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부회장 측은 "부친에 대한 감시를 중단하라"고 요구한 반면 신동빈 회장 측은 "신 총괄회장을 이용한 불필요한 논란을 멈추라"고 강하게 맞받았다.
신 전 부회장은 이전과는 달리, 조직적인 공세를 취하고 신 회장 역시 한 치의 물러섬 없이 대응하고 있어 롯데 경영권 분쟁이 갈수록 격화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신 총괄회장은 이날 호텔롯데 34층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후계자는 장남이 될 것"이라며 신 전 부회장의 롯데그룹 경영 지지를 밝혔다.
신 총괄회장이 기자들과 공개적으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신 총괄회장의 이런 발언은 공개적으로 장남을 지지하는 것으로 현재 한국과 일본에서 진행 중인 신동주·동빈 형제의 경영권 관련 소송에 영향을 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신동주 전 부회장이 대표로 있는 SDJ코퍼레이션은 16일 낮 12시께 보도자료를 통해 "신격호 총괄회장이 신동빈 회장에게 자신의 롯데호텔 집무실 주변에 배치한 직원을 해산하고 CCTV를 철거할 것을 요구하는 내용의 친필 서명이 담긴 통고서를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롯데그룹은 국내 한 언론사가 신동주 전 부회장을 따라 신격호 총괄회장 집무실로 들어가 신 총괄회장을 인터뷰한 이후 신 총괄회장 집무실의 제3자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왔다.
통고서는 ▲신 총괄회장의 승낙을 받은 사람의 통신·방문 방해 행위 중단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 총괄회장의 거처·지원인력 관리를 총괄하게 할 것 ▲신 총괄회장의 즉각적인 복귀와 명예회복 ▲불법적인 경영권 탈취에 가담한 신동빈 회장 등 임원 해임과 민형사상 책임 추궁 등의 요구사항을 담았다. 통고서의 내용증명은 이날 정오께 발송됐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이와 별도로 신동빈 회장 앞으로 "통고서 내용대로 시행해주기를 바라며, 오늘 오후 4시를 기준으로 아버님 거소(거처)인 롯데호텔 34층의 관리를 내가 총괄할 예정이니 그리 알기 바란다"는 내용의 통지서를 작성하고, 실행에 옮겼다.
신동주 전 부회장 측이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에 몰려들자 롯데그룹은 충돌을 우려해 자리를 비켰으며, 이를 계기로 집무실이 공개됐다.
아울러 신 총괄회장은 취재진을 맞아 자신의 의지를 밝혔다.
신 총괄회장은 건강 상태를 묻자 웃으며 "좋다"고 답했으며, 귀가 어두운 듯 질문을 여러 차례 반복하고 크게 말해줘야 알아들었고 다소 발음이 부정확하긴 해도 의사 표현을 하는데 큰 지장은 없어 보였다.
신 전 부회장 측은 연합뉴스 기자를 포함한 일부 매체 기자의 인터뷰를 허용했다.
이에 신동빈 회장 측의 소진세 롯데그룹 대외협력단장(사장)은 이날 저녁 롯데호텔 본관 36층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신 전 부회장 측이 가족 이외에 확인되지 않은 제3자를 대동하고 출입하면서 인터뷰를 하거나 동영상을 제작하는 등 고령의 총괄회장을 이용해 분쟁과 논란을 초래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 사장은 "롯데는 고령으로 병약한 신 총괄회장을 늘 염려해왔으며 정신이상자라고 매도한 적은 한번도 없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사진, 녹취, 동영상 등을 의도적으로 노출하는 것이 과연 신 총괄회장의 명예를 위한 것인지 의문스럽다"고 비판했다.
이어 "롯데는 기업지배구조 개선 및 투명성 강화 등을 국민과 약속했으며 현재 롯데에 중요한 건 이를 지켜나가는 것"이라며 "신 전 부회장은 롯데가 한 개인이나 일가가 소유한 사유물이 아닌, 임직원과 주주, 국민이 함께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필히 인지하고 소모적인 논란을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혜원 SDJ코퍼레이션 상무 등 신동주 전 부회장 측 인사 3명은 이날 오후 1시께 서울 소공동 롯데그룹 집무실을 찾아 신동빈 회장에게 통고서와 통지서를 직접 전달하려는 과정에서 롯데 관계자들과 1시간여 실랑이를 벌였다.
한편, 신 전 부회장 측이 신 총괄회장의 집무실이 있는 롯데호텔 34층의 관리를 맡는 신동빈 회장 측의 기존 인력을 교체하겠다고 밝히고 SDJ코퍼레이션 임직원 일부가 진입한 가운데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