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북 아들과 만난 어머니
제20차 이산가족 상봉행사 2회차 첫날인 24일 오후 금강산호텔에서 열린 단체상봉에서 납북 어부 정건목(64)씨가 남측에서 온 어머니 이복순(88)할머니의 눈물을 닦아 주고 있다. /연합뉴스

"고생하셨지, 아들 살아있어… 울지 마세요…."

2차 남측 이산가족 방문단이 24일 오후 3시15분(북측 시간 2시45분) 금강산에서 꿈에 그리던 북측 가족들과 드디어 만났다.

남측 방문단 90가족 254명과 북측 188명은 이날 금강산호텔에서 '단체상봉'으로 2박3일간의 상봉 일정을 시작했다.

이산가족들은 이날 오전 속초 한화리조트에서 버스를 타고 금강산으로 출발하면서부터 "빨리 보고 싶다", "너무 좋다, 이제 죽어도 좋다"며 코앞으로 다가온 상봉에 설렘을 잔뜩 드러냈다.

이어 북측 가족들이 기다리는 금강산호텔에 도착한 남측 방문단은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상봉장으로 들어갔다.

곧이어 상봉장은 '울음바다'가 됐다.

"내가 이러려고 살아있었어…" 가족들은 서로를 얼싸 안고 '울다 웃다'를 반복했다.

이번 북측 상봉단에는 1972년 '오대양호 사건' 때 납북된 어부 정건목(64)씨가 포함돼 어머니 이복순(88) 할머니를 만났다.

정씨의 여동생은 "오빠, 살아있어 줘서 고맙다"며 연신 눈물을 훔쳤다.

6·25 당시 철도고등학교를 다니다 북으로 끌려간 전시납북자 문홍주씨의 여동생 문홍심(83) 할머니도 오빠의 북측 아들 문치영(48)씨 부부를 만났다.

건강 악화로 구급차를 타고 방북한 김매순(80) 할머니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북측 조카와 무사히 상봉했다.

김 할머니는 "내가 죽어서라도 올라가겠다고 했다"며 "그 덕분에 조카들을 만났는데, 얼마나 좋은지 몰라" 하고 말했다.

이산가족들은 2시간의 짧은 만남을 마치고 다시 헤어졌다.

이번 2차 상봉은 북측 이산가족 신청자가 남측 가족을 만났던 1차 상봉 때와 반대로 남측 이산가족 신청자가 북측 가족을 만났다.

1차 때보다 고령자가 많은 탓에 휠체어를 타고 이동하는 가족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단체상봉이 끝나자 계단을 내려가지 못하는 휠체어 이용자들이 엘리베이터로 몰리면서 '휠체어 행렬'이 연출됐다.

상봉단은 이번 단체상봉에 이어 이날 저녁 환영만찬에서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가슴에 담아둔 이야기들을 풀어놓는다.

25일에는 개별상봉과 공동중식, 단체상봉을 하고, 26일에는 마지막 인사를 하는 작별상봉을 한다.

가족들은 2박3일간 모두 6차례에 걸친 12시간의 상봉을 마친 뒤 짧은 만남을 마무리 짓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