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4일은 '한글 점자의 날'… 일상의 글자로 점점 다가가기 [손끝에 닿지 않는 '훈맹정음'·(上)]
한글 점자의 날 '6개의 점'
박두성 선생 창안 98주년 맞아27개 약자·7개 약어 별도 표기생활필수품 포장지 점자 드물어시각장애인 10명중 1명만 습득교육기관 부족·생활 활용 한계'일상의 글자로 정착' 해외 취재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한글 점자, '훈맹정음'(訓盲正音)이 만들어진 지 올해로 98주년이 됐습니다.한글 점자를 창안한 송암 박두성(1888~1963) 선생은 인천 강화군 교동면 상용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송암은 1913년 특수교육기관이었던 '제생원'의 맹아부(현 국립서울맹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으며 시각장애인을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국내 첫 점자 교과서(일본식 점자)도 송암이 만들었죠. 시각장애인 제자들이 일본식 점자로 글을 읽고 배우는 안타까운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송암은 1921년 조선맹아협회를 조직했어요. 1926년 11월4일, 우리나라 최초 6점식 점자 '훈맹정음'은 그렇게 반포됐습니다.한글 점자는 세로 3점, 가로 2점 등 모두 6개 점 중 일부를 찍는 방식으로 문자를 만듭니다. 기본적으론 초성·중성·종성에 위치한 자모음을 풀어씁니다. 예를 들어 '점자'는 점형(점자 모양) 1개로 'ㅈ' 'ㅓ' 'ㅁ' 'ㅈ' 'ㅏ' 등 자모음을 1개씩 풀어서 나타냅니다. 초성과 받침(종성)으로 쓰이는 자음은 구분해 씁니다. 또 점자 초성의 'ㅇ'은 표기하지 않습니다.박두성 선생은 점자 읽기와 쓰기 속도를 높이고, 문장의 길이를 줄이기 위해 자주 쓰이는 약자와 약어도 별도로 표기하기로 정했어요. 한글 점자에는 27개 약자와 7개 약어가 있습니다.훈맹정음은 2020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어요. 인천 미추홀구 송암점자도서관 내 박두성 기념관에는 훈맹정음을 만들 때 사용했던 한글 점자 타자기, 한글 점자 설명서 등 관련 유물과 점자 책 초판 등이 전시돼 있어요.1936년 인천영화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박두성 선생은 시각장애인 회람지 '촉불'(1945)을 발행하는 등 1963년 인천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시각장애인을 위해 일생을 보냈죠. 인천 강화군 교동에는 그의 생가를 복원한 역사공원도 있습니다.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한글 점자를 정작 우리 시각장애인들은 일상에서 접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해열제와 진통제 등 일부 의약품을 제외하고 점자 표기가 없는 제품이 많습니다. 식품 등 생활필수품 포장지를 보면 점자를 찾기 어렵죠. 서점, 심지어 공공도서관에서도 점자 책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시각장애인이 신간 도서나 대학 교재 등을 점자 책으로 받기 위해선 점자도서관에 요청하는 방법밖엔 없어요. 이마저도 책을 받아보기까지 긴 시간이 걸립니다.현재 국내 시각장애인 10명 중 1명만이 점자를 읽고 쓸 수 있다고 해요. 점자를 배울 학교 등 기관이 부족하고, 점자를 어렵게 배우더라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일상에서 점자를 활용하기 어렵답니다.국내 점자도서관, 특수학교, 점자 책 제작 업체 등에서 훈맹정음을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하지만 점자 도서 제작 과정에서 출판사의 저작물 이용 협조를 구하기 어렵고, 제품 포장지에 점자를 추가하는 것 또한 기업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어떻게 하면 훈맹정음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일상의 글자'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을 찾고자 경인일보는 스웨덴, 미국 등을 방문해 점자 콘텐츠 제작 현장, 점자 교육 현장을 살펴봤습니다. 점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 출판 업계의 협력, 점자 교육 정책 등 우리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많아 보입니다.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이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한글 점자', 훈맹정음 이야기를 이제 시작합니다. → 그래픽 참조→ 관련기사 ("한강 읽고 싶지만…" 점자 없이는 노벨문학상도 먼 나라 이야기 [손끝에 닿지 않는 '훈맹정음'·(上)])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지난 1일 인천 미추홀구 송암점자도서관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훈맹정음' 창안자 송암 박두성 선생이 남긴 말을 점자로 읽고 있다. 2024.1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24-11-03 21:09: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