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체육회가 또 한바탕 큰 홍역을 치렀다.

연초부터 찬반 논란 끝에 도입된시체육회 상임부회장 직제의 업무 권한 범위와 처우 수준, 인천시의 지나친 학연 챙기기 인사 등으로 소란하더니, 이번에는 시체육회 사무처 업무를 총괄하는 책임자인 현인근 사무처장의 이른바 ‘동문 취업청탁’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현안이 산적해 있는 데 또다시 내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다. 당장 다음달 16일 강원도에서 제96회 전국체육대회(이하 전국체전)가 개막한다. 사무처장은 전국체전 때 선수단을 이끄는 총감독의 자격이 주어진다.

막바지 대회 준비에 힘써야 할 시기에 사무처장을 둘러싸고 불미스러운 사건이 불거졌던 터라 하루빨리 흐트러진 조직을 추슬러야 하는 상황이다. 또 인천시가 내년 살림살이로 쓸 예산을 편성하는 작업에 나서면서 예산 확보를 위한 대비를 해야 하는 등 각종 풀어야 할 현안이 많다.

◈연초부터 뒷말 무성
상임부회장·사무처장 임명
유시장 동문 보은인사 지적
우물쭈물 인천시 사태 키워

■ 시체육회 연초부터 ‘인사 문제’로 구설


시체육회 안팎의 자진 사퇴 압박에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던 현 사무처장이 이날 전격적으로 결단을 내린 것은 유 시장에 대한 책임론까지 불거진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유 시장은 시체육회 회장으로 노순명 시체육회 상임부회장과 현 사무처장을 임명한 최고 인사권자다. 공교롭게도 이들은 모두 인천의 한 학교를 졸업한 동문 선·후배 간이어서 체육계 안팎에서 당시 인사를 놓고 뒷말이 무성했다.

특히 현 사무처장은 체육계와 이렇다 할 인연이 없었던 터였고 지방선거 당시 유 시장 캠프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어 전형적인 ‘보은 인사’라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최근 현 사무처장을 둘러싼 잡음이 계속되면서 체육계 안팎의 악화한 여론은 그를 임명한 유 시장을 향했다. 현 사무처장은 유 시장을 만나고 돌아온 뒤 자진 사퇴를 결심하게 된 배경에 대해 최고 인사권자의 부담을 덜어 드리기 위한 취지도 있다며 그간의 속내를 털어놨다.

체육계 일각에서는 인천시가 결과적으로 이번 사태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현 사무처장에 대한 거취 문제에 대해 조기에 적극 개입하지 못하고 본인이 결정할 사안이라는 식으로 뒷걸음질 치면서 결국 최고 인사권자인 유 시장에게까지 부담이 지워졌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사무처장의 직속상관이자 학교 선배이면서 시체육회의 실질적인 총책임자인 노순명 상임부회장도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체육인은 “특히 전국체전은 시체육회가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의미가 있다”며 “이런 중요한 시기에 책임자들이 빠르게 대처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지적했다.

◈동문 취업청탁 의혹
용역업체에 지인 채용 압력
술자리 부적절 발언 구설도
언론보도 1주일만에 물러나

■ 동문 취업청탁 의혹과 사퇴


현 사무처장은 시체육회에서 운영 중인 체육시설을 관리하는 한 용역업체에 지인들이 채용되도록 압력을 행사한 정황 등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결국, 이 사건은 현 사무처장이 관련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경인일보 9월1일자 23면, 7일자 14면, 9일자 24면 보도)

현 사무처장은 아시안게임 경기장으로 쓰인 한 체육시설의 청소와 경비 등을 맡은 용역업체에 자신의 동문인 A씨와 B씨가 채용되도록 중간에서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을 샀다.

A씨는 시체육회 직원으로 정년 퇴임한 뒤 지난 3월부터 용역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의 채용과정에 현 사무처장이 개입했다는 주장이 시체육회 안팎에서 제기됐다. A씨는 현 사무처장의 동문이다.

그와 함께 채용된 B씨 역시 현 사무처장의 동문이면서 유정복 인천시장과는 동창생으로 알려졌다. 동문 관계이자 지방선거 당시 유 시장 캠프에서 활동했던 인사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사건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자 술자리에서의 부적절한 발언 등 현 사무처장의 부적절한 처신이 구설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현 사무처장은 지난 8일 이른바 ‘동문 취업청탁’ 의혹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났다. 언론에서 의혹을 제기한 지 1주일 만의 자진 사퇴다.

현 사무처장은 이날 시체육회 회장이자 자신을 임명한 유정복 인천시장을 찾아가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현 사무처장은 “부임 이후 의욕을 가지고 일했지만 부족한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면서 “명예회복의 기회를 주었으면 좋겠다. 저도 한 인간이기에 생활이 어렵다는 후배들의 (취업)부탁을 외면할 수 없어 도움을 주려고 했던 것이다”고 해명했다.

◈흐트러진 조직 정비
체전 총감독 대행 사기저하
인천시 후임인선 신중할 듯
권한갈등 직제 개선 여론도

■ 풀어야 할 과제들 산적


시체육회는 전국체전 총감독을 사무처장 아래 직급인 부장 선에서 맡도록 가닥을 잡았다. 인천은 지난해 전국체전에서 역대 원정 대회 최고 성적을 냈다. 종합 5위를 달성하고, 더불어 광역시 중에서 부산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시 재정난 탓에 계약이 만료된 우수 선수들을 타 시도에 빼앗기는 등 전력 누수가 심각한 상황이다. 시체육회는 올해 시설관리비 등을 제외하고 운동부 운영비를 비롯한 순수 살림살이 예산이 전년 대비 30%가량 삭감됐다.

시체육회 관계자는 “종목별 대진 추첨이 마무리돼야 예상 성적이 포함된 전력 분석 결과가 나올 수 있다”며 “선수와 지도자들의 사기가 크게 저하된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시체육회 간부들이 각 훈련장을 찾아가 절박한 심정으로 선수와 지도자들을 격려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현 사무처장 후임 인선과 관련해선 아무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고 전해졌다. 시는 인사 잡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노 상임부회장이 실질적으로 시체육회를 이끌어온 터라 사무처장의 공백을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체육계 일각에선 ‘옥상옥’ 논란으로 진통을 겪다가 상임부회장은 비상근직으로 대외활동에만 전념토록 하고, 사무처장은 사무처 업무를 총괄하는 것으로 두 직제의 역할을 구분한 규약을 이참에 개정하려는 움직임이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 규정으로 인해 상임부회장의 업무 권한이 제약을 받고 있다는 일부의 문제 의식에서 비롯된 얘기다. 인천시장애인체육회에선 한때 상임부회장과 사무처장이 업무 권한 등을 놓고 갈등을 빚기도 했다.

또 상임부회장 직제 도입으로 시체육회에 시장이 임명하는 자리가 하나 더 늘어나면서 사무처장을 외부 인사가 아닌 내부 직원들의 승진 자리로 바꿀 필요성이 있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임승재기자 is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