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직·임신 등 예외 많고 바우처 사용가능 ‘실효성’ 논란
“눈치보여” “편가르는 탁상행정” 부모간 갈등조장 지적


“대체 뭐가 바뀐다는 거죠. 엄마끼리 싸움만 부추기고 있잖아요.”

정부가 내년부터 ‘취업모’와 ‘미취업모’로 나눠 전업주부 0~2세 자녀의 어린이집 이용시간을 하루 7시간 안팎으로 줄이는 맞춤형 보육정책을 추진하면서 부모들 간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모든 아이에게 종일반(12시간) 보육료를 지원하는 기존 정책을 ‘전업주부’에 한해 어린이집 이용 시간을 6~8시간으로 제한하는 정책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전업주부라고 해도 구직, 다자녀, 임신, 질병, 재학 등으로 장시간 아이 보육이 필요한 경우 종일반을 이용할 수 있는 데다, 추가이용이 필요한 경우 월 15시간 긴급 보육 바우처를 쓸 수 있도록 돼 있어 사실상 현 정책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보건복지부 역시 2016년 보육료 예산안 내 종일반 이용규모를 현재의 80%로 추산하고 있어 보육시간 제한 정책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내년에 15개월짜리 딸을 어린이집에 보낼 예정인 이연희(가명·32·전업주부)씨는 “전업주부라도 부업·아르바이트 등 부가적인 일과 집안일을 하면 장시간 아이를 보낼 경우도 있는데 (전업주부가) 유연하게 시간을 활용하는 데 눈치를 보게됐다”고 토로했다.

2살 짜리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고 있는 김지연(가명·35·사무직)씨는 “워킹맘이라고 해도 12시간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곳도 없을 뿐더러 아이를 오래 맡기면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데 대체 뭐가 바뀐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현장 사정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이 만든 제도 같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이 참여하는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어느 부모가 이유 없이 어린 아이를 어린이집에 장시간 맡기고 싶어 하냐, 전업주부와 워킹맘을 나누는 것부터 잘못됐다’, ‘편 가르기 해서 싸움만 부추기고 있다. 보육시설을 늘려 종일반과 시간제 보육반을 따로 운영하지 않는 한 달라질 게 없는 탁상행정일 뿐이다’, ‘전업주부만 죄짓는 느낌을 주는 정책’이라는 비난 글이 올라왔다.

보건복지부는 “아이들이 질 좋은 보육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라며 “맞춤형 지원으로 절약한 예산으로 보육교사 처우개선비를 인상하는 등 지속 가능한 무상보육 실현을 위한 방안을 다각적으로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윤설아기자 sa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