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감기약 선물 준비
66년전 생이별 그리운 여동생
혼자 내려온일 용서구하고파
“66년 만에 만나게 됐구나…. 66년 전 (북에서) 혼자만 내려온 일을 용서받고 싶다.”
18일 오후 성남시 분당구에 사는 안윤준(86)씨는 북한에 있는 가족 상봉을 앞두고 들뜬 마음으로 가족들에게 줄 선물을 가방 속에 담았다. 최대한 담담한 마음으로 선물과 옷가지 등을 챙겨 넣었지만 66년 만에 가족을 상봉한다는 기쁨에 떨리는 손을 감출 수 없었다.
첫 상봉이다. 안씨는 지난 2000년부터 북에 남겨 둔 가족을 만나기 위해 이산가족 상봉신청을 했지만, 번번이 탈락했다. 하지만 안씨는 포기하지 않았고 드디어 지난 5일 대한적십자사로부터 이번 상봉 대상자에 선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안씨는 오는 24일부터 금강산에서 만날 가족을 위해 초코파이, 치약과 칫솔, 내복과 양말, 감기약과 설탕 등의 선물을 준비했다. 주고 싶은 선물은 많지만 고가의 선물은 금지된다는 말에 어렵사리 고민해서 고른 것이다.
안씨는 지난 1930년 평안남도 안주군에서 태어났다. 당시 지역내에서 알아주던 지주였던 부모님 밑에 3대 독자로 태어났다. 그는 “4살 어린 여동생과 함께 국민학교에 다닌 시절이 너무나 좋았고 그리워…”라며 유년시절을 회상했다.
하지만 안씨가 19살이 되던 해인 1949년, 북한에서 지주들의 땅을 몰수하기 시작하면서 가족의 비극은 시작됐다. 설상가상으로 북한이 전쟁을 위해 장정들을 강제로 징집하기 시작하면서, 안씨는 같은해 12월 한밤중에 가족들을 북에 두고 남쪽으로 도망쳤다. 한 달 동안 산 속을 헤매면서 38선을 넘어 개성으로 들어와 서울로 왔다.
이후 그는 한국전쟁에 참전해 ‘베티고지 전투’에서 화랑무공훈장을 받아 국가유공자가 되기도 했다. 전쟁으로 가족과 영영 이별하게 된 안씨는 더 이상 가족들의 소식을 들을 수 없게 되자 북에 있는 부모님은 오래전 마음속으로 장례를 치르고 떠나보냈다.
안씨가 이번에 만나는 가족은 함께 학교를 다녔던 여동생 윤숙(82)씨와 윤자(76)씨다. 부모님과 막내 여동생은 이전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안씨는 “만나게 되면 나 없이 부모님을 모시고 떠나 보냈던 여동생들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며 “하지만 상봉하는 3일동안 가족과 함께 있는 시간은 6시간 밖에 되질 않는다. 더 많은 가족들이 오랜시간 상봉할 수 있도록 북한과의 관계가 개선됐으면 좋겠다”고 아쉬워했다.
/김범수기자 fai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