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동조합, 학교급식 납품 입찰 단계부터 ‘제동’
축산농민들 제도 본격 시행 앞두고 ‘불안감’
학생들 안전한 먹거리 위협하는 일 없어야


심재호부국장님
심재호 경제부장
소기업·소상공인들의 구매촉진과 판로지원을 위해 도입된 ‘중소업자 우선 조달제도’가 예상치 못한 늪에 빠져 최근 법 개정 논란에 시달리고 있다.

당초 이 제도는 소기업 또는 소상공인들에게 조달 구매 시 일정 금액 범위를 이들만의 고유영역으로 인정해 계약 우선권을 주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세부적으로 계약금액 기준 1억 원 미만으로 비교적 영세 영역에서 일반제품을 공공기관과 조달계약 체결 시 이들만의 리그로 만들어주자는 것이 입법 내용의 핵심이다.

대기업 또는 중견기업들의 무차별 시장 진입을 막고 혹시 있을지 모를 규모 기업의 시장 간섭을 아예 차단하고자 만든 것이다. 대형마트와 쇼핑몰 등 규모 경제가 판치는 최근 시장 흐름속에 기 눌린 소상공인, 소기업 등을 위한 배려가 돋보이는 법 취지야 말로 정말 환영받아 마땅하다.

다만 법 시행 초기부터 예상치 못한 문제점이 나와 아쉬움을 남긴다. 일정 계약금액 영역에 농민을 대변하는 생산자단체(협동조합)가 납품하는 비교적 큰 덩어리의 축산물 등이 계약금액 초과 구간으로 예외없이 밀려나야 할 위기를 맞게 된 것이다.

다시 말해 농민들의 자조 조직에 따른 특별법으로 설립된 협동조합의 학교급식 납품이 입찰 참가 단계부터 제동에 걸리는 암초를 만난 것이다. 그 강도가 시행청의 제도 이행 권고 공문 한방에, 한 달 동안 무려 도내 15개 학교의 납품 계약이 취소되고 38개 학교에서 급식 입찰 참가를 제한받고 있다니 놀랍다.

더욱이 도내 축협의 학교 급식납품 사업의 99%가 영향을 받는 심각한 위기 상황에서 축산 관련 조합들이 생계(운영)를 걱정할 정도로 심각하다. 사육두수가 아직은 전국 평균을 웃돌 정도로 지역 경제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는 도내 축산농가들 역시 이 제도 본격 시행에 앞서 불안감을 내비치고 있다.

이 상황에서 학교급식 지원을 위한 질 향상 보조금과 장려금까지 지원해가며 안전한 먹거리 생산에 공을 들여온 경기도와 생산자 단체들의 그간 노력 역시 허사로 끝나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법 시행청은 눈앞에 당장 드러난 문제점 뿐 아니라 학생들의 안전 먹거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사회적 파장까지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엄격한 법 시행만을 지나치게 강조해 그 피해가 농가소득 감소로 이어지고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생겨서는 곤란하다. 다행히 농업계 불만이 수면 위로 드러나자 철저한 제도 이행 권고에 나섰던 해당 기관은 당장은 한발 물러서 추이를 관망 중이다. 뒤늦게나마 시행령을 통해 ‘특정한 성능, 기술, 품질 등 예외사유의 경우 입찰발주 공공기관이 판단 여지를 갖는다’고 명시해 입장 선회에 나섰기 때문이다.

농업계가 일단은 한숨을 돌린듯 보이지만 언제든 여지의 불씨를 남겨두고 있어 농민들의 불안감은 완전히 잠재우기엔 여전히 부족해 보인다. 어떤 경우든 FTA 등 시장개방으로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민들이 상처를 받는 일이 있어서는 곤란하다. 지금 사회는 소기업 소상공인들의 시장을 보호하는 일만큼이나 농민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일도 중요해 보인다. 아울러 아이들의 식탁에 안심 먹거리를 올리는 일을 우선으로 본다면 거기에 명쾌한 답이 있을 수 있다.

/심재호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