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나간 18척… 안전·풍어 바라는 마음은 ‘한배’
7일 오전 5시40분 인천시 옹진군 대연평도 당섬 선착장. 꽃게조업 개시 시각이 되자 18척의 배들이 일제히 조명을 밝히고 바다로 향했다.
부두에서 출어를 지켜보던 어선 선주들은 멀어지는 배를 향해 ‘만선’을 기원하듯 크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 이날은 닻자망 어선의 하반기 첫 조업일이다. 선주들은 배가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한참 동안 그 자리에서 ‘풍어’를 기원했다.
꽃게잡이에 나서기 전 어선들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카드’를 받아 바다로 나가 좋은 자리를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눈치작전을 펼쳤다. 출항하려면 ‘카드’라고 부르는 어선출입항신고서를 연평해양경비안전센터에서 발급받아야 하는데 카드를 빨리 받을수록 출항이 빨라지기 때문이다.
지난 1일부터 조업을 시작한 통발어선과 안강망 어선들이 매일 속이 꽉 찬 꽃게를 거둬들이고 있다는 소문이 퍼져있던 터라 닻자망 선장들의 조바심은 더욱 컸다.
연평도에 등록된 꽃게잡이 어선은 연평도를 꼭짓점으로 남단으로 펼쳐진 삼각형 모양의 구역 안에서만 조업해야 한다. 외부의 어선은 이 ‘구역’안으로 들어올 수 없고 연평도의 어선도 이곳을 벗어날 수 없다.
때문에 십수년간 이곳에서 조업해온 선장들은 저마다 꽃게가 잘 잡히는 위치를 정확히 알고 있다 보니 어구를 먼저 설치하기 위한 자리 경쟁이 치열하다.
20년 경력의 한 선장은 “평소에는 모두 사이좋게 지내고 같이 어울려 지내는 사이지만 꽃게잡이에서는 절대로 양보란 없다”며 “서로가 경쟁자인 만큼 연평어장은 전쟁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꽃게를 더 많이 잡고 싶은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안전과 풍어를 바라는 어민들의 마음은 한결같았다.
해신호 김종희(57) 선장은 “작은 꽃게 배 한 척으로 선원·선주가족, 꽃게를 손질하는 아주머니들, 꽃게를 파는 사람들 등 수 백 여명이 먹고 산다”며 “올가을 꽃게가 많이 잡혀 모두 돈을 많이 벌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진구(57) 연평도 어민회장은 “남북 갈등을 겪으며 가슴을 졸이던 20여일간 맘고생 속에 가을 출어를 준비해 왔다”며 “이번 가을 조업을 무사히 잘 마쳤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연평도/김성호기자 ksh96@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