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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오전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24일째 피신 중인 서울 종로구 조계사 관음전 앞에서 경찰들이 경계근무를 하고 있다. 경찰은 8일 한 위원장에게

경찰이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검거하기 위해 조계사에 공권력을 투입하겠다는 시한이 임박해오면서 조계사 일대에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조계종측이 경찰의 공권력 투입 계획을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지만, 경찰은 강제 영장집행 계획에 변화가 없다며 조계사에 형사와 기동대를 배치하는 등 조계사 진입 준비에 들어갔다. 민주노총은 이에 반발해 조계사에 조합원을 결집시켜 한 위원장 체포를 막겠다고 공언, 양측의 충돌 우려마저 높아지고 있다.

조계종은 9일 오전 10시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총무원 기획실장인 일감 스님을 통해 경찰의 강제 영장집행과 관련한 종단의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조계종측은 "조계사는 조계종 총본산으로 조계종을 대표하는 상징적 공간이자 10만 신도의 기도처"라며 "조계사에 대한 공권력 투입은 조계종, 나아가 한국불교를 또다시 공권력으로 짓밟겠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조계종은 또 "법 집행을 명분으로 경찰 병력이 조계사를 진입하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신중에 신중을 기해줄 것"을 당부하고 "이러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경찰병력이 조계사에 투입된다면 그로 인해 발생되는 모든 책임은 정부에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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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불교조계종 기획실장 겸 대변인인 일감 스님이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검거를 위한 경찰 공권력 투입과 관련 조계종의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계종은 한 위원장에 대해서는 "80만 조합원의 대표로서 겪고 있을 심적 부담과 고통을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면서도 "평화적인 집회 시위 문화에 일대 전기를 마련한 것처럼 공권력 투입이라는 폭력의 악순환이 발생되지 않도록 신속한 결정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경찰은 조계종의 이같은 반발에도 불구하고 강제 영장 집행 계획에 변화가 없다고 밝히고 사실상 조계사 진입 준비에 들어갔다.

경찰 관계자는 조계종의 입장이 발표된 후 "경찰이 시한으로 제시한 오늘 오후 4시까지 한 위원장이 자진출석하지 않으면 그 시간 이후에 언제든 조계사에 경찰력을 투입해서 한 위원장을 검거한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라고 밝혔다.

강신명 경찰청장도 전날 긴급 기자간담회를 통해 "조계사나 조계종이 강제 집행에 협조할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반대를 하더라도 경찰은 더 이상 그런 입장을 고려하거나 수용할 상황이 아니다"라고 강경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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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계사에 피신 중인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 검거를 위한 경찰의 공권력 투입 시한이 다가오는 가운데 9일 오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서 경찰이 경계근무를 서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따라 경찰은 이날 조계사 주변에 수사 형사 100명을 포함해 경찰관 기동대 7개 중대 등 600여명을 배치해 경계와 감시를 강화했다. 또 경찰관 기동대 10개 중대를 출동 대기시켰다. 경찰은 오후 4시 이후 검거작전이 시작되면 수사 형사 100여명을 포함한 400여명을 추가로 동원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경찰의 공권력 투입 입장에 대해 민주노총은 "조합원을 결집시켜 (한 위원장 체포를) 저지하겠다"고 공언, 조계사에서 경찰과 민노총간의 대규모 충돌이 우려되고 있다.

민노총은 전날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위원장의 자진출두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며 "경찰이 한 위원장의 자진출두 최후통첩 시한으로 제시한 9일 오후 4시께 수도권 조합원들을 조계사 인근으로 결집시키겠다"고 밝혔다.

민노총은 또 "경찰의 체포 시도가 강행되는 즉시 파업을 할 수 있는 조직은 파업에 돌입하고 지역별로 공안탄압 규탄 및 노동개악 저지 총파업 결의대회를 열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민노총은 9일 오후 9시부터는 공안탄압 규탄 촛불집회를 열고 이튿날인 10일까지도 투쟁 비상대기 상태를 유지하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