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의논하고 차이를 존중하며
타협·조정이 불가피한 사회
청소년기부터 가정·학교에서
나눔을 배우고 실천 한다면
평생 이웃 돌아볼 인성 갖출것
끝나지 않을 것 같던 무더운 여름 기운도 꺾인 듯, 하늘 높은 가을의 문턱 9월을 맞이했습니다. 엊그제 수원실내체육관에서는 ‘희망나눔페스티벌’이라는 뜻 깊은 자리가 펼쳐졌습니다. 도내 청소년 2천여 명이 모여 온종일 기아(飢餓)체험을 통해 어려운 이웃을 생각하며 희망을 나누는 행사입니다. 1만원의 기부금을 내면서 스스로 참여했습니다. 제3세계 청소년들에게 전해줄 우정의 선물과 재난구호품, 에코백 등을 만들고 식량난을 겪고 있는 또래 친구들을 생각하며 나눔문화를 실천했습니다.
“빛을 퍼뜨릴 수 있는 두 가지 방법은 촛불이 되거나 또는 그것을 비추는 거울이 되는 것이다”는 말이 있습니다. 청소년들은 이날 프로그램을 통해 촛불이 되고 거울이 되고자 다짐했습니다. 이들을 격려하기 위해 경기도교육청부교육감·수원교육장·경기도행정부지사·수원시장 등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었습니다. 모금된 1억5천여만원 기부금은 나라 안팎의 어려운 또래 친구들에게 공부방을 만들어 주고, 희귀난치병을 앓고 있는 친구들의 수술비와 병원비를 지원하는 데 사용됩니다.
특히 대한적십자사 홍보대사 엄홍길 산악인이 청소년들과 나눔토크를 가졌습니다. 네팔 지진현장 등 지구촌 재난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활동한 생생한 경험들을 들려주었습니다. 그는 네팔 오지 산간마을에 15개, 수도 카트만두에 1개의 학교를 지어주고 있을 정도로 나눔을 실천하고 있어 참가한 청소년들에게 큰 감명을 주었습니다. 이어서 지구촌 곳곳에서 굶주린 친구들의 생활을 직접 체험해보는 ‘배고픔을 함께 나눠 봐요’ 이벤트가 열렸습니다. 아프리카 어린이들이 하루 한 끼 먹고 있는 영양 죽은 우리나라의 미숫가루와 비슷합니다. 참여한 청소년들은 아프리카의 하루 한 끼 식사를 체험하며 저개발국 친구들의 배고픔을 몸소 느끼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주먹을 쥐면 그 속엔 아무것도 없지만 손바닥을 펴면 온 세상이 그 안에 있습니다. 욕심의 손으로 자신의 것을 꼭 쥐고 있으면 그 이상을 얻을 수 없습니다. 태양을 품는 꽃처럼 쥐고 있던 손을 활짝 펴서 나누는 페스티벌입니다.
‘한국가정은 흔히 애정공동체가 아니라 대입프로젝트 공동체’라고 평가할 정도로 청소년은 성적과 진학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청소년 사망원인 1위가 자살이라는 통계가 이를 말해줍니다. 오늘날 청소년문제·학원폭력 등으로 인성교육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가치 있는 행동을 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을 우리는 인격자라고 말합니다. 교육이 지식을 획득하기 위한 수단으로 흐르기 쉬운 지식편중교육에서 벗어나 인간형성 그 자체와 인류의 가치실현이라는 인간교육 즉 인성교육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희망나눔페스티벌’을 통해 경쟁 위주의 입시제도와 학업부담으로 인한 긴장감 속에서 물적·인적·생명 나눔을 실천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스스로 책임감과 도덕적으로 성장하며 자신감을 가져온다는 점에서 청소년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프로그램입니다.
21C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는 넓고 깊은 휴머니티(humanity)를 지닌 인간상을 기르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적십자의 인도주의는 바로 ‘인간의 존엄성’입니다. 개인은 서로가 독특하고 유일하며 가치 있는 존재입니다. 지구촌이라는 글로벌(global)의식도 지녀야 합니다. 현재의 사회문제는 한 지역에 제한된 국부적인 문제가 아니라 지구 전체의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세계는 한 배에 탄 같은 운명 공동체입니다. 지금은 다원화·다양화 사회입니다. 서로가 ‘같은’ 것이 아니라 ‘다름’이 당연시 되고 그것에 대한 인정과 가치, 의미를 부여하는 사회입니다. 남과 나와 다르기 때문에 서로 의논하고 그 차이를 존중하며, 타협과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사고와 가치의식을 지닌 청소년이 돼야 합니다. 인성 변화의 최종 열쇠는 청소년 자신이 가지고 있습니다. 청소년기부터 가정과 학교·사회에서 나눔을 배우고 실천한다면 일생동안 어려운 이웃을 돌아볼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희망나눔페스티벌’은 그 의미가 자못 큽니다.
/김훈동 대한적십자사 경기지사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