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사 관점 차이 새로운 이념논쟁으로 비화 양상
中 동북공정 강화… 우리가 싸울 상대는 따로 있어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필자 또한 과거의 시간으로 되돌아가봤다. 초등학교 저학년 시절 도덕책에서 우리나라가 남북으로 갈라져 있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던 것 같다. 머리위로 뾰족하게 뿔이 나 있고 목덜미에 붙은 큼직한 혹, 지하동굴에서 두더지처럼 삽과 괭이로 일하고 있는 깡마른 사람 등이 책 곳곳에 삽화로 등장했다. 열 살도 안 된 어린 아이의 눈에 참으로 역겹고 무서웠다. 당연히 그런 곳이 북한이란 사실을 알게 됐고, 그 곳에서 태어나지 않은 운명에 대해 얼마나 감사하고 고마워했는지 모른다. 좀 더 고학년이 돼서 ‘난 공산당이 싫어요’를 외치다 숨진 이승복 어린이의 절규를 통해 간첩이란 생소한 단어와, 자유와 민주주의 그리고 우리의 적은 북한이란 사실들을 순차적으로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대학생이 되면서 민주화란 역사의 현장을 목격하고, 빈부의 격차 속에 소외된 이웃들에 대한 아픔 등 알지 못했던 대한민국의 또다른 이면을 알게 됐다. 사회인이 되어 전 세계 유일무이한 3대 세습통치로 이어진 북한의 은둔, 공포정치를 보면서 내조국 대한민국에 대한 자긍심과 내 아이를 위해 내 조국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강한 국가관도 정립돼 갔다.
역사는 흔히 승자의 역사라고 한다. 패자의 역사는 감춰진 진실에 불과하고 세상에 빛을 보고자 할 때 많은 반발과 고통이 뒤따른다는 것이다. 반만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지금 역사논쟁의 쟁점은 해방 이후 고작 70년 밖에 되지 않은 현대사에 대한 관점의 차이에서 벌어지고 있다. 오는 2018년 대입 수능 필수과목으로 지정된 한국사가 고교생들의 필수 수험교재가 되면서 더더욱 논쟁이 가열되고 있다. 보수와 진보간 단순한 역사논쟁이 아니라 새로운 이념논쟁으로 비화돼 우리 사회 전체가 대립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후대에서 지금 벌어지는 이런 과정이 어떤 역사로 정리될지도 생각해봐야 한다.
고교 한국사 교과서 검정체제는 이미 숱한 논란 속에 국정화의 틀을 깨고 시행 중에 있다. 검정체제라 할지라도 여전히 교육부장관의 승인 없이는 검정교과서로 채택될 수 없는 구조다. 국가가 얼마든지 승인과정에서 면밀히 검토하고 수정요구를 할 수 있고 필요하다면 공개 심포지엄 등을 통해 수정의 당위성을 역설할 수도 있다.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는 일선 한국사 교사들이나 역사학자, 대학교수 등이 현행 검정교과서 체제를 문제삼은 것도 아니고, 대학입시 시험문제에서 논란이 된 것도 아닌데 왜 지금 이 시기에 국정교과서 강행을 시도하는지 이해를 못하는 분위기다. 당장 정부와 여당은 19일부터 내년도 예산안 심사에서 역사교과서 국정화 전환에 따른 관련 예산 100억여원을 세울 방침이어서 예산 정국의 뇌관으로 떠오르고 있다. 얼마전 백두산을 다녀왔다. 백두산 앞에서 행사기념 플래카드를 걸고 사진 한 장을 못 찍게 했다. 옛 찬연했던 고구려 역사의 자취를 감추려는 중국정부의 동북공정(東北工程) 정책 때문이란다. 우리가 싸워야 할 진짜 상대는 따로 있는 듯하다.
/김성규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