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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박성현기자 pssh0911@kyeongin.com/아이클릭아트

관절 부상당해 한의원 찾아도 바로 치료못해 ‘불편’
여론조사결과 한방병의원 현대기기사용 찬성 65.7%


한의사의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둘러싼 한·양방 두 집단의 뿌리 깊은 갈등을 지적한 ‘이슈추적(경인일보 10월 22일자 1·3면)’에 이어,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는 이번 논쟁의 핵심에 대해 짚어보고 특정 집단의 이해관계를 떠나 의료소비자인 국민을 중심으로 대안을 모색해본다. ┃편집자 주

직장인 정모(32)씨는 얼마 전 다리를 삐끗해 발목이 퉁퉁 부어올랐다. 별수 없이 침을 맞아야겠다고 생각한 정씨는 절뚝거리며 자신의 집에서 가까운 한의원을 방문했지만, 다시금 아픈 다리를 이끌고 다른 곳으로 이동해야만 했다.

해당 한의원에서 인대 손상 혹은 골절의 우려가 있으니 인근 정형외과에서 엑스레이를 찍어보고 다시 방문해 달라고 했기 때문.

정씨는 “이런 줄 알았으면 애초에 정형외과로 갔을 텐데, 왔다 갔다 하는 중에 결과적으로 발목에 더 무리가 가게 됐다”며 “물리치료보다 한방치료를 선호하는 사람도 있기 마련인데, 한의원을 방문하려면 매번 이런 이중 수고를 해야 한다는 부분은 선뜻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최근 경기도 한의사회의 한 임원은 학교에서 팔목을 부상해 조퇴한 초등학생 딸을 치료하기에 앞서 양방병원에 보냈을 때, 딸이 짓던 요령부득의 표정을 잊지 못한다. ‘아빠가 의사인데 왜 다른 병원을 가야 하느냐’는 의문이 담긴 표정이었다.

정씨나 한의사회 임원의 어린 딸이 불편함을 겪은 이유는 바로 한·양방 논쟁의 중심에 있는 현대의료기기 사용 문제와 결부된다. 현행법상 한의원에서 엑스레이나 초음파영상진단장치 등의 기기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런 사실을 아예 모르는 국민들이 상당수라는 점이다. 지난해 한의학정책연구원이 리서치 전문기관 케이스파트너스에 의뢰한 ‘한의사의 기본적 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국민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한의원에서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은 전체 응답자 중 38.4%에 불과했다.

이런 사실을 모르는 대다수의 환자들은 한의원을 방문했다가 엑스레이 등의 촬영을 위해 발길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며, 이는 고스란히 환자의 경제적, 시간적 손실로 이어진다.

올해 초 한국리서치가 성인 남녀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한방병의원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한의사가 엑스레이 등의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에 찬성한다고 응답한 비율이 전체 응답자 중 65.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한다는 의견은 23.4%, ‘잘 모르겠다’ 등 응답하지 않은 경우는 10.9%에 달했다. 이 조사대로라면 국민 여론은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을 지지하는 쪽으로 무게가 쏠리고 있다.

윤성찬 경기도한의사회 수석부회장은 “환자나 한의사 모두 환부 상태에 대한 진단 정보 욕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한의대에서 진단기기 활용 교육을 받은 한의사들이 정작 의료현장에서 기기 사용을 금지당하는 것은 모순”이라고 주장했다.

윤 부회장은 “국민 다수가 원하는 사안임에도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해 무조건 안 된다는 양의들의 행태가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황성규기자 homerun@kyeongin.com

※한국리서치는 올해 초 전국 만 19세 이상의 남성 496명·여성 504명 등 총 1천 명을 대상으로 유무선 전화 RDD(무작위 전화걸기) 방식의 전화면접조사를 실시했다(95% 신뢰수준, 표본오차 ±3.1%p).

이에 따르면 한의사 현대의료기기 사용에 찬성하는 의견은 전체 응답자 중 65.7%, 반대한다는 의견은 23.4%, ‘잘 모르겠다’ 등 무응답이 10.9%로 조사됐다.

자료제공/경기도한의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