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경제 전문가들이 우리 경제는 일시적인 불황이 아니라 장기적인 저성장 시대에 들어선 것이라고 한다. 그나마 유지됐던 제조업의 경쟁력은 점차 붕괴되고 있다. 이러한 제조업 위기를 극복하려면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의 융합을 통해 새로운 부가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이러한 신성장 동력 마련이 절실한 시점이다.

자동차 개발원가의 52.4%, 가전제품 개발원가의 53.7%도 소프트웨어(SW) 비용이다. SW산업 규모는 이미 HW산업을 추월했다. 2000년만 해도 세계 정보기술(IT)시장에서 HW와 SW가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36%, 28%였으나, 2013년엔 21%, 32%로 SW산업이 더욱 커지고 있다. 세계 기업판도도 변했다. 불과 10여년 전만 해도 세계 1~10위 기업엔 씨티그룹·AIG·JP모간체이스 등 금융업체가 이름을 올렸으나 이제는 애플·구글·페이스북·아마존 등 SW업체가 올라 있다.

애플·구글·페이스북 등의 기업성장 과정에서 확인했듯이 SW산업은 창의성과 아이디어만 있으면 단기간에 글로벌 사업화가 가능하고 경제적 파급효과가 크다. SW산업의 부가가치율은 제조업의 2.3배에 이르고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취업 유발계수도 12.5명으로 제조업보다 크다. 미국에서는 컴퓨터 SW산업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청소년들에게 컴퓨터 SW작성 교육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영국·일본 등도 청소년 컴퓨터 SW작성 교육을 강화하고 있다.

컴퓨터 업계의 발전상을 검토해 보면, 마이크로소프트는 PC 운영체제, 애플은 스마트폰 앱스토어, 구글은 검색엔진과 안드로이드를 플랫폼화해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미래의 플랫폼 전쟁에서 누가 승자가 될지도 소프트웨어 경쟁력에 달려있다. 플랫폼을 만들고 작동시키는 것이 소프트웨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LG전자·애플·구글 등은 최근 다가올 사물인터넷(IoT) 시대에 플랫폼을 선점하기 위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IoT 개발 플랫폼 ‘아틱’을 발표했다. 구글도 비슷한 시점에 IoT용 운영체제 ‘브릴로’를 선보였다. 애플도 스마트홈 플랫폼 ‘홈킷’을 발표했다. 플랫폼에서 생성된 데이터를 분석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들을 발굴해야 한다. IoT 시대엔 산업간 융합이 급속히 진행된다. 융합이 확산될수록 소프트웨어 적용 범위도 점점 커질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스마트TV·스마트카 등이 기존 산업기술과 소프트웨어가 융합된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미국의 중요한 먹거리 중 하나는 인터넷 응용기술·플랫폼기술 등 SW산업 분야다. 중국은 SW 굴기가 진행되고 있고 SW개발자 우대 문화가 정착되고 있다. 글로벌 100대 SW기업 중 한국 기업은 없다. SW글로벌화 전략, 기존 제조업과 SW 융합전략, SW 인재 병역특례 정책, 청소년 컴퓨터 SW 교육정책 등 다양한 전략을 통해 SW산업을 활성화시킬 환경을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미국의 애플·구글·페이스북 등 다양한 SW산업 성공 사례가 국내 기업에서 다수 출현하기를 기대한다.

/최대영 유한대 경영정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