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대 에리카캠퍼스 축제
‘고영욱’등 범죄자 이름메뉴
곱창 + 튀김 ‘엽기적인 구성’
“경각심 위해” 이유도 황당
학교측 사과·남은 일정 취소


도내 한 대학교 학생들이 축제 행사를 벌이면서 엽기적 주점을 열었다가 문제가 돼 하루만에 축제가 취소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

23일 한양대학교 ERICA 캠퍼스 등에 따르면 지난 22일부터 진행된 가을 축제인 ‘밀물제’에서 50여개의 학생 주점 가운데 한 주점에서 살인범 ‘오원춘’의 이름이 담긴 메뉴가 등장했다.

문제가 된 이 주점은 2~3학년 학생 6명이 주축이 돼 운영한 ‘방범 주점’으로 22일 오후 7시부터 다음날 오전 1시까지 운영하며 ‘오원춘 세트’ ‘고영욱 세트’ 등의 안주와 술을 판매했다.

학생들이 주점관리주체인 동아리 연합회에 제출한 사전 신청서에는 유럽형 맥줏집인 펍(PUB) 콘셉트로 맥주와 함께 새우튀김, 나초 등을 판매할 것으로 돼 있었으나, 당일 임의로 메뉴를 변경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원춘 세트’라고 명칭된 메뉴는 곱창과 튀김으로 구성된 것으로 주점을 찾은 학생들에게 판매했다.

동아리 연합회는 주점 영업시작 당시 공연행사 진행으로 해당 주점운영의 문제점을 인지하지 못했다가 공연 행사가 끝난 자정께 자체 단속을 벌이던 중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인지·주점철거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점을 운영한 학생들은 학교 측에 “자신들의 안일한 판단 때문에 축제 자체가 취소된 것에 대해 학교와 학우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라며 “경각심을 위해 범죄자를 혼내주는 콘셉트로 기획했는데 많은 분께 상처를 드리게 돼 사과드린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측은 사과문을 통해 “문제의 주점은 곱창과 튀김을 묶은 메뉴의 이름을 ‘오원춘 세트’라고 하는 등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비난에 대한 책임을 통감해 축제 취소 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한편, 오원춘(43·중국국적)은 지난 2012년 4월 수원의 한 골목을 지나던 20대 여성을 끌고 가 성폭행하려다 실패하자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혐의(살인, 사체손괴 등)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안산/김환기기자khk@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