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체포’ 유일한 단속권한 불구
담당인력 부족등 이유 아예 손 놔
인권·노동권 침해 논란에도 뒷짐


국내 최대 규모의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에서 1970년대 근로현장에서 비일비재했던 근무태도 감시, 법정 근로시간 초과 근무 등 인권·노동권 침해가 재현되고 있다. 하지만 유일한 단속권을 가진 고용노동부는 체불임금을 해결하는 추심단으로 전락했다.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 불법 파견 근로를 옹호한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장의 발언이 공분을 사기도 했다. 경기도와 안산시, 시흥시 등 지자체는 물론 정치권조차 반월·시화 산단을 외면하면서 근로자들의 신음은 커지고 있다.

이에 사실상 ‘무정부’ 국가산단으로 전락한 반월·시화산단 관련 기관들의 역할을 되짚고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 주

고용노동부는 근로자들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할 수 있는 유일한 기관임에도 현장 근로 감독에 손을 놓으면서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가 사실상 ‘무정부’ 국가산단으로 전락했다.

특히 고용노동부 안산지청 등 지방노동청은 해당 지역 사업장에서 발생한 체불 임금을 받아주는 1970년대 흥신소의 ‘해결사’ 역할에 스스로 만족(?)하면서 근로자들을 인권·노동권 사각지대로 내모는 실정이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고용노동부에 소속된 근로감독관은 사업장과 기숙사 등에서 현장 조사를 벌이고 필요할 경우 노동 관계법 위반 여부를 수사해 체포할 수 있는 권한을 갖고 있다. 노동 범죄에 대해서는 사법경찰관과 같은 사법권을 행사할 수 있다.

반면 지자체나 산단을 관리하는 전문기관인 한국산업단지공단은 사업주가 거부할 경우 사업장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권한이 없어 사실상 고용노동부가 근로 현장을 점검·단속할 유일한 기관이다.

하지만 정작 근로현장에서 ‘암행어사 마패’를 쥔 고용노동부는 근로자가 사업주에게 떼인 임금을 받아주는 체불 임금 청산 전담자로 전락했다. 실제 안산지청에 소속된 23명의 근로감독관은 1인당 50여 건씩(1인당 연간 평균 441건)의 체불 임금 관련 신고사건을 처리 중이다.

여기에 근로감독관 1명이 반월·시화산단 사업장(전체 1만8천855개) 819개씩을 맡아야 하면서 감독은 엄두조차 못 낸 채 아예 손을 놓은 실정이다.

특히 안산지청장이 최근 국감 현장에서 불법 파견 근로를 옹호하는 발언을 한 데 이어 안산지청 소속 근로 감독관들이 “반월·시화산단 내 사업장 대부분이 영세업체여서 단속을 엄하게 할 경우 줄도산할 수 있다”며 사업주 입장만을 강조하는 등 단속 의지 자체를 보이지 않아 근로자들의 인권·노동권 피해만 커지고 있다.

고용노동부 안산지청 관계자는 “근로자들의 가장 큰 민원은 체불 임금이어서 임금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생각한다”며 “접수된 임금 민원을 해결하는데도 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현장 단속은 엄두도 못 낼 형편”이라고 말했다.

/김환기·김대현·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