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인구가 남자보다 많다는 걸 언론에서 ‘여초(女超)사회’라고 했지만 ‘女超’는 없는 말이다. 超는 ‘뛰어넘을 초’자다. 뛰어넘긴, 여자가 뭘 뛰어넘나? ‘女超’보다는 여자가 많다는 ‘여다(女多)’라는 말이 어떨까 싶지만 역시 없는 말이다. 두 단어가 모두 없는 까닭은 뭘까. ‘남녀 인구야 내 소관이니라. 어느 쪽이 많고 적고에 신경 쓸 거 없다. 주제넘고 무엄하도다’라는 창조주―신의 뜻이 아닐까. 6일 행정자치부 주민등록 인구 통계를 보면 올해 6월말 현재 여성 인구는 2천571만5천796명으로 남성 인구 2천571만5천304명보다 492명이 많아 1968년 주민등록 인구통계 시작 이래 처음으로 여자가 많다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남녀 인구 차이가 2천571만5천 단위까지 같고 겨우 492명만 여자가 많다는 건가. 이건 거의 같은 거나 다름없는 기적에 가깝다. 아들딸 선호 사상이 희박해진 사회의 남녀 성비(性比)가 거의 같다는 게 얼마나 외경(畏敬)스러운 신의 섭리인가?

아들 선호사상은 한자 사용 유교문화권에서 심했다. 현 일본 왕실만 봐도 아키히토(明仁)왕의 부인은 미치코(美智子), 며느리는 마사코(雅子), 손녀딸은 ‘아이코(愛子)’로 ‘아들 子’자가 내리붙었듯이 아직도 일본인 여자 이름엔 ‘아들 子’자가 흔히 붙는다. 일본 지명(地名)조차 하치요지(八王子), 코요시(子吉), 코야스(子安), 코모치(子持), 코우라(子浦) 등 子자가 다수다. 중국엔 子씨라는 성씨가 다 있는가 하면 딸을 얻는 기쁨은 반쪽(半喜:빤시)에 불과하니 다음엔 꼭 아들을 낳으라는 뜻으로 여자를 ‘女子子’로도 불렀다. 그런데 아이로니컬하게도 아들을 무시하듯이 ‘子’자가 단어의 접미사로 마구 쓰인다. 사자(獅子)에만 子자가 붙는 게 아니라 토끼(兎子)에도, 원숭이에도 붙고 심지어 입(口子)에도, 코(鼻子)에도 붙는다. ‘코아들’이 아니라 그냥 ‘코’라는 뜻이 ‘鼻子’다. 남존(男尊)과 남비(男卑)의 희극적인 혼재(混在)가 아닐 수 없다.

대한민국 남녀 성비가 1990년의 116.5대100에서 거의 같아졌다는 건 고무적인 일이다. 이제 점점 ‘여아 선호’로 가는 건 아닐까. 아랍권에 아직도 남존여비 사상이 완고한 건 문명개화와 사상 진화가 덜 된 탓이다.

/오동환 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