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1일 오늘은 ‘농업인의 날’이다. 그런데 이른바 ‘빼빼로 데이’의 상업성에 밀려 ‘농자 천하지 대본(農者 天下之大本)’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농업인의 날’임에도 그 어느때보다 농민의 한숨소리가 크게 들린다. 밀가루 소비는 늘어나는데 비해 쌀 소비는 크게 줄어들어 쌀값이 폭락하고, 쌀 재고가 크게 늘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해 쌀 예상 생산량은 지난해 424만1천t 보다 0.4% 증가한 425만8천t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쌀 소비는 큰 폭으로 줄어 2014년 1인당 쌀 소비량은 65.1㎏으로 2005년보다 무려 19.3%나 줄었다.

쌀 소비 부진으로 9월 말 기준 쌀 재고는 적정 규모 80만t을 넘어 136만t에 이르렀다. 문제는 우리나라가 WTO 체제 하의 의무수입 물량으로 해마다 40만9천t의 쌀을 수입하고 있다는 점이다. 설상가상 쌀 재고 증가로 현지 쌀값은 바닥을 기고 있다. 현재 민간RPC(미곡종합처리장)나 정미소 등의 주요 쌀 매입처에서는 40㎏당 4만2천원 수준으로 지난해보다 무려 1만원이나 떨어졌다. 쌀값이 하락하면서 농가 소득 감소와 농가 부채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6일 쌀 20만t을 추가 매수하겠다는‘쌀 수급 안정방안’을 내놓았지만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어서 과잉 재고만 심화시켜 앞으로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좀 더 획기적인 정책이 필요하지만 지금의 대책으로는 쌀 재고를 줄이기에 턱없이 부족하다. 지난해 우리는 호주·일본 등 45개국에 1천992t, 471만5천달러 어치를 수출했다. 여기에 최근 중국 수출길도 열렸다. 이 역시 우리에겐 호재다. 수출로 재고를 극복해 보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 또한 좀 복잡한 문제지만 대북 쌀 지원도 심각하게 고려해 봄직하다.

쌀 재고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식량 자급률은 고작 24%에 그치고 있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쌀농사를 포기할 수도 없는 이유다. 쌀 농가의 기반이 무너지면 국내 농업의 미래가 불안해진다. ‘농업인의 날’조차 웃을 수 없는, 벼랑 끝에 몰린 절박한 농민 보호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