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8천업체중 노조설립 1%
‘노동경찰’ 근로감독관 개입
사측에 와해방안 조언 적발
근로 현장의 유일한 사법기관인 고용노동부의 감독부재와 한국산업단지공단·지자체 등 관련 기관의 사업주 편의주의 정책 및 무관심 등으로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 내 근로자들은 최소한의 인권과 노동권을 보호받을 보루인 노동조합 설립조차 엄두도 못 내는 실정이다.
특히 일부 업체가 노조를 설립해도 사업주가 탄압하거나 의도적으로 직장을 폐쇄하는 등 무력화시키면서 열악한 근로환경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고용노동부 안산지청과 안산시 등에 따르면 반월·시화산단 내 1만8천여개 사업장 중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소속 노조가 설립된 사업장은 110여개로 전체의 1%에 불과하다.
노조가 설립된 사업장도 사측의 탄압 등을 견디다 못한 조합원들이 탈퇴하면서 해산되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2006년 산단의 A 사업장에서 사측이 월차휴가 폐지와 보건휴가 무급 전환 등을 추진하자 반발한 근로자 60여 명이 노조를 설립했지만 10년이 지난 현재 조합원 수는 3명에 불과하다.
사측이 작업장 내 CCTV를 설치해 ‘노조 동향’을 담은 일지를 작성하고 2차례의 직장 폐쇄를 거치면서 조합원들은 노조를 탈퇴할 수밖에 없었다.
특히 지난 2003년 또 다른 사업장에서 노조가 설립되자 사업주와 고용노동부, 시흥시, 상공회의소 등 관련 기관이 모여 대책회의를 열고 공동대응에 나선 이후 현재까지 산단관련 기관들은 암묵적으로 노조설립과 활동에 공동대응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다.
급기야 최근 ‘노동경찰’인 고용노동부 안산지청의 근로감독관 C씨가 노조를 와해하거나 무력화할 수 있도록 기업노조를 설립하는 방안을 사측에 조언했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C 씨는 과거 기업노조를 설립한 산단 내 다른 업체 사례 등을 문서화해 해당 사측에 전달하려 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업주들은 사업장을 의도적으로 폐업해 노조를 해산시키는 방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산단 내 한 C업체의 경우 지난 2000년 하루 12시간 교대 근무 등에 반발한 근로자들이 노조를 설립한 뒤 단체협약을 체결해 상여금을 400%에서 600%로 인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하지만 사측이 갑자기 경영상의 이유로 정리해고 절차를 밟기 시작했고 노조 반발이 거세지자 얼마 뒤 회사를 폐업했다.
이에 대해 민주노총 정현철 안산지부의장은 “산단 내 영세 사업장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지역 노조 등에 가입해 세력을 키우고 있지만 아직은 역부족”이라며 “노조의 단체협약이 지역적으로, 산업적으로 확대 적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환기·김대현·조윤영기자 jyy@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