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사 창고 취급 늘어 ‘안전관리 더 허술’ 지적
소방관·안전담당자 출입 사전승인 받아야 한다니…

하지만 그 안을 들여다 보면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인천국제공항 위험물 저장시설이 국제항공운송협회(IATA) 기준은 물론 국내법 기준에도 미치지 못한다. 고위험물질인 방사능물질, 독성·오염물질, 고압가스 등을 저장할 시설이 없다. 국민안전처는 인천공항의 이런 상황을 감안, 항공기에서 내려진 위험물은 공항내 어느 곳에도 보관하지 말고 화주가 즉시 찾아가라고 지침을 내려놓은 상태다. 공항 안전을 위한 조치다. 하지만 그 이전까지 항공사, 지상조업사, 위험물 운송업체 등이 어떤 위험물 관리시스템과 매뉴얼을 따랐는지 알 수 없다. 위험물 관리에 있어 ‘안전’은 뒷전이었다는 얘기다. 게다가 그동안 위험물을 별도 보관하던 인천공항위험물터미널에는 최근 위험물 보관량이 크게 줄었다.
한술 더 떠 관세청은 인천공항내 항공사 창고에서 위험물과 일반 화물을 함께 보관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현 규정은 위험물의 경우 항공사가 지정 위험물저장소에 즉시 반입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개정 고시안에는 하역장에서 방사능물질 같은 위험물 하역이 이뤄지지 않고 항공사가 며칠을 보관하더라도 괜찮다고 돼 있다. 관세청은 지난달 19일 ‘보세화물 입출항 하선 하기 및 적재에 관한 고시’개정(안) 입안 예고를 하고, 오늘(9일)까지 의견을 받고 있다. 개정 고시안이 적용되면 비용 부담을 느낀 화주들이 공항위험물터미널이 아닌 항공사 창고를 하기 장소로 지정하고 위험물을 반출하는 사례가 늘어나 안전관리가 더 허술해질 것이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게다가 위험물을 하역장에서 하기장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위험물 취급전문관리사가 아닌 보세 창고운영자도 처리할 수 있도록 해 취급·운반과정에서의 안전사고 위험 대책이 부실하다는 점도 문제다.
항공사 운영 창고가 ‘안전 치외법권 지역’이 되고 있는 건 더 큰 문제다. 이 곳에 안전을 책임지는 소방관과 공항공사 안전 담당자조차 항공사의 사전 출입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창고에 불이 나도 소방차량은 사전에 지정받은 출입구만 이용해야 한다. 지난달 28일 아시아나항공사 창고 내 위험물이 보관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지만 출동한 소방관들은 현장을 확인하지 못했다. 24시간 전에 출입 승인을 받지 않았다는 이유다. 국민안전처 관계자는 “항공사들이 소방당국의 안전 점검까지 막는 것은 국가 권력과 국민 안전을 무시하는 횡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창고에선 지난 9월 6일 리튬배터리가 폭발했지만 신고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1일엔 보세구역 내 창고 입구에서 5t 화물차량에 불이 나 절반이 탔다. 지난달 15일에는 화기성 위험물이 방치된 주차장에서 차량 3중 추돌 사고가 났다.
공항내에 상주하고 있는 몇몇 정부기관과 항공사·종사기업들의 이해관계가 ‘안전 치외법권’을 만들고 있다면 책임 있는 기관들이 나서 문제점들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다.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