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진정시켜 드리고 차분히 말씀을 들어보니 자녀분의 상황이 매우 절박했다. 부친이 7년째 파킨슨 병에 투병 중이어서 삶의 질이 급격히 떨어져 본인뿐 아니라 주변 가족들도 육체적·정신적 그리고 무엇보다 경제적으로 엄청난 부담이 된다는 것이다. 점점 병이 진행되어 서너 차례씩 입원해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도저히 비용을 감당할 수 없게 됐고, 그래서 부친 집을 담보로 주택연금이라도 활용하지 않으면 극단적인 생각을 할 수도 있다는 절박함을 하소연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부친이 입원해 계신 병실에 담당 직원을 보내 대화를 하고 의사능력을 타진하니, 다행히도 주택연금에 대한 이해와 가입 사실에 대한 인지가 충분히 가능한 상태여서 부친 본인이 자녀분의 도움을 받아 그 자리에서 직접 가입서류를 작성하고 주택연금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그 자녀분은 주택연금이 아니었다면 더 이상 아버님 치료도 불가능하고 희망이 없었을 거라며, 그동안 가슴을 옥죄어 왔던 고민이 해결되었다며 연신 고마움을 표시했다.
이렇듯 주택연금은 어르신 스스로 뿐만이 아니라 부모 봉양에 큰 부담을 느끼는 자녀들의 경제적·심리적 안정을 위해서도 반드시 관심을 가져야만 할 제도라 할 수 있다. 실제로 올 8월말 현재 필자가 일하고 있는 지사의 가입자만 따져도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무려 38%가량 늘어나는 등 점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따라서 앞으로 노후 설계를 하는 데 있어 주택연금을 활용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말해도 될 듯하다. 아울러, 올해 1월 정부3.0 추진과제 중 하나인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서비스 통합 제공’의 일환으로 가교형 주택연금도 출시되었으니, 시중은행에서 민간 역모기지론을 이용 중인 분들도 손쉽게 공적 주택연금으로 갈아탈 수 있다는 점도 참고해 볼만 하다.
머지않아 민족 최대의 명절인 한가위를 맞는다. 경제여건이 녹록지 않지만 오랜만에 부모님을 비롯한 가족들과 함께 그리움과 정을 나누는 시간이다. 이런 소중한 시간에 평생 자녀들 뒷바라지 끝에 몸과 마음이 지치신 부모님을 유심히 살펴보자. 나이 들어 잔병에 시달리고 우울해 하시진 않는지, 경제적으로 힘든데도 자식들 걱정할까 애써 웃음 짓고 계시진 않은지, 주택연금을 마음에 두시고도 차마 자녀들에게 말을 꺼내시지 못하는 분들이 많은데 우리 부모님이 그러하시진 않은지 말이다. 그리고 필요하다면 기쁜 마음으로 주택연금을 권해드리자. 부모님의 행복이 나의 행복이다. 돌아오는 발걸음은 또 얼마나 가벼울까.
/유기철 한국주택금융공사 경기남부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