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수년간 전세 품귀 현상 속에 전세 가격이 고공행진하는 가운데 은행권의 전세자금 대출이 약 5년간 9배 넘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KEB하나·우리·농협·기업 등 6대 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주택도시기금 전세대출 제외)은 2010년 말 2조281억원에서 올 8월 현재 18조4천925억원으로 9배 넘게 늘었다.

신한은행이 4천779억원에서 7조2천643억원으로 15배 이상으로 늘어 6대 은행 중 증가폭이 가장 컸다.

농협은행은 788억원에서 1조777억원으로 14배 가까이 뛰었고, 기업은행도 821억원에서 6천939억원으로 8배 넘게 올랐다.

KB국민은행은 5천376억원에서 4조1천772억원으로 8배 가까이, 우리은행은 6천583억원에서 4조4천982억원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지난 1일 하나·외환은행의 통합으로 탄생한 KEB하나은행도 4배가 넘게 증가했다.

잔액 총액별로는 신한은행, 우리은행, 국민은행, 농협은행, KEB하나은행, 기업은행 순으로 많다.

올해 들어서도 이들 6대은행의 전세자금 대출 잔액은 15조8천146억원에서 18조4천925억원으로 16.9% 증가했다.

전세 대출이 급증한 이유는 전세가격이 가파르게 올랐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2011년 8월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 평균가격은 2억5천615만원에서 올해 8월 3억5천763억원으로 4년 만에 1억원 넘게 올랐다.

반면에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같은 기간 5억4천373억원에서 5억1천213억원으로 오히려 3천만 원가량 떨어졌다.

가파른 전셋값 상승 속에 서울지역의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은 70%에 이르렀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수도권 주택형의 전세가율이 90%를 넘은 곳도 지난달 전세 거래의 12%나 됐다.

KB국민은행 임채우 부동산 전문위원은 "가을과 겨울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수요가 살아있는 반면 입주물량은 부족해 전세가격이 앞으로도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며 "당분간 전세자금 대출도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전체적인 시스템 문제로까지 비화하진 않겠지만 전세가격이 매매가에 견줘 올라가는 추세여서 일부는 '깡통전세'가 될 위험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전세의 월세 전환 등으로 전세 물량이 점점 부족해지기 때문에 전세가격은 계속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