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대대로 중국 속국입니다. 그래서 조선 궁궐도 자금성 화장실 크기 밖에 되지 않습니다.”

23일 낮 12시께 10여명의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중국인 가이드와 함께 수원 화성행궁을 찾았다. 가이드는 유커들에게 화성행궁에 대해 설명하면서, 중화(中華)사상을 기반으로 설명하고 있었다.

가이드는 유커들에게 “행궁을 지은 정조는 중국의 신하, 그래서 행궁을 포함한 다른 궁궐도 자금성 화장실 크기(실제로 경복궁은 자금성의 3분의2 크기)밖에 되질 않는다”며 “당시 조선인들은 중국을 섬기는 마음으로 청나라 사신이 지나갈 때 고개도 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대로 고조선과 고구려를 포함한 한국은 중국의 지방정권이었다”며 “정조의 할아버지인 영조는 자식을 죽인 피도 눈물도 없는 인물”이라는 설명도 곁들었다.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가이드 때문에 유커들에게 한국의 역사와 문화가 잘못 전달되고 있다. 중국 관광객들을 상대로 하는 가이드 상당수는 무자격자로, 한국에 대한 특별한 교육없이 유커들을 상대로 돈벌이에만 치중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자격증을 보유한 가이드 가운데 84%는 중국 국적자 또는 귀화자, 대만 국적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무자격 중국인 가이드는 1만명으로 추정되고 있고 이 가운데 매달 평균 60여명이 적발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여행업계 관계자는 “유커들은 다시 늘어나는데 이들을 안내하는 한국인 가이드는 턱없이 부족하다”며 “한국인이 가이드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중국어 능력시험 5급 이상을 취득해야 하는 등 진입 장벽이 너무 높아 무자격 중국인 가이드가 늘어나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