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경제 주역이 경제에 부담 주는 ‘불편한 진실’
자녀교육·부모 부양에 번돈 쏟아 ‘노후준비 부실’
‘고용보험법 개정’ 늦었지만 지금이 적기일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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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재호 경제부장
100세 인생 시대다. 그러나 슬프게도 이를 받아들일 우리의 사회적 여건은 성숙해 보이질 않으니 걱정이다. 특히 베이버붐(1955~1963년 출생) 세대의 퇴장이 현실이 됐음에도 무대책이 대책인 것 처럼 느껴지는 현실이 걱정 중 단연 으뜸이다. 이들 세대의 퇴장은 국민연금을 비롯한 각종 공적연금, 주택 패턴, 저축 및 소비 성향 등 사회 곳곳에 큰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정부 나름의 대책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대책보단 고민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노후 걱정에 닫힌 이들 세대의 지갑은 벌써 소비위축이란 징후까지 만들고 있다.싼 금리에 은행 수신고만 늘어나는 이론상 이해할 수 없는 기 현상치의 해석 역시 마찬가지다. 시대적 경제를 이끌었던 이들 세대의 퇴직이 우리 경제에 부담을 주는 불편한 진실이 되고 있다.

외국계 시중은행에 근무하며 동창들 사이에 나름 상징적 존재였던 친구의 고민을 들어볼 수 있었다. 최근 단행된 자신의 은행 지점장 인사가 예년과 다른 64년생 이하 직원들만 포함시켜 이뤄졌다고 한다. 은행의 꽃 격인 지점장에 이제 갓 50이 된 직원들만 해당하는 예년과 다른 ‘인사 잔치’ 분위기를 설명했다. 결국 나이 많은 선배들의 희생과 퇴직을 담보로 일어난 파격적 인사로 귀결됐다. 이어진 얘기는 더 충격적이다. 조직에서 희망퇴직을 내지 않은 친구와 같은 고령(?)의 직원들은 한 부서에 모여 개인 금융거래나 취급하는 ‘직급 고려장’을 경험하고 있을게 뻔하다. 한때 구조조정 당시 칼자루를 쥐기도 했던 한때 잘나가던 친구 역시 세월에 밀려 직장 내 야인처럼 쓸쓸한 퇴장을 맞이할 현실이 왠지 씁쓸하다.

우리 사회는 50대 관리자들이 언제 무슨 꼬투리를 잡아 대기발령을 받아도 전혀 이상할 것 없는 분위기로 받아들인다. 현재 50대 이상의 경제활동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섰다는 통계다. 자녀교육과 노부모 부양에 번 돈을 모두 쏟아 부은탓에 노후준비가 부실한 이들이다. 한술 더 떠 최악의 취업난에 자녀를 다시 뒷바라지해야 할 운명적 과제까지 또다시 안고 있다. 현 베이비붐 세대중 60% 이상이 경제적 은퇴준비도 못했다. 퇴직금만으론 50년 인생의 종잣돈으로 버겁고, 창업 생존율 역시 16.4%에 불과한 현실이 우울할 뿐이다. 대형 아파트를 소형으로 줄여 노후자금을 확보하려는 이들 주도의 다운사이징화가 은퇴 불안감 때문에 시작된 것이란 시장 진단이 다만 슬픈 현실이다.

정부가 세대들의 썰물 같이 일어날 ‘은퇴 절벽’을 막고자 고용보험법 시행령 개정 등을 통한 유연성 확보에 나서고 있다.임금피크제 적용에 따른 임금 차액을 일정 부분 지원하는 등 해법이 최근 국회를 거치는 내용의 시행안 골자다. 물론 단기적 처방이라도 내세워 세대의 심리·사회적 안정에 기여하는 일도 매우 중요하다.하지만 출산율 제고부터 일자리 확충과 부동산 가격 안정, 공적연금의 확충 등 근본적인 중장기적 대책을 실기해서는 곤란하다. 최근 급부상한 임금 피크제의 사회적 정착도 중요하나 양질의 일자리 확보와 소득 보상체계 확립 또한 선결조건이 돼야한다. 일자리 양산이 생계를 위한 선택에 불과하다면 별 도움이 안되는 모래성을 쌓는 헛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생 이모작이 필요한 이들 세대에 보내는 사회적 관심과 대책 마련이 늦은감은 있다. 하지만 대처 시기 논의가 그나마 가능한 지금이 대처의 적기 일지도 모른다.

/심재호 경제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