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되풀이되는 추석 길 쓰레기 대란이 올해도 벗어나질 못하고 있다. 성숙된 시민의식이 실종된 귀경길 모습이다. 3만달러 소득이란 선진 국민의 의식으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부끄러운 수준이다. 누구도 쓰레기를 집으로 가져가려는 사람은 눈을 씻고 봐도 없었다. 넘쳐나는 볼썽사나운 쓰레기와 악취가 진동해 코를 싸쥘 수밖에 없었다.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쓰레기에선 오물까지 흘러 주차도로에 악취를 풍겼다. 이 같은 광경은 쉼터도 마찬가지다. 먹다남은 음료수나 과자봉지 등을 마구 버려 졸음쉼터는 아예 악취가 풍기는 쓰레기장으로 변했다. 심지어 차량운행중에도 창밖으로 쓰레기를 던지는 바람에 뒤를 따르던 차량들이 사고 위험에 맞닥뜨리는 사례까지 빈번, 귀경길은 온통 쓰레기 투기장이 됐다.

휴게소는 쓰레기 분리수거 장소가 있으나 마나다. 아무곳에나 담배꽁초, 캔과 종이컵 등이 널려있어 귀성객들의 발에 차일 정도였다. 고속도로 이용객들이 쓰레기를 지정장소가 아닌 곳에 무단 투기할 경우 범칙금 5만원이 부과되지만 단속은 있으나 마나다. 고속도로의 쓰레기 무단 투기량은 하루 400여만대 기준, 평균 23t가량으로 평일에 비해 70%나 많은 양이다. 더구나 올 추석엔 1일 최고 500만대를 넘어서 쓰레기량도 지난해보다 20%이상 늘어났다. 지난해 고속도로에서 발생한 쓰레기 무단투기량은 무려 4천900여t이나 된다. 처리비용만 825억원에 달했지만 무단투기 적발 건수는 단 1건도 없었다. 범칙금이 있어도 이동하며 버리는 데다 명절이란 특수성때문에 단속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명절마다 벌어지는 이 같은 풍경은 이제 낯설지도 않다. 자신의 양심까지 쓰레기처럼 버리는 악습임에도 늘 반복되고 있다. 귀성길이 가족과 같이 동행하는 만큼, 아이들이 어른들에게서 배울 것이라곤 법을 어기는 부모들의 일그러진 모습일 것이다. 외국관광객을 유치하는데도 성숙된 시민의식은 필수다. 아무리 관광상품이 좋고 볼거리가 많더라도 내재된 시민의식이 없으면 국격은 땅에 떨어지고 만다. 우리의 자화상이기 때문이다. 어떤 외교성과보다도 국민 각자의 성숙된 시민의식은 무형의 값진 자산이다. 관광객이 무얼보고 갈지 개탄스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