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구역 명칭 바꾼 1413년 10월 15일은 ‘음력’
기념일, 음력으로 하든지 양력으로 환산해 정해야
시, 가치창출 위해 모두 공감하는 날로 조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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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
요즘은 앉아서도 조선시대 언제 어느 때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주요 사건을 쉽게 알아볼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 홈페이지가 여간 잘 구축된 게 아니다. 1413년(태종 13년) 10월 15일 자를 보자. ‘지방 행정 구역의 명칭을 개정하다’란 제목의 기사 1꼭지가 실렸다. 임금이 좌정승 하륜(河崙)에게 완산부(完山府)를 전주(全州)로, 계림부(鷄林府)를 경주(慶州)로 그 명칭을 고치자고 말하니 하륜이 옳다면서 아예 다른 곳까지 개칭하자고 해 전국 각 고을의 이름을 고치게 됐다는 내용이다. 이렇게 해서 지금의 인천(仁川)이란 지명이 생기게 되었다. 인천시는 이날을 기려 10월 15일을 ‘인천시민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지난주에는 제51회 인천시민의 날을 맞아 문학산 정상 개방행사를 같이 열기도 했다.

인천시민의 날이 지정 취지와 부합하려면 위의 기사 내용대로 지명을 바꾼 1413년 10월 15일과 인천시민의 날인 10월 15일이 같은 날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둘은 겉으로 보이는 숫자만 같을 뿐 따지고 보면 전혀 다른 날이다. 1413년 10월 15일은 음력이고, 인천시민의 날인 10월 15일은 양력이다. 인천시민들은 마치 정월 초하룻날인 설날을 양력 1월 1일에 쇠는 것과 같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대다수 인천시 공무원조차도 한글날이 당시 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해 정한 것처럼 시민의 날인 10월 15일도 당연히 당시 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해 정한 것으로 알고 있을 정도다.

인천이라는 지명을 얻은 1413년 음력 10월 15일을 인천시민의 날로 정한 것도 문제가 크다. 인주(仁州)보다는 인천이 축소된 느낌인 데다가 부평이나 계양, 서구, 강화, 옹진 등은 당시 인천이라는 그 지명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곳이다. 당시 행정 구역으로는 인천이란 지명이 생길 때 이들 지역은 인천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강화군민이나 부평시민들은 자신들과는 상관없는 엉뚱한 날을 인천시민의 날이라고 기념해 온 것이나 마찬가지이다.

기념일은 사전적으로 ‘뜻깊은 일을 오래도록 잊지 아니하고 마음에 간직하기 위한 날’이다. 기념일이 되기 위해서는 그날의 시의성이 맞아야 한다. 음력 날짜가 그날이라면 기념일은 매년 음력으로 하든지 아니면 당시 음력을 양력으로 환산해 정해야 한다. 기념일은 또 모두가 공감할 때 그 의미가 깊다고 할 수 있다. 인천이라는 지명이 생긴 날을 인천시민의 날로 정한 것은 당시 행정구역과 지금의 행정구역의 차이를 염두에 두지 않은 조치다. 지금의 인천시민의 날은 그 시의성에서도 지역적으로도 틀린 것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틈만 나면 ‘인천 가치 재창출’과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야기한다. 유 시장의 바람이 현실화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전제가 뒤따른다. 무엇이 인천의 가치이고, 어떤 것이 정상이고 비정상인지 개념부터 정립해야 할 것이다. 단거리 달리기에서는 출발자세가 어떠하냐에 따라 승부가 갈린다. 유정복 시장을 비롯한 인천시 공직자들은 단거리 선수처럼 출발자세부터 바로 한다는 마음가짐을 다시 할 필요가 있다. 그 출발이 인천시민의 날을 올바르게, 모두가 공감하는 날로 다시 정하는 일이라는 생각이다. 틀린 것을 바로잡지 않고서는 어떠한 가치도 창출할 수 없다.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