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물 신고에 소방관 출동
사전 승인없다며 출입 막아
국민안전처 행정무시 ‘발끈’
창고 주변 잇따른 사고 불안
인천공항 내 항공사 운영 창고가 ‘안전 치외법권 지역’으로 존재하면서 거센 비난을 사고 있다.
국민안전처가 지난 3일 공항화물터미널 소방 상황을 파악한 결과 수시로 안전을 점검하는 소방관이나 공항공사 안전 담당자조차 항공사의 사전 출입승인을 받아야 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게다가 창고에 불이 나더라도 소방차량은 사전에 지정받은 출입구만 이용해야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달 28일 오후 6시 30분께 인천공항소방서에 아시아나항공사 창고 내에 위험물이 보관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출동한 소방관들이 창고로 진입하다 직원들로부터 제지를 당했다. 보세구역이라 24시간 전에 출입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소방관들은 “보관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만 듣고 돌아갔다. 얼마 전 공항공사 안전담당 직원들도 “항공사 운영 창고 위험물 보관실태를 파악하려다 직원들의 거센 항의로 입구에서 쫓겨났다”고 털어놨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화재는 예방과 초기진압(골든타임)이 중요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했다가 이 같은 상황을 확인한 뒤 말을 잇지 못했다.
창고 내에 중대한 안전사고가 발생하더라도 24시간 전 항공사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웃지 못할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안전처는 “신고를 받고도 조사를 못하고 돌아간 소방공무원들의 태도에도 문제가 있다”며 “하지만 안전사고 예방업무를 수행하는 소방관의 출입을 막는 항공사를 비롯해 공항공사, 공항세관 등 관계기관까지 나서 동조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밝혔다.
최근 위험물이 일반창고에 보관되면서 ‘안전사각지대’가 되고 있다는 우려도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지난 1일 오전 10시 45분께 화물터미널 C동 AATC물류창고 입구에서 5t 화물차량 절반이 타는 화재가 발생했다. 바람이 창고 안쪽으로 불었다면 더 큰 피해로 이어질 뻔한 사고였다.
지난달 15일 오후 3시 15분께는 화기성 위험물이 방치된 주차장에서 차량 3중추돌 사고가 났고, 9월 6일에는 아시아나항공 창고에서 리튬배터리 폭발사고가 발생했지만 신고조차 하지 않았다.상황이 이런데도 관계자들은 “문제가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하고 있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창고에 대한 소방당국의 안전 점검까지 막는 것은 국가 권력과 국민 안전을 무시하는 횡포”라며 “항공사가 창고 공개를 꺼리는 이유와 화물터미널 안전 규정이 원칙대로 이행되는지 철저한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차흥빈·이진호기자 province@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