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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반월·시화산단에 만연한 기본권 침해 등에 대한 근로감독에는 소홀하면서 체불 임금 청산 전담자로 전락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진은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에 임금 체불자들이 구제신청을 하고 있는 모습. /임열수기자 pplys@kyeongin.com

근로자 92% 불법 경험 불구
벌금처분 업체 한곳도 없어
“정부 제역할 안한다” 불신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 내 근로자 대부분이 최저임금 수준의 시급 때문에 한 푼이라도 더 벌려고 12시간 교대 근무를 감내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사업주한테 떼인 돈을 받아달라는 신고가 한 달에 50건 넘게 폭주하는 통에 실태조사나 근로감독은 꿈도 못 꾼다.”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에서 근무하는 근로감독관 A씨는 근로감독관이 노동 경찰이 아니라 사업주에게 떼인 돈을 받아주는 ‘체불 추심인’에 가깝다고 자인했다.

실제 안산지청에 지난해 접수된 체불임금 청산 등을 포함한 진정 사건은 모두 1만161건으로, 전체 신고사건(1만1천77건)의 91.7%를 차지했다. 이에 따라 안산지청에 소속된 근로 감독관 1명이 하루 평균 1.2건씩 체불임금 사건 처리에 매달리면서 근로기준 위반여부 지도·감독은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 ┃그래픽 참조

유일한 감독권을 가진 고용노동부가 이를 핑계로 손을 놓은 채 불법을 방임하거나 단속 의지를 스스로 꺾으면서 반월·시화 산단은 단속권이 미치지 않는 성역이 되고 있다.

안산지청에서 지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간 정기감독을 시행한 업체 수는 499개, 수시감독은 1천319개, 노무관리 지도는 686개에 불과하다. 반월·시화 산단에 입주한 업체(올해 기준 1만8천855개)의 13%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문제는 엄격한 노동법 집행자여야 할 고용노동부가 사업주 편에 서서 불법을 두둔하다 보니 이를 악용하는 사업주도 늘고 있다는 점이다. 종사자 수 50인 미만 사업장이 96%를 차지하는 반월·시화 산단에서 노동법을 다 지키면 어떻게 사업하겠냐는 논리다.

민주노총 안산지부가 최근 반월·시화 산단에서 일하는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여론 조사에서 응답자의 92%가 주 52시간 초과 근무, 최저임금 미지급 등 근로기준법 위반을 경험한 것으로 파악했지만, 실제 법정 최장 근로시간 초과로 벌금을 부과받은 업체는 단 한 군데도 없다.

또한 민주노총이 최근 전국 산단에 근무 중인 근로자 757명을 대상으로 근로환경에 대한 정부(고용노동부)의 역할을 묻는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85.6%가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않고 있다’고 응답하는 등 근로자들의 불신만 커지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 안산지청 관계자는 “근로감독관 인력 부족과 신고사건 급증으로 인한 업무량 과다 등으로 반월·시화 산단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노동법 위반 등에 대해 전수조사는 솔직히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김대현·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