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인칼럼
-
[경인칼럼]BTS가 전하는 위안과 교훈 지면기사
다이너마이트 '빌보드 차트' 1위는 대이변美 대학들 '성공신화 분석' 연구·강의 봇물이들의 노래에는 주제·가사 보편적 호소력진정성으로 무장 '세대 고민' 희망 메시지방탄소년단(BTS)의 신곡 '다이너마이트(Dynamite)'가 마침내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올랐다. 이 뉴스는 봉준호 감독과 '기생충'이 아카데미상을 석권한 뉴스만큼이나 극적이지만, 이번에도 코로나19 때문에, 또 어수선한 국내 정치 때문에 조명받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 가수가 팝의 본고장인 미국의 빌보드 '핫100차트'에서 1위에 오른 것은 음악사는 물론 문화사적으로도 대이변이다. 그동안 보아와 싸이, 소녀시대와 엑소, 2NE1과 같은 케이팝 그룹이 세계 팝시장을 향한 루트를 꾸준히 개척해 왔다지만, 무명의 케이팝 그룹이 난공불락처럼 보였던 영미권을 평정하고 세계 팝의 정상에 오를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드물 것이다.'다이너마이트' 뮤직비디오 공개 24시간만에 조회수 1억 뷰를 기록할 정도로 BTS 팬덤은 확고한 세계적 문화현상이다. BTS 성공신화를 분석하는 BTS 연구도 봇물이다. 미국 하버드대학 경영대학원과 펜실베이니아대학 사회학과에서는 BTS를 연구프로젝트로 추진하고 있으며, UC버클리에는 방탄소년단 강의가 개설되었다. 한국에서도 문화콘텐츠 분석 차원의 연구가 주로 이어지고 있으나 '보유국'에서의 반응치고는 의외로 침착하다.BTS는 케이팝을 완성하며 케이팝을 넘어서는 임계점에 서 있다. 칼군무라 불리는 고난이도 안무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춤솜씨는 케이팝의 무기이자 BTS의 강점이다. BTS는 이 칼군무에 이야기를 결합시켰다. 노래의 메시지를 몸의 언어로 전달하되 서사적으로 재구성함으로써 퍼포먼스를 유기적으로 일체화한 것이다. 퍼포먼스 외에도 팬들과의 소통방식도 주목할만하다. 방탄소년단의 일곱 멤버들은 연예기획사가 길러낸 '팩토리 아이돌(factory idol)'이 아니다. 예술적 기량과 자율성을 지닌 멤버들이 자신의 다양성으로 그룹의 정체성(identity)에 참여하는 방식은 기존의 케이팝보
-
[경인칼럼]이재명의 언어 지면기사
여론조사서 1~2위 오르내리는 대선주자시원하고 통쾌한 발언 '사이다' 칭송에도품거나 아우르는 데에는 도무지 쓸모없어국민지지 얻기 위해 통합·치유의 말 써야이즈음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언어에 주목한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대권 주자 순위 1∼2위를 오르내리는 까닭에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언어는 청량한 느낌이 있다. 톡, 쏘는 맛이다. 지지자들이 "사이다"라고 칭송하는 이유가 된다. 대중이 가려워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집어내서 시원하게 긁어준다. 그 어느 정치인보다도 대중과의 공감 능력이 뛰어난 언어선택이고 탁월한 말솜씨다.내가 기억하는 그의 첫 언어는 '모라토리움'이다. 파산을 의미하는 이 말을 기가 막히게 생생한 행정현장의 언어로 만들어버린 장본인이다. "판교특별회계에서 LH와 국토해양부 등에 5천200억원을 내야 하지만 현재 성남시 재정으로는 이를 단기간에 갚을 능력이 안 돼 지급유예를 선언한다." 2010년 7월12일 성남시장에 취임한 지 불과 보름도 안 된 시점에 대한민국 지방자치단체 최초로 모라토리움을 선언했다. 3년6개월 만에 모라토리움의 성공적 종식을 선언한 이후 "대한민국은 못해도 성남은 합니다!"가 그의 캐치프레이즈가 됐다.그의 두 번째 언어는 '구속'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혼란이 국민적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있던 2016년 11월2일 자신의 SNS를 통해 "이젠 국정 난맥에 따른 자진사퇴 요구가 아니라 탄핵을 해야 할 때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고 구속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21일에는 "박근혜 퇴로 보장 안된다. 퇴진 후 반드시 구속 처벌해야"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면서 계속해서 박 대통령의 구속을 강력히 촉구했다. 이를 계기로 '박근혜 구속'이 촛불광장의 구호가 됐다. 그 누구도 쉽게 입에 올리지 못했던 '구속'이라는 위험한 단어가 그를 대권주자 반열에 뛰어오르게 한 구름판이 된 것이다.세 번째 언어는 '전쟁'이다. 내가 알기로 그는 이 위기의 단어를 가장 자주, 그리고 가장 적절한 타이밍에 쓰는 정치인이다.
-
[경인칼럼]빚투 열풍 지면기사
정부 부동산 대책에 2040세대 '대출 러시'주가 폭락하자 개인투자자는 묻지마 매수주식 열기 신용융자 잔고 '역대 최고 16조'400년전 '네덜란드 튤립광풍' 떠올라 공포네덜란드의 상징인 튤립 원산지는 남동유럽과 중앙아시아로 16세기 후반 페르시아와 터키를 거쳐 유럽 전역에 퍼졌다. 이색적이고 치명적인 아름다움이 귀족과 부자들을 매혹시켰던 것이다. 네덜란드 노르트홀란트주의 하를럼과 자위트홀란트주의 레이던 근처에서 대량으로 재배되었다. 오늘날 매년 봄이 되면 전 세계 관광객들이 '유럽의 정원'인 암스테르담의 큐켄호프에서 천국의 꽃밭 같은 아름다움에 도취되어 정신줄을 놓곤 한다.튤립이 네덜란드의 국화(國花)로 자리매김한 배경에는 천박한 자본주의가 한몫 거들었다. 수요가 증가하면서 꽃값이 상승하자 수많은 사람들이 부나방처럼 화훼시장에 몰려들었다. 전 재산을 팔아 텃밭 한 조각을 사서 구근(球根)을 키우는 사람들이 생기는 등 꽃값이 계속 오르는 동안에는 모든 사람들이 돈을 벌었다. 투기자본이 가세하면서 튤립가격은 천정부지로 뛰어 1637년에 유명한 셈페르 아우구스투스종 구근 1개 값이 1만 길더를 기록했다. 당시 웬만한 주택 한 채 가격이었다.천정부지의 튤립 값에 실망한 사람들이 한 둘씩 시장에서 발을 빼기 시작하면서 1637년 2월 이후 구근 값이 점차 떨어졌다. 투매가 시작되었지만 구매자는 없었다. 막차를 탔던 사람들부터 파산하기 시작하면서 단기간에 수많은 사람들이 홈리스로 전락했다. 투기는 인생역전을 노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꿈을 먹고 자랐다가 바람과 함께 사라졌다. 유럽역사에서는 이 사건을 '튤립광기(tulipmania)'라 부른다.'빚투족', '동학개미', '병정개미' 등 생경한 용어들이 자주 눈에 띈다. '빚투'는 '미투(me too)'에 빗댄 '나도 빚을 냈다'는 의미이다.정부의 잇따른 부동산대책이 화근이다. 고강도 주택담보 대출억제가 효력을 발하기 전에 서둘러 마이홈을 마련하려는 2040세대 중심의 대출러시가 빚투의 물꼬를 텄다. 신종코로나 감염증(코로나19
-
[경인칼럼]미래통합당은 근본적으로 바뀔 수 있을까 지면기사
강령과 정강·정책 5·18민주화운동 등 적시보수당으로 상상어려운 변화… 지지율 상승약자·소수배려 일관성·朴 탄핵 반대 사과진전된 역사인식 정립만이 진정성 얻을것 지난 총선의 대참패 이후 미래통합당은 강령과 정강·정책에 기본소득을 명시하고, 5·18 민주화운동을 적시하는 등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한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5·18 민주 묘역에서 무릎 꿇고 울먹이며 사과했다. 통합당 계열의 보수정당들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광경들이다. 통합당의 지지율 상승은 이러한 현상들을 반영한다. 문제는 이러한 조치들이 통합당의 근본적 인식 전환으로 뿌리내릴 수 있느냐에 있다.한국정치에서 친일과 반공 등에 기반한 이념 갈등은 피할 수 없다. 보수와 진보의 이념 균열 중 핵심적 부분은 역시 이러한 역사인식의 차이에 기반하기 때문이다. 한국현대사에서의 진영간의 근본적 인식의 간극을 좁히는 것은 거의 불가능의 영역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오에 가까운 대척이 종식되지 않으면 공동체의 발전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따라서 역사 갈등 해소를 주도하는 정당에게 궁극적으로 시민들은 지지를 보낼 것이다. 지난 광복절에 김원웅 광복회장의 말에는 일리가 있는 부분이 있다. 그러나 그의 표현 방식은 현상과 실체로 존재하는 대척세력을 존중함이 없이 적대를 발산했기 때문에 역사인식의 진전에 도움이 되지 않고 갈등만을 증폭시켰다. 이를 겨냥해서 진영내의 정체성을 통한 입지강화를 의식했다면 이는 더욱 비판받을 일이다.정치영역에서의 역사에 관한 칼날같은 대립은 시민사회의 분열로 이어진다. 그러나 상대의 주장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정치언어들이 중도에 위치한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할 수 있다면 정치세력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그들 스스로 포획된 인식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이를 통합당이 주도한다면 중도층은 진화된 통합당에 주목할 것이다. 중도층은 더 이상 소극적 방관자가 아니라, 정치지형을 바꾸는 적극적 참여자로 변모하고 있다. 최근의 더불어민주당과 통합당의 지지율 변동은 이를 실감나게 한다.통합당이 친일과 반공에서 진전된 역사인식을 보이고, 제주
-
[경인칼럼]수도 이전, 수도권 규제는? 지면기사
천도론은 부동산정책 실패 출구 전략 깔려균형 발전 수도권 옥죄는 10중족쇄 수정법그래도 인구 전국 절반 넘어서 규제의 역설수도 옮겨도 집중 지속땐 새법 덧씌울건가수원(水原)은 정조의 도시다. 아버지 사도세자 묘를 양주에서 이장했다. 세계문화유산 화성(華城)은 이 무렵 축조됐다. 팔달산 아래 터를 잡아 궁을 지었다. 백성들의 이주를 권했다. 2년 뒤 63가구가 719가구로 늘었다. 생업 기반을 갖춘 조선 최초의 계획도시다. 한강 배다리를 건넌 정조는 수원행궁에 머물며 제례와 행사를 치렀다. 귀경길, 지지대(遲遲臺)에서 한참을 머뭇거렸다.화성 천도(遷都)를 꾀한다는 괴이한 말이 돌았다. 노론 벽파는 신하의 도리를 저버렸고, 한양 궁궐은 그의 숨통을 조였다. 정조는 천도를 말하지 않았다. 역사의 짐작일 뿐이다. 행적으로 미뤄 의지는 강했던 듯하다. 재위 25년, 정조가 요절했다. 독살이라 했으나 사인은 풀리지 않았다. 천도는 잊혔다.여당 대표가 수도이전 카드를 꺼냈다. 대한민국 수부 도시를 세종으로 옮기자는 거다. 행정수도 건설과 공공기관 이전만으론 부족하다고 한다. 당 대표와 동료 의원이 그를 거든다. 서울은 '천박한 도시'가 됐다. 아파트값이나 들먹이는 속물들의 집합체다. 서둘러 명군(名君)의 땅으로 옮겨야 한다. 민주당은 수도 이전을 위한 특별 기구를 설치했다. 일사천리다.천도론은 정치적 득실이 바탕이다. 부동산 정책 실패를 반전할 출구 전략이다. 세금 폭탄이 불발했고, 공급 정책도 힘을 못 쓴다. 실기(失期)한 때문이다. '집값이 안정되고 있다'는 말은 기대치가 더 반영된 수사다. 23차례 땜빵 보수에 정책은 만신창이가 됐다. 국민은 정부 말을 믿지 않는다. 경질된 청와대 수석은 마지막 회의장에 없었다. 내부 균열에 담장 밖까지 시끄럽다. '권력은 짧고, 부동산은 길다'고 수군거린다.서울·경기·인천은 수도권 공동체다. 서울이 노른자라면, 경·인은 흰자위다. 보완과 완충의 관계다. 함께 국가 발전을 견인했고, 선진국 진입의 주역이 됐다. 맏형을 위해 동생은 힘을 보탰고, 희생도 마다하지 않았
-
[경인칼럼]위기의 시대에 읽는 영웅서사 지면기사
얼마전 '이순신 관련 북콘서트' 는 성찰자리 이광수·이은상 책은 정견 투사·우상화 비평그의 참모습은 인품·지도력 갖춘 軍전략가공동체 운명과 동일… 비범하나 신은 아냐지난 7월 한국근대문학관에서 열린 북콘서트 '이순신을 찾아서'는 역사적 영웅의 서사화에 대한 소중한 성찰의 자리였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미증유의 위기 속이라 영웅 서사에 대한 논의가 더 뜻깊었다. '이순신을 찾아서'는 문학평론가 최원식의 시각으로 재구성한 이순신 서사학이다. 이 책은 단재 신채호 구보 박태원을 비롯한 춘원 이광수, 환산 이윤재, 노산 이은상, 김지하, 김탁환, 김훈 등의 국내 작가들이 남긴 다양한 이순신 서사 텍스트를 평가한 비평서이다. 최원식 교수는 춘원 이광수의 '이순신'은 조선의 백성과 관료는 물론 군주도 시기심과 야심 때문에 충무공을 오해하고 방해하는 우매함 혹은 악의 화신으로 과장하였으며, 이순신은 부패한 관료들 틈에서 홀로 고투하는 인물로 단순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광수의 '이순신'은 결국 조선 망국의 필연성과 춘원 자신이 '민족개조론'에서 친일로 나간 '외로운' 선택을 방증하는 아전인수형 전기소설로 떨어졌다. 저자는 또 노산 이은상의 경우 이순신을 거룩한 우상으로 조작하고 조작된 우상은 다시 박정희를 영웅화하는 서사물이 되었다고 비판하고 있다.영웅을 이상화하고 신격화하는 것은 사실을 단순화함으로써 오히려 역사적 진실로부터 멀어지게 하는 안이한 글쓰기이다. 이순신의 참모습은 어떤 것일까? 유성룡의 천거로 삼도수군통제사가 된 이순신은 불리한 전세에서 조선수군으로 왜군의 보급로를 차단하고 지상 육군의 배후를 위협함으로써 일본군의 수륙병진전략을 타격하여 전세를 반전시켰다. 조정의 반대와 온갖 난관에도 제해권장악 전략을 일관되게 밀고 나간 냉정한 군사전략가였다. 한편 이순신은 "군율을 분명히 하고 사졸을 사랑하니 사람들이 모두 기꺼이 따랐다"(明紀律 愛士卒 人皆樂附)는 실록의 기록처럼 병사와 백성을 아끼고 사랑했으며 그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한 인간적인 군사지도자였다. 궤멸된 수군의 전투
-
[경인칼럼]아무도 다시 질문하지 않았다 지면기사
복서 알리 복귀전 첫패배 기자 고약한 질문독설인터뷰 유명 팔라치·토머스 언론 전설얼마전 與 대표 욕설에 언론사 해명성기사'기자가 질문을 안하면 대통령도 왕이 된다'1971년 3월8일 미국 뉴욕 메디슨스퀘어 가든에서 세기의 복싱 대결이 펼쳐졌다. 챔피언 조 프레이저와 도전자 무하마드 알리의 헤비급 세계타이틀전. 4년 전 베트남전쟁 징집을 거부해 타이틀을 박탈당하고 시민권까지 제한받았던 알리에게 이날 시합이 갖는 의미는 각별했다. 3년이 넘는 긴 재판에서 마침내 무죄선고를 받은 뒤 치르는 복귀전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판정패. 생애 첫 패배이기도 했다. 영혼이 쏙 빠져나간 듯 탈진하고 상심한 상태로 라커룸으로 향하는 알리를 기자들이 뒤쫓았다. 그리곤 집요하게 묻는다. "이긴다 해놓고 실컷 두들겨 맞았군요. 어떻게 설명하시겠어요?" 고약하기 짝이 없는 질문이었지만 알리는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오리아나 팔라치는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전 세계 주요 권력자들을 인터뷰한 이탈리아 언론인이다. 상대를 꼼짝달싹 못하게 묶어버리는 질문과 독설로 유명했다. 1972년 키신저 당시 미 대통령 안보보좌관으로부터 "베트남 전쟁은 실패한 전쟁"이라는 놀라운 '자백'을 받아냈다. 1979년 이란혁명을 이끈 종교지도자 호메이니와의 인터뷰는 극도의 긴장 속에서 진행됐다. 6시간에 걸쳐 아슬아슬한 줄다리기를 벌였는데 팔라치는 '현존하는 이란의 신'에게 "당신은 독재자가 아닙니까?"라며 대놓고 물었다. 리비아 최고권력자 카다피와의 인터뷰에선 "대령님이 하는 걸 봐선 스스로를 신으로 착각하는 줄 알았네요"라고 비틀었다. "가난한 국민들의 참상을 볼 때 어떤 느낌입니까?" 에티오피아 셀라시에 황제에게 날린 직격탄이다.지난 2013년 92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 헬렌 토머스는 백악관 기자실의 '전설' 또는 '고정자산'으로 불렸다. 50년 긴 세월 동안 케네디부터 오바마까지 세계를 쥐락펴락하는 10명의 미국 대통령이 그녀의 까칠하고 배려라곤 없는 질문을 받아내야만 했다. "미스터 프레지던트, 베
-
[경인칼럼]20년째 일자리타령만 되풀이하니 지면기사
'청년실업 출구 안보인다' 2001년 신문 제목 강산이 2번, 정권이 5번이나 바뀌었는데도기업경기동향조사·고용 상황 여전히 최악산업 정책 재탕·3탕에 나쁜일자리 양산 탓'청년실업 출구가 안 보인다.'2001년 11월5일자 모 주요일간지의 청년실업 특집기사 제목이다. 20~29세 청년취업자수가 외환위기 직전인 1997년의 477만명에서 2001년의 412만명으로, 불과 4년 만에 65만명이 감소한 것이다. 20, 30대도 감원시킨다며 충격이라는 반응이다.강산이 두 번 변한 지금은 어떨까? 전국경제인연합회 산하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28일 매출액 600대 기업 대상의 기업경기실사지수(Business Survey Index) 조사에서 올해 2분기(4~6월) 고용실적 BSI는 평균 80.6으로 전년도 2분기(97.6) 대비 무려 17.0p나 감소했다. 기업경기동향조사를 시작한 1980년 이래로 역대 최저이다. 실업자 수는 2000년 이후 3월 기준으로는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고용상황도 최악이다.코로나19 쇼크가 가세한 탓이나 결정적인 것은 중진국 함정이다. 개발도상국이 경제발전 초기에는 순조롭게 성장하다 중진국 수준에 도달하면 성장률이 장기간 정체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세계은행이 2006년 '아시아경제발전보고서'에서 처음 제기했다. 정부주도의 압축성장에 따른 고비용, 저효율문제를 시장메커니즘을 통한 해소에 주저하다간 어김없이 장기 저성장의 늪에 빠지는 것이다. '중진국 함정'에 빠져 경제가 퇴보하는 국가들이 대부분이다.한국에서는 1980년대 후반 이후 경제성장률이 눈에 띄게 둔화되었지만 민주화열풍에 도취된 절대다수 경제주체들이 시장경제 전환이란 수술을 거부하다가 1998년에 국제금융자본의 융단폭격을 맞았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영리주의에 근거한 '시장의 법칙'을 거부하고 성공한 사례는 단 한건도 없다. 오늘날 EU(유럽연합)의 경쟁력 둔화는 시장경제와의 힘겨루기에서 판정패를 의미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도 미국에서 시장의 힘을 맹신하는 WASP(앵글로색슨계 백인 크리스천)의 승리인
-
[경인칼럼]진영(陣營)에서 연대(連帶)로 지면기사
지구촌 좌우 이념은 정체성으로 대체 뚜렷한국사회 혼돈 천박 자본주의 질서 재생산박원순 죽음놓고도 대립 중첩된 갈등 반영포스트 코로나시대 진영 초월한 연대 절실정체성 개념은 1950년대에 심리학자 에릭 에릭슨에 의해 대중화되었고 정체성 정치는 1980년대와 1990년대의 문화정치학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정체성은 내적 자아의 가치나 존엄을 외부로부터 구분짓기 위한 개념이다. 정체성 정치는 민주화나 사회적 변혁을 위한 투쟁 등의 정치투쟁들의 상당 부분과 연관되어 있다.20세기 서구 정치에서는 주로 경제 이슈를 중심으로 좌우의 스펙트럼이 형성됐다. 좌파는 더 확실한 평등을 요구하고, 우파는 더 많은 자유를 요구했다. 물론 재분배와 사회보장을 지향하는 좌파와 정부의 크기를 줄여 경제적 간섭을 최소화하고 민간 영역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우파의 구분은 여전히 유효하다.그러나 세계적으로 좌우의 이념적 차별성은 정체성을 중심으로 한 스펙트럼으로 대체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좌파는 경제적 차원을 넘어서 성소수자, 이민자, 여성, 히스패닉, 난민 등 다양한 소외집단을 보호하는 데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우파는 인종, 민족, 종교 등에 연결된 전통적 가치를 중시하는 쪽에 초점을 맞춘다.한국사회의 이념적 스펙트럼도 복잡하게 분화하고 있다. 동성애, 젠더, 세대 등이 주요한 갈등으로 부각되면서 기존의 전통적 갈등축과 중첩되면서 사회는 지향과 목적을 상실하고 있다. 경제와 안보의 전통적 대립은 산업화와 민주화 세력 등의 전통적 갈등과도 여전히 중첩되어 있다. 친일과 반공도 쟁점축이다. 그렇다면 한국사회를 관통하는 이슈는 무엇인가. 사회의 갈등축은 어떻게 형성되고 있는가. 보수와 진보의 경쟁인가. 자유와 평등의 충돌인가. 어지럽고 혼란스러운 질서는 계층에 관계없이 무한경쟁과 물질에 포획된 천박한 자본주의 질서를 재생산하고 있다.다원화된 사회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시민지성을 통해 공론이 형성되어 사회의 가치관으로 정립된다면 소수는 소수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속한 집단과 위
-
[경인칼럼]광명·시흥 '눈물의 10년' 지면기사
MB정부때 지정한 매머드급 보금자리지구변죽만 울리다 지정 철회후 특별관리 번복주민만 골탕… 6·17 부동산 대책 낙제점속정부 추가대책엔 '새공공택지에 포함' 마땅'6·17 부동산 대책'은 낙제점을 받았다.서울과 수도권은 상승세가 여전하고, 전세는 매물을 감췄다. 국민들 마음은 탈탈 털렸다. '내 집 마련의 사다리를 걷어찼다'는 불만이 폭발했다. 30·40대도 등을 돌렸다. 여권의 든든한 지원군이 변심한 것이다. 민심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 청와대는 사과했고, 여당 대표가 두 차례 고개를 숙였다. 전문가들은 현 정부가 21차례나 대책을 내놨는데 약발은 없었다고 비판한다. 국토부는 단편 빼면 종편은 4번뿐이라고 부득부득 우긴다. 효과 검증이 실없는 차수 논쟁으로 번졌다.역대 정부의 '부동산 때려잡기'는 두 갈래다. 중과세와 규제 강화가 한 묶음인 수요 억제책과 공급 확대 방안이다. 조세와 규제는 상황에 따라 조였다 풀었다 해도 뒤탈은 별 게 아니다. 반면 공급의 변환은 후유증이 심각하다. 보상이 따르는 공공 개발은 덤이 분명하나, 바뀐 정부가 변죽을 울리거나 늘어지면 재앙(災殃)이 된다. 광명·시흥이 그렇다.이명박 정부는 2010년 광명시와 시흥시 일원 17.4㎢를 묶어 보금자리주택지구로 정했다. 함께 지정된 4개 지구와는 비교 불가한 매머드 체급이다. 분당신도시(19.6㎢) 버금가는 면적에 사업비가 23조9천억원(2010년 기준)이다. 국토부 행동대장인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시행자로 낙점됐다. 주민들은 들떴고, 지역은 요동쳤다. 장밋빛 전망이 나돌았고, 조용하던 마을이 북적였다.요란 법석은 오래가지 않았다. 스텝이 꼬였고, 나가야 할 진도는 제자리였다. 거래는 묶였고, 토지와 건물 보상은 기약이 없다. 정권이 바뀌면서 '보금자리가 애물단지 됐다'는 소문이 돌았다. 꿈은 악몽이 됐다. 불안과 불만이 폭발 지경이었다. 보상을 염두에 두고 돈을 끌어다 쓴 주민은 피눈물을 흘렸다. 정부는 4년이 지난 2014년 지구 지정을 철회했다. 재원이 부족하고 사업성이 나빠졌다고 발뺌했다. 수도권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