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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잉 생산과 소비 부진으로 우유가 남아돌고 있다. /경인일보DB
과잉 생산과 소비 부진으로 우유가 남아돌고 있는데도, '원유가격연동제'로 인해 가격을 내릴 수 없어 업체들이 재고 처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이에따라 일방적으로 가격이 정해지는 현행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3일 낙농진흥회 집계에 따르면 유가공업체들의 분유 재고를 원유로 환산한 양이 올해 9월 기준 26만2천659t에 달하고 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9월(18만7천664t)보다 40%나 늘어난 양이다. 분유 재고량은 작년 11월에 2003년 이후 11년 만에 20만t을 넘고 나서 1년 가까이 매달 20만t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업체들은 우유를 제조하고 남은 원유를 분유 형태로 만들어 보관하고 있으며, 우유가 남아돌면서 분유재고가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이처럼 분유 재고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은 2010∼2011년 발생한 구제역으로 전국에 있는 젖소가 10%가량 도축돼 우유가 모자라는 상황이 되자 정부가 원유 생산량 증대정책을 펼쳤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시적인 우유 부족현상을 해소하기 위해 원유 생산량을 늘린 것이 2년 후 과잉 생산으로 이어진 것이다.

작년 원유 생산량은 221만4천t으로 2013년(209만3천t)보다 5.8% 증가했다.

이처럼 생산량이 늘었지만 불황 등으로 소비가 부진해 우유 재고는 눈덩이처럼 쌓였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가구당 우유 월평균 구매액은 2012년 2분기 1만4천447원에서 올해 2분기 1만2천88원으로 16.3% 줄었고, 같은 기간 월평균 구매량은 5.79㎏에서 4.92㎏로 15%나 감소했다.

이처럼 우유 과잉이 심각해지면서 분유 재고량이 급증하자 낙농가와 유업체는 원유 생산 감축에 들어가 젖소 도태 사업에 들어가고 있다.

국내 원유 생산량의 35%를 생산하는 서울우유협동조합은 올해 1월부터 젖소 5천400여마리에 대한 도축작업을 했다. 이어 원유 생산량의 23%를 차지하는 낙농진흥회도 지난 3월 젖소 3천633마리를 도축하기로 의결했다. 지난달 전국 16개 낙농 조합도 국내에서 착유 중인 젖소 총 20만8천두의 1.8%인 3천800두를 자율적으로 도축하기로 결의했다.

또 낙농진흥회는 원유 부족 시기에 농가의 원유 생산 확대를 독려하기 위해 도입한 수입 보장 정책인 '연간총량제'를 이달 1일부터 한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다.

유업체들도 발효유·가공유 등 신제품 출시, 제품 할인 등 판촉활동 강화, 커피전문점·제과업체 등으로의 납품량 늘리기 등으로 살 길을 모색하고 있다.

하지만 유업체들은 우유가 남아돌아도 우유 가격을 마음대로 내릴 수 없는 '원유가격연동제'가 소비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원인이라며 제도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원유가격연동제는 우유생산비 증감분과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반영한 공식에 따라 원유 가격을 결정토록 한 제도다.

제도 도입 첫해인 2013년에는 원유 기본 가격이 ℓ당 834원에서 940원으로 약 13% 올랐고, 지난해는 ℓ당 인상요인 25원이 발생했으나 가격을 동결했다. 올해도 어려운 수급 상황을 고려해 원유가격을 동결, 올해 8월 1일부터 내년 7월 31일까지 1년간 원유 기본가격은 전년과 같은 ℓ당 940원을 유지하고 있다.

이처럼 소비자물가 상승률 등을 감안해 원유가격이 오르거나 동결에 그치면서 공급이 넘치면 가격이 내려가는 시장 원리가 적용될 수 없는 것이다.

정부는 무조건 생산비에 따라 가격이 오르내리는 구조를 일부 개선해 수급 상황을 고려해 가격을 조정할 수 있도록 했지만 제도를 보완할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외국 사례 등을 벤치마킹해 원유가격연동제에 개선할 사항이 무엇인지 등을 살펴보고 있다"고 밝혔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