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11월 4일은 '한글 점자의 날'… 일상의 글자로 점점 다가가기 [손끝에 닿지 않는 '훈맹정음'·(上)]

11월 4일은 '한글 점자의 날'… 일상의 글자로 점점 다가가기 [손끝에 닿지 않는 '훈맹정음'·(上)]

한글 점자의 날 '6개의 점' 박두성 선생 창안 98주년 맞아27개 약자·7개 약어 별도 표기생활필수품 포장지 점자 드물어시각장애인 10명중 1명만 습득교육기관 부족·생활 활용 한계'일상의 글자로 정착' 해외 취재 누군가에게는 생소한 한글 점자, '훈맹정음'(訓盲正音)이 만들어진 지 올해로 98주년이 됐습니다.한글 점자를 창안한 송암 박두성(1888~1963) 선생은 인천 강화군 교동면 상용리에서 태어났습니다. 송암은 1913년 특수교육기관이었던 '제생원'의 맹아부(현 국립서울맹학교) 교사로 발령을 받으며 시각장애인을 가르치기 시작했어요. 국내 첫 점자 교과서(일본식 점자)도 송암이 만들었죠. 시각장애인 제자들이 일본식 점자로 글을 읽고 배우는 안타까운 현실을 외면할 수 없었던 송암은 1921년 조선맹아협회를 조직했어요. 1926년 11월4일, 우리나라 최초 6점식 점자 '훈맹정음'은 그렇게 반포됐습니다.한글 점자는 세로 3점, 가로 2점 등 모두 6개 점 중 일부를 찍는 방식으로 문자를 만듭니다. 기본적으론 초성·중성·종성에 위치한 자모음을 풀어씁니다. 예를 들어 '점자'는 점형(점자 모양) 1개로 'ㅈ' 'ㅓ' 'ㅁ' 'ㅈ' 'ㅏ' 등 자모음을 1개씩 풀어서 나타냅니다. 초성과 받침(종성)으로 쓰이는 자음은 구분해 씁니다. 또 점자 초성의 'ㅇ'은 표기하지 않습니다.박두성 선생은 점자 읽기와 쓰기 속도를 높이고, 문장의 길이를 줄이기 위해 자주 쓰이는 약자와 약어도 별도로 표기하기로 정했어요. 한글 점자에는 27개 약자와 7개 약어가 있습니다.훈맹정음은 2020년 국가등록문화유산으로 지정됐어요. 인천 미추홀구 송암점자도서관 내 박두성 기념관에는 훈맹정음을 만들 때 사용했던 한글 점자 타자기, 한글 점자 설명서 등 관련 유물과 점자 책 초판 등이 전시돼 있어요.1936년 인천영화학교 교장으로 부임한 박두성 선생은 시각장애인 회람지 '촉불'(1945)을 발행하는 등 1963년 인천에서 숨을 거둘 때까지 시각장애인을 위해 일생을 보냈죠. 인천 강화군 교동에는 그의 생가를 복원한 역사공원도 있습니다.우리의 소중한 자산인 한글 점자를 정작 우리 시각장애인들은 일상에서 접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해열제와 진통제 등 일부 의약품을 제외하고 점자 표기가 없는 제품이 많습니다. 식품 등 생활필수품 포장지를 보면 점자를 찾기 어렵죠. 서점, 심지어 공공도서관에서도 점자 책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시각장애인이 신간 도서나 대학 교재 등을 점자 책으로 받기 위해선 점자도서관에 요청하는 방법밖엔 없어요. 이마저도 책을 받아보기까지 긴 시간이 걸립니다.현재 국내 시각장애인 10명 중 1명만이 점자를 읽고 쓸 수 있다고 해요. 점자를 배울 학교 등 기관이 부족하고, 점자를 어렵게 배우더라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일상에서 점자를 활용하기 어렵답니다.국내 점자도서관, 특수학교, 점자 책 제작 업체 등에서 훈맹정음을 지키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요. 하지만 점자 도서 제작 과정에서 출판사의 저작물 이용 협조를 구하기 어렵고, 제품 포장지에 점자를 추가하는 것 또한 기업의 선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실정입니다.어떻게 하면 훈맹정음이 시각장애인들에게 '일상의 글자'로 자리잡을 수 있을까요? 그 해답을 찾고자 경인일보는 스웨덴, 미국 등을 방문해 점자 콘텐츠 제작 현장, 점자 교육 현장을 살펴봤습니다. 점자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보완, 출판 업계의 협력, 점자 교육 정책 등 우리가 앞으로 풀어나가야 할 과제가 많아 보입니다.우리나라 시각장애인들이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한글 점자', 훈맹정음 이야기를 이제 시작합니다. → 그래픽 참조→ 관련기사 ("한강 읽고 싶지만…" 점자 없이는 노벨문학상도 먼 나라 이야기 [손끝에 닿지 않는 '훈맹정음'·(上)]) /백효은기자 100@kyeongin.com※ 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지난 1일 인천 미추홀구 송암점자도서관에서 한 시각장애인이 '훈맹정음' 창안자 송암 박두성 선생이 남긴 말을 점자로 읽고 있다. 2024.1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24-11-03 21:09:22

택시 타고 왕복 3시간 '점자교육기관'… "힘들어서 결국 포기" [손끝에 닿지 않는 '훈맹정음'·(上)]

인천서 단 한 곳, 찾아가기 천리길 인천혜광학교 유일… 서울에는 5곳월 7만원 교통비 지원도 오래전 끊겨"구·권역 안되면 북부권만이라도…" 인천에 시각장애 특수학교는 인천시교육청 소속 '인천혜광학교'가 유일하다. 이곳에 입학하지 않으면 중도 성인 시각장애인들이 점자를 배우기는 그야말로 하늘의 별 따기다. 주변에서 점자를 가르치는 기관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인천혜광학교를 빼고 현재 인천에서 시각장애인들에게 점자를 교육하는 곳은 미추홀구에 위치한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 1곳뿐이다. 인천 서북부 지역인 서구와 계양구는 물론 더 멀리 있는 강화군과 옹진군 등에 거주하는 시각장애인들도 점자를 배우려면 여기로 와야 한다. 이런 시각장애인복지관이 서울에는 5개나 있고, 모두 맞춤형 점자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점자를 배우기 시작한 지 7년째라는 시각장애인 운민혜(49)씨는 강화군에 산다. 그동안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이 열지 않는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장애인콜택시로 강화군과 미추홀구를 왕복했다. 집과 복지관을 오가는 데 드는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지만 오로지 점자를 배우겠다는 일념으로 모든 걸 감내했다고 한다.그나마 10여 년 전 인천 한 사회복지단체가 점자를 배우려는 시각장애인들에게 매달 교통비 7만원을 한동안 지원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2017년부터 끊겼고, 그 이후로는 시각장애인들이 전액 부담하고 있다. 점자를 알고 싶어도 집 가까이에는 가르쳐 주는 곳이 없고, 교통비 부담도 커서 결국 점자 배우기를 포기하는 시각장애인들도 생긴다."집에서 복지관까지 가는 데만 1시간 반 정도 걸려요. 긴 시간 택시에 있는 게 힘들 때가 많죠. 영종도에서 점자를 배우러 오던 시각장애인도 있었는데 얼마 전 힘들어서 포기했어요." 운씨는 "(점자를 아는 덕분에) 평소 글도 쓰고 송암점자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는다"며 "점자를 배우려는 시각장애인은 많은데, 여건이 너무 열악하다"고 했다.사단법인 인천시시각장애인복지연합회 지회들이 각 지역에서 시각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점자 교육을 하려고 했지만, 포기했다고 한다. 지회마다 사무실 공간이 협소한 데다, 점자 교육 인력과 예산을 확보하기도 어려웠기 때문이다. 점자 교육 활성화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없이는 힘들다는 게 시각장애인들의 한결같은 목소리다.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 이순화 자립팀장은 "현재 복지관에서 시각장애인 20명 정도가 점자 교육을 받는데, 서구 검단이나 계양구 등 멀리 거주하는 분도 상당수"라며 "구별로, 또는 권역별로 점자를 교육하는 기관을 설립해 시각장애인 교육 여건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안 되면 북부권에라도 우선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2024-11-03 20:49:18

나눠진 점자 정책 소관부서, 도서 저작권도 걸림돌 [손끝에 닿지 않는 '훈맹정음'·(上)]

한글과 동등한 공식활자, 보급정책은 걸음마 국내 점맹률 90%, 중도 장애인 높은 문턱문화·장애인, 업무 주체 달라 활성화 더뎌출판사에 디지털파일 요청권, 기관 1곳 뿐 시각장애인의 문자 '점자'는 2017년 점자법이 제정되며 한글과 동등한 법적 지위를 가진 우리나라의 공식 활자로 인정받았다. 이를 토대로 정부와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은 점자를 활성화하기 위한 정책을 펴고 있지만 아직은 걸음마 단계다.■ 배우기도 써먹기도 어려운 점자보건복지부 '장애인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2020년 기준 국내 시각장애인 중 점자를 읽지 못하는 점맹률은 90.4%에 달한다. 점자를 가르치는 기관이 턱없이 부족해서다. 학령기 시각장애인은 특수학교에서 점자를 익힐 수 있지만, 중도 성인 시각장애인은 장애인복지관이나 점자도서관에서 점자를 배워야 하는데 현실은 녹록지 않다.시각장애인이 어렵게 점자를 배운다 해도 이를 일상생활에서 활용하기 어렵다. 법에서 점자 표기를 의무화하지 않아서다. 컵라면, 음료수, 주방용품과 같이 우리가 흔히 접하는 각종 생활필수품의 포장재에 점자를 넣은 '착한' 제품은 극소수다. 공공시설조차도 화장실, 층별 안내도 등에 점자가 엉터리로 표기된 경우가 많다. 총선과 대선에서는 점자가 반영된 선거공보물을 받을 수 있지만, 지방선거에서는 그럴 수 없다. 해열제, 진통제 등 일부 의약품 포장재에 제품명을 점자로 표기해야 한다고 정한 법이 시행된 것도 올해 7월이다.■ 점자 정책, 수립 따로 시행 따로문화체육관광부는 국내 점자 정책의 뼈대인 '점자발전기본계획'을 2019년부터 5년마다 수립하고 있다. 올해 발표된 제2차 점자발전기본계획에는 성인 시각장애인도 점자를 배울 수 있도록 전국 17개 시·도마다 점자교육원을 두도록 했다. 점자 도서 등을 제작하는 지역 점자도서관이나 장애인복지관에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내용도 담겼다.이를 토대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지자체 문화정책 관련 부서가 점자 활성화 정책을 수립하는데, 정작 업무는 보건복지부와 지자체 장애인 복지 관련 부서가 수행하고 있다. 인천시도 점자기본계획은 '문화정책과'가 수립하지만 점자 도서를 만들고 점자 교육을 진행하는 송암점자도서관은 '장애인복지과'에서 관리하고 있다. 정책 수립과 업무 수행을 하는 주체가 나뉘어 있어 점자 활성화에 제약이 생긴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 출판업계 협조 없인 점자책 제작 어려워점자 도서를 늘리려면 무엇보다 출판사들의 협조가 필요하다. 인천엔 송암점자도서관과 인천혜광학교가 시각장애인들의 요청을 받아 책을 점역(점자로 번역)하고 있는데, 출판사로부터 디지털 파일을 제공받지 못해 이 작업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책을 스캔한 뒤 오류를 찾거나 일일이 컴퓨터에 텍스트를 옮겨 적어야 하기 때문이다.반면, 국립장애인도서관은 디지털 파일을 제공받은 뒤 점역 프로그램을 이용해 곧바로 점자 책을 만든다. '도서관법'에 따라 국립장애인도서관은 디지털 파일을 출판사에 요청할 수 있다. 그러나 점자 도서를 만드는 전국의 학교 등 기관들은 이를 요청할 권한이 없다.국립장애인도서관 관계자는 "출판사로부터 디지털 파일을 받는 것은 저작권과 밀접한 연관이 있어 현재로선 국립장애인도서관만 가능한 상황"이라며 "국립장애인도서관은 점자 도서를 만드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진 않는다"고 말했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

2024-11-03 20:49:00

"한강 읽고 싶지만…" 점자 없이는 노벨문학상도 먼 나라 이야기 [손끝에 닿지 않는 '훈맹정음'·(上)]

한글 점자의 날 '6개의 점' 시각장애인들 배워도 제대로 쓸 수 없는 환경"점자책 준비된 서점 찾기 어려워…""생필품·가격표에라도 표기 됐으면…"음성번역 발달해도 기초소통 수단인천 미사용 32%, "배움 어려워" 25%"우리나라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탔다는데, 당연히 저도 읽어보고 싶죠. 근데 국내 어느 서점이든 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책이 준비됐을 리가 있나요…."지난달 25일 기자와 함께 인천 미추홀구 한 지역 서점을 둘러보던 시각장애인 김경숙(68)씨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채식주의자'와 '소년이 온다' 등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자인 한강 작가의 점자 표기 없는 밋밋한 책 표지를 손으로 더듬으며 이렇게 말했다. 김씨는 2011년 5월 심장 수술을 받은 뒤 급격하게 시력을 잃어 좌절할 수밖에 없었던 중도 성인 시각장애인이다. 마음을 다잡고 세상과 다시 소통하고자 점자를 배운 게 벌써 13년 전이다. 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꾸준히 점자를 익혀 이제는 전문가나 다름없지만, 정작 일상에서 점자를 쓸 일이 거의 없어 속상한 마음뿐이다. 김씨는 "아직도 우리 사회는 시각장애인들의 일상을 위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어느 편의점을 가도 내가 고른 캔 음료가 사이다인지 콜라인지, 과자가 감자 맛인지, 초콜릿 맛인지 쉽게 구별할 방법이 없다"며 "심지어 급하게 약을 살 때도 두통약인지, 소화제인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만 알 수 있다"고 했다. 인도 곳곳에 끊기거나 잘못 표시된 점자 블록도 그에겐 크나큰 벽이다.시각장애인들이 점자를 알아도 제대로 쓸 수 없는 환경이다. 우리의 귀한 자산인 훈맹정음이 외면받는 이유다. 인천시가 지난해 11월 완료한 '인천시 점자·수어 사용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113명)의 32.8%(37명)가 점자를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이유는 '점자를 대체할 방법들이 있어서'(46.8%)였지만, '새로 점자를 배우기 어려워서'(25.5%) 또는 '점자가 필요하지 않아서'(23.4%)라는 응답자도 많았다. → 그래프 참조김씨와 같이 점자를 배운 시각장애인들은 최근 음성 번역 등 대체 수단이 늘어나더라도, 결국 시각장애인들에겐 점자가 가장 기초적인 의사소통 수단이라고 입을 모은다. 그들도 언제든 자신의 생각이나 일상을 자유롭게 기록하고, 다른 사람이나 전자기기 도움 없이 정보를 얻을 권리가 있다는 것이다. 미국, 유럽 등 여러 국가가 점자 교육과 점자 콘텐츠 활성화에 주력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인천시각장애인복지관 이순화 자립팀장은 "일본에 가보니 마트에서 샴푸가 '원 플러스 원'(1+1) 행사 중이라는 것도 점자로 알려주더라"며 "모든 상품, 모든 장소에 점자를 표기하면 이상적이지만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것을 안다. 적어도 생필품에, 그것도 힘들면 상품 하나하나가 아닌 마트 가격표에라도 점자 스티커를 붙이는 등 작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희연기자 khy@kyeongin.com※위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작성했습니다.지난달 25일 인천 미추홀구 한 지역 서점에서 시각장애인 김경숙씨가 점자 표기가 없는 일반 서적들을 둘러보고 있다. 2024.10.25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시각장애인들을 위한 점자 책이나 음료에 표기된 성분 표시 등 생활에 필요한 정보들이 부족한 현실이다. 사진은 점자책을 읽는 한 시각장애인. /경인일보DB

2024-11-03 20:48:44
급식실의 미래 '조리 로봇'… 반가운 안전, 불안한 고용

급식실의 미래 '조리 로봇'… 반가운 안전, 불안한 고용

인천 최초 도입 운영 시연회 인화여중서 치킨·볶음밥 만들어화상 위험·발암물질 노출 등 감소세팅·세척 추가업무 불편 우려도학교 급식 조리실무사의 노동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인천형 급식 조리로봇'이 인천에 도입됐다. 화상 등 위험이 줄어들 것이란 기대와 함께 노동 강도를 줄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지난 1일 오후 3시께 미추홀구 도화동 인화여자중학교에서 인천형 학교 급식 조리로봇 시연회가 열렸다. 조리로봇 2대가 시연회에서 치킨과 볶음밥을 만들었다. 조리실무사들은 화구 앞이 아닌 로봇 옆에 있는 시스템 제어판 앞에서 조리 과정을 관리했다. 조리실무사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로봇 팔'이 솥 내부를 휘저었고, 어느덧 음식이 완성됐다.인화여중은 볶음 요리 전용 로봇과 튀김·국·찌개를 만드는 복합 기능의 로봇을 1대씩 도입했다. 조리로봇은 조리실무사를 대신해 여러 음식의 조리 과정을 수행한다. 화상 위험, 발암물질 노출 등을 줄일 것으로 인천시교육청은 기대하고 있다.조리실무사들은 폐암 등 여러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고온다습한 급식실 환경과 기름을 조리할 때 발생하는 발암물질 '조리 흄(Fume)'이 가장 큰 발병 원인으로 꼽힌다. 인천시교육청은 2022~2023년 6명의 조리실무사가 폐암에 걸린 것으로 집계했다.(7월 10일자 8면 보도=급식실 조리로봇 도입 '기대 반, 우려 반')이날 시연회에 참석한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조리실무사들의 안전은 좋은 급식을 만들기 위한 선결 조건"이라며 "이번 조리로봇 도입이 안전하고 맛있는 급식을 만들기 위한 토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조리로봇이 격무에 시달리는 조리실무사들의 일손을 덜어주는 데 많은 도움을 주지 못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인화여중에서 4년째 조리실무사로 일하고 있는 유경숙(58)씨는 "조리로봇을 사용하면 뜨거운 솥에 가까이 붙어 조리할 필요가 없다. 화상 위험이 줄고 역한 냄새도 덜하다"면서도 "로봇 세팅이나 세척은 결국 조리사의 몫이기 때문에 추가 업무가 생기는 불편함이 있다"고 말했다.부족한 조리실무사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 급선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3년간 학교 급식실 종사자 중 1만4천여 명이 퇴사하면서 많은 학교에서 인력난을 겪고 있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인천지부 강영옥 남동지회장은 "조리로봇 1대를 도입하는 데 수억원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인력 충원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며 "조리로봇이 조리실무사들의 노동 강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현장 의견을 수렴해야 한다"고 했다.이와 관련해 인천시교육청 관계자는 "예산 문제로 단기간에 많은 로봇을 도입하기는 쉽지 않다"며 "내년에 조리로봇 확대 계획을 수립할 것"이라고 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지난 1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화여자중학교에서 열린 '인천형 학교 급식 조리로봇' 시연회에서 로봇이 조리를 하고 있다. 2024.11.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1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인화여자중학교에서 열린 '인천형 학교 급식 조리로봇' 시연회에서 조리원이 로봇의 조리 매뉴를 설정하고 있다. 2024.11.01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24-11-03 19:31:54
인천퀴어문화축제 무지개빛 외침… 300명 시민

인천퀴어문화축제 무지개빛 외침… 300명 시민 "차별금지법 제정을"

부평역 일대 성소수자·지지자 모여'프리허그' 팻말 등 들고 행사 참여가족과 나들이 온 시민·학생들도이동환 목사 "희망 포기 말고 행진" "차별금지법 제정하라!"지난 2일 오후 2시께 인천 부평역 일대가 성소수자(LGBTQ+)를 상징하는 무지개빛으로 물들었다. 제7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여한 300여 명(경찰 추산)은 무지개가 그려진 옷을 입거나 무지개 깃발 또는 부채를 들고 성소수자의 인권 향상을 촉구했다.서울에서 온 전현우(22)씨는 "다른 성소수자들을 만나고 나의 성적 지향성과 성 정체성을 마음껏 드러내도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으니 마음이 무척 편안하다"며 "오늘 하루만이 아니라 1년 365일 내내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드러내는 것이 두렵지 않은 세상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성소수자 인권 운동을 한다는 이십일(활동명·25)씨는 서로를 사랑하자는 의미로 '프리 허그'(Free Hug)가 적힌 팻말을 들고 축제에 참여했다.성소수자만 이 행사에 참여한 건 아니다. 5살 딸, 아내와 함께 축제를 찾은 어광득(37·인천 서구)씨는 "사회 편견과 차별에도 굴하지 않고 자신들의 모습을 드러내고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멋져 보인다"며 "내 딸도 다른 사람들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성인으로 자랐으면 해서 축제에 처음 참여했다"고 말했다.대학 동기들과 함께 축제에 참여한 김유나(24)씨는 "간호학과에 재학 중인데 '젠더와 건강'이라는 과목에서 성소수자를 환자로 만났을 때 의료인으로서 필요한 지식 등을 배우고 있다"며 "성소수자에 대한 이해를 높여보라고 교수님이 과제를 내주어 축제에 참여했는데, 신나고 재밌어서 내년에도 오고 싶다"고 말했다.이날 행사에는 2019년 인천퀴어문화축제에서 축복 세례식을 진행했다가 기독교대한감리회 경기연회에서 정직 처분을 받은 이동환 목사도 참여했다.(9월2일자 6면 보도=민변 "법원, 일부 개신교 신자들의 성소수자 혐오에 면죄부") 그는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가 만연한 이런 때일수록 오늘처럼 다 함께 희망을 포기하지 말고 즐겁게 노래하고 춤추며 행진하자"고 말했다.인천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지난해 기독교 단체가 구청의 광장 사용 규칙을 어기고도 부평역 광장 사용을 승인받은 것에 반발하며 올해는 집회 신고만 하고 광장에서 축제를 열었다.(10월10일자 6면 보도)비슷한 시간에 주변 부평역 역전광장에서는 기독교 단체 1천800여 명(경찰 추산)이 모여 퀴어문화축제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퀴어문화축제 거리행진(퍼레이드)이 진행된 부평대로 일대에서도 반대 집회가 열렸으나,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선아기자 sun@kyeongin.com2일 오후 인천시 부평구 부평대로 일대에서 열린 제7회 인천퀴어문화축제에 참석한 사람들이 행진하고 있다. 2024.11.2 /조재현기자 jhc@kyeongin.com

2024-11-03 19:30:37

"인천시, 인권보호관회의 권고 수용해 장애인 이동권 보장해야"

인천시 와상 보장정책 미비 '침해' 판단에 시민단체 환영 입장 인천 장애인단체들이 와상 장애인의 이동권 보장을 권고한 인천시 인권보호관회의 권고(11월1일자 4면 보도="와상 장애인 이동권 보장하라"… 인천 인권보호관회의 대책 권고)에 환영 입장을 밝혔다.인천장애인차별철폐연대(이하 인천장차연)는 지난 1일 이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며 "인천시는 인권보호관회의의 권고를 즉각 수용하고 와상 장애인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촉구했다.최근 인천시 인권보호관회의는 와상 장애인을 위한 이동권 보장정책이 없는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이와 함께 병원 진료 시 구급차를 이용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장애인 건강권을 위한 조례 제정 등을 인천시에 권고했다.그동안 와상 장애인은 병원 진료 등을 위해 외출할 때 15만원 안팎의 비용이 드는 사설 구급차를 이용해야 했다. 기본요금이 1천200원에 불과한 장애인 콜택시는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이 탑승하도록 돼 있어, 침대형 휠체어를 이용해야 하는 와상 장애인이 이용할 수 없었다. 사설 구급차 이용에 따른 지원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인천장차연은 "와상 장애인은 이동권 측면에서 가장 열악한 상황에 있다"며 "시민의 이동권 보장은 예외 없이 인천시가 마땅히 이행해야 할 책무"라고 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을 위한 콜택시는 존재하지만 와상 장애인들을 위한 공공교통수단은 없는 실정이다. 사진은 장애인콜택시. /경인일보DB

2024-11-03 19:29:29
잇따른 압수물 횡령에… 인천경찰청 전수조사 '기록·실물 모두 일치'

잇따른 압수물 횡령에… 인천경찰청 전수조사 '기록·실물 모두 일치'

인천경찰청이 사건을 수사하면서 압수한 현금 등을 전수 조사한 결과 온전하게 관리 중인 것으로 파악했다.인천경찰청은 지난달 산하 10개 경찰서와 1개 경찰단 등을 대상으로 압수물 전수 조사를 진행했다며 3일 이같이 밝혔다. 압수물 대장의 기록과 보관 창고에 있는 실물이 일치하는지 확인하는 방식으로 총 73건의 수사에서 압수한 18억여원이 이상 없이 보관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경찰이 마약, 도박, 절도 등 혐의로 수사를 진행하면서 압수한 원화와 달러화 등 현금이 조사 대상이었다.이번 전수 조사는 서울에서 경찰관이 압수물을 횡령한 사건이 계기였다. 강남경찰서 소속 A경장은 지난 6월부터 최근까지 압수물 관리를 담당하면서 3억원 상당 압수물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달 구속됐다. 같은 달 서울 용산경찰서 소속 B경사도 자신이 수사한 보이스피싱 사건의 압수물을 훔친 혐의로 구속됐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잇따르면서 사건 담당 경찰관들이 특별한 제한 없이 입고된 압수물을 출고할 수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됐다.인천경찰청은 전수 조사를 계기로 압수물 관리 시스템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전수 조사에 앞서 매달 압수물에 대한 점검을 진행해왔다"며 "인천 전 경찰서에선 최근 서울에서 발생한 횡령 등이 없는 것으로 확인했다"고 말했다. /정운기자 jw33@kyeongin.com

2024-11-03 19:28:35

중부고용청, 37개 기업서 임금체불 94억원 적발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급하지 않은 업체들이 노동당국에 대거 적발됐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인천·경기·강원 지역 44개 기업을 대상으로 지난 1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기획감독을 실시해 37개 기업, 94억원의 임금체불 사실을 최근 적발했다.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거나 시정 지시에 응하지 않은 7개 기업에 대해선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이번 기획감독은 지난해 12월 11일부터 3주간 고용노동부 노동포털에서 운영된 '재직근로자 임금체불 익명신고센터' 제보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37개 기업에서 발생한 체불임금은 94억원, 피해 노동자는 1천806명에 달했다. 중부노동청과 각 지청이 시정조치를 내려 16억원이 청산됐다. 임금체불이 발생한 이유로는 업체의 경영난, 통상임금 과소 산정, 법령 무지, 노무관리 소홀 등으로 조사됐다. A사는 거래처에서 100억여원의 결제대금을 받지 못해 근로자 59명의 임금 1억8천만원을 체불하고 있었으나, 기획감독이 시작되자 체불임금 전액을 청산하기도 했다.고용노동부는 오는 15일까지 임금체불 익명제보센터를 추가로 운영한다. 건설근로자는 건설근로자공제회에서 운영하는 '전자카드 근무관리 모바일앱'을 통해서도 제보할 수 있다. 민길수 중부노동청장은 "앞으로도 적극적인 직권조사와 기획 감독을 실시해 임금 체불을 근절하겠다"고 말했다. /송윤지기자 ssong@kyeongin.com

2024-11-03 19:28: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