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빚더미에 앉게 하겠어’ 부채 허덕이는 市 풍자
패러디마다 서민들 고된 삶의 현실 떠올리게 해
‘나는 너를 행복하게 해주겠어’ 란 새 브랜드 필요


‘아이 인천 유’(I Incheon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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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
도대체 이 무슨 해괴한 말인가. 주어·동사·목적어로 구성된 영어 문법의 3형식 문장인 듯한데 ‘인천’이란 고유명사가 동사로 사용됐다. 직역하면 나는 너를 인천한다?

실제 뜻을 알고 나면 더 황당하다. ‘너를 빚더미에 앉게 하겠어’란 의미란다. 인천시가 지방부채에 허덕이는 상황을 풍자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잇츠 대구’(It’s Daegu)도 있다. ‘너무 덥다’란 뜻으로 대구의 기후적 특성을 빗댔다.

문법 파괴는 기본이고 부연설명 없이 해석이 불가능한 이들 ‘콩글리시’ 문장은 최근 인터넷 공간에서 하루에도 수십건씩 쏟아지는 패러디물 중 일부다.

이들 패러디 물의 진원지는 서울이다. 최근 서울시가 새로운 공식 도시 브랜드로 ‘아이 서울 유’(I.SEOUL.U)를 선보이자 지역 명칭(서울)을 동사로 활용한 것을 비꼬아 이를 조롱하는 각종 패러디 물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와 너의 서울’이란 뜻을 담았다는 서울시 측의 설명에도 불구하고 네티즌들의 회의적 반응은 가시지 않고 있다. 처음에는 조롱의 범위가 서울에 머물더니 이제는 ‘아이 인천 유’나 ‘잇츠 대구’에서 보듯이 불똥이 타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 어쨌거나 새 브랜드의 ‘의미 전달 부재’를 날카롭게 지적하며 보는 이에게 일순간 웃음을 선사하는 네티즌들의 재치에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패러디는 패러디다. 속된말로 ‘개그’를 ‘다큐’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그런데 쓴웃음이 남는다. 패러디 한 토막, 한 토막에 깃들어 있는 현실진단이 서민들의 고된 삶을 떠올리게 하기 때문이다. 개그인 듯 하지만 결국 다큐적 사고의 프레임에 갇히게 만드는 패러디라고 할까?

“나는 너의 전셋값을 올리겠어”, “나는 너를 지하철 지옥에 가두겠어”처럼 ‘seoul’이란 ‘단어’를 ‘전셋값을 올리다’, ‘지하철 지옥에 가두다’ 등으로 해석한 문장은 어찌 보면 ‘고된 서울(도시) 생활’에 대한 소시민들의 변형된 고발장이다. 헬(Hell·지옥)과 조선의 합성어인 ‘헬조선’, 흙수저 등 대한민국 사회의 부조리를 풍자하는 인터넷 신조어가 일상의 언어생활에서 자리를 잡아가는 마당이니 동사(?)로서의 ‘seoul’은 당분간 온갖 부정적 의미의 ‘의역’을 양산할 게 분명하다.

이런 점에서 ‘I.SEOUL.U’는 단순한 패러디가 아니라 정치인 또는 행정가들이 주목해야 할 시대 현상이 아닐 수 없다.

한편으로 인천시민의 입장에서 볼 때 ‘아이 인천 유’에 대해서는 걱정이 앞선다. ‘인천’의 이미지가 ‘빚더미 도시’로 고착화돼 있음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어서다. 인천이란 도시의 긍정적 특색을 드러낼 수 있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닐 진대 말이다.

인천의 공식 도시브랜드는 ‘플라이 인천’(Fly Incheon)이다. ‘플라이 인천’ 또한 정작 인천의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개방성이나 역동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과 맞물려 일각에서 도시브랜드 교체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2006년 인천국제공항을 대표 상징으로 삼아 만들어진 지 10여년이 지난 만큼, 이제 인천의 변화상을 반영한 새로운 도시브랜드가 필요할 만도 하다. 그렇다고 ‘I.SEOUL.U’처럼 고개부터 갸우뚱해지는 도시브랜드는 사양하고 싶다. ‘I INCHEON U’ 가 “나는 너를 행복하게 해주겠어” “나는 너를 풍요롭게 해주겠어” 등으로 해석되는 시기가 오면 모를까.

/임성훈 인천본사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