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굴기가 무섭다. ‘굴起’의 굴은 ‘우뚝 솟을 굴’자로 중국어 ‘쥐에치(굴起)’는 산봉우리가 우뚝 솟구친다는 뜻이다. 그것도 산중의 산이 아니라 평지의 산, 지평상(地平上)에 치솟는 산이다. 즉 도약, 비약, 눈부신 발전을 뜻하는 말이 굴기다. 그런데 오늘 베이징 톈안먼(天安門)광장에서 벌어질 9·3항전승리70주년 기념대회야말로 중국의 굴기를 유감없이 뽐낼 참이다. 1만2천여 명이 벌이는 열병식 군사퍼레이드엔 신예 탄극(坦克:탄커)→탱크를 비롯해 미국 본토 전역이 사정권에 드는 사거리 1만1천200~1만4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東風)’ 등 첨단무기를 과시한다. 톈안먼 상공은 ‘공중 사닥다리 부대(空中梯隊)’→제트기 비행편대가 뒤덮고 개막 오성기(五星旗) 게양에만 200명, 합창단원만 1천명이다. 뭣보다 지난 6월부터 혹독하게 연습한 열병식 의장대 대오(隊伍)야말로 한 치(약 3㎝)가 아니라 1㎝의 오차도 없다.

중국의 비약적인 굴기에 네티즌들은 ‘민족 자호감(自豪感)을 누를 길 없다’고 했다. 스스로 긍지를 느낀다는 말이 ‘쯔하오(自豪)’다. 중국인이 어느새 그렇게 늘씬한 체격의 키다리들이 됐는지, 그 점 또한 쯔하오를 뽐낼지도 모른다. 남자 의장대는 평균 190㎝, 모델 출신들로 편성됐다는 여자 의장대 역시 평균 키가 178㎝다. 그녀들은 의장대의 꽃이다. 오늘의 그 9·3 항전승리 70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을 중국인들은 친근한 가족 호칭인 ‘퍄오졔졔(朴姐姐)’와 ‘퍄오마마(朴마마)’로 부른다고 했다. 姐姐는 누나 또는 언니, 마마는 엄마다. 어쨌든 우리에겐 중국의 무서운 굴기가 축하할 일이다. 왜? 먹고 사는 경제 문제에도 중국이 절대적이지만 북한 문제, 한반도 통일에도 중국의 북한 억제력 등 도움이 없으면 불가능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일본 또한 그렇다. 한·일 공존과 상호 협력, 공동 굴기라야 동북아 평화가 보장된다는 걸 모르는가. 선진국이 쩨쩨하게 한·중 친화에 질시의 눈길을 보낼 게 아니다. 하긴 오늘의 중국 전승절 기념일 명칭부터 ‘항전(抗日)’이니 심사가 편할 리 없다. 그러나 역사를 직시, 정리할 건 정리하고 미래로 나가야 하지 않겠는가.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