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대로였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대한 반응이 신통치 않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중국 국경절을 맞아 한국을 찾는 유커들의 지갑을 열게하고 나아가 내수 소비 활성화를 위해 정부 주도로 마련된 행사다. 당초 백화점·대형마트 등 2만6천여 개 업체가 이 행사에 참여해 내수를 진작할 것이란 기대가 높았었다. 그러나 걱정대로 백화점만 북적거렸을 뿐, 전통시장까지 소비심리를 회복시키기에는 무리였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인기가 높은 고급 가전제품이나 화장품 등은 할인품목에서 빠졌으며 가격 역시 정기세일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는 것이 문제였다.
블랙 프라이데이가 지지부진한 것은 너무 갑작스럽게 실시한 게 문제였다. 충분한 사전준비 없이 저질러 놓고 보자는 ‘한탕주의’가 부진의 원인이었다. 특히 제조업체 참여 없이 유통업체 중심으로 행사가 진행된 것은 패착이었다. 미국의 블랙 프라이데이는 제조업체들의 재고털기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조업체가 80%이상 가격을 내려 대방출에 나서니 유통업체도 할인폭을 크게 낮출 수 있는 것이다. 또 행사가 성공하려면 제조업체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한데 정부가 이를 간과했다. 물론 삼성전자·LG전자가 각각 직영점·대리점을 통해 이번 행사에 동참하는 시늉을 보였지만 실질적인 할인 폭은 최대 10%에 불과했다. 이 정도 할인폭으로 실효를 거두기란 어렵다.
하지만 가능성은 보여주었다.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다.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는 오랜기간 시행착오를 거쳐 정착한 할인행사다. 이번 한번으로 블랙 프라이데이를 정착시키려 했다면 이는 지나친 욕심이다. 이번 행사도 업계와 더 긴밀히 협의하고, 전통시장도 염두에 두는 등 꼼꼼히 준비했더라면 내수 진작과 소비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었을 것이다. 메르스 이후 중국인 관광객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번 행사가 충분한 시간을 갖고 국가적 그랜드 세일행사로 실시됐다면 하는 아쉬움이 크게 남는 것도 그런 이유다. 내년 행사에는 제조업체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묘안을 짜내야 한다. 아직 행사기간이 남아 있는 만큼, 주도면밀하게 지켜 보면서 다음 행사의 성공을 위해서라도 무엇이 문제였는지 되짚어 보길 바란다.
‘소문만 난 잔치’된 한국판 블랙 프라이데이
입력 2015-10-04 22:21
수정 2015-10-07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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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0-05 1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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