비 암살’로 비하한 명성황후 시해만 해도 백배사죄에 앞장서야 하는 게 양심적인 정론 언론인 아닐까. 1895년 10월 8일 주한 일본공사 미우라 고로(三浦梧樓)의 지시로 명성황후를 시해한 자는 후지가쓰 아키(藤勝顯)였다. 1994년 8월 국제한국연구원 최서면(崔書勉) 원장이 일본 큐슈(九州)의 한 신사(神社)에서 발견한 길이 1m20㎝의 그 일본도 칼집엔 ‘일순 섬광살 노호(一瞬閃光殺 老狐)’라는 문구가 시해범의 아호인 ‘몽암(夢庵)’과 함께 새겨져 있었다. ‘늙은 여우(老狐)’ 지칭이 바로 명성황후였다.

박 대통령을 명성황후에 비유한 건 무엄하고도 발칙한 저주다. 일본의 미국 사대주의에 대해서도 궁색한 변명을 달았다. 한국에 비하면 낫다는 거다. 최저한의 정의감과 중용의 도를 잃지 않는 언론인의 양식이 아쉽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