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복싱은 전국에서 알아준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제95회 전국체전에서도 종합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4번째 우승이었다. 인천에는 한국 복싱을 대표하는 간판선수가 있다. 지난해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인천시청 소속 신종훈(26)이다. 오랜 침체기에 있는 한국 복싱에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안긴 장본인이다.

복싱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누려야 할 신종훈이 눈물을 머금고 가슴에 달았던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국가대표 은퇴를 선언했다.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금메달의 꿈도 그렇게 내려놓았다.

신종훈은 국제복싱협회(AIBA)와 프로복싱(APB) 진출 계약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있던 지난해 5월 AIBA 직원이 내민 영문으로 된 문서에 ‘등 떠밀리듯’ 서명한 게 그의 발목을 잡았다. APB는 WBA(세계복싱협회)나 WBC(세계복싱평의회)와 달리 선수들이 올림픽과 세계선수권 등에 출전할 수 있다. 그래서 신종훈도 한때는 APB를 무척 뛰고 싶어 했다.

AIBA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신종훈에게 별안간 그가 서명한 문서를 내밀며 APB 출전을 통보했다. 그러면서 전국체전 등 국내 대회 출전을 막고 APB 경기를 1년에 5~6회 뛰는 대가로 겨우 1천만원(각 경기당 약 180만원)의 보수를 주겠다고 알렸다. 아마추어 복싱 선수에게 국내 대회를 뛰지 말라는 건 소속팀(인천시청) 옷을 벗으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신종훈의 후배인 함상명(용인대)에겐 APB를 뛰면서 국내 대회 출전도 허용한다는 점에서 형평성의 문제도 있다.

AIBA는 APB를 안 뛰며 맞서는 신종훈에게 1년 6개월의 자격정지 징계를 내렸다. 내년 4월이 돼야 이 징계가 풀린다. 대한민국 복싱 선수가 이 단체에 의해 징계를 받는 현실도 참 의아한데, 대한복싱협회는 한술 더 떠서 자국 선수 구제는커녕 AIBA의 입장만을 두둔하려는 듯한 태도로 복싱팬들의 원성까지 샀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딴 신종훈을 그토록 치켜세우던 협회는 지난해 12월 한국 복싱 100주년을 맞아 개최한 ‘2014 복싱인의 밤’에 신종훈을 초청하지 않았다. 포상금도 신종훈만 지급하지 않았다.

가난을 벗어나기 위해 복싱을 시작했다는 신종훈은 기자에게 이런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동안에는 저와 가족만을 위해 앞만 보고 운동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대한민국 국가대표라는 자부심으로 운동하죠.”

/임승재 인천본사 문화체육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