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상 관리기준·범위 없어
전문의 아니어도 의사묵인땐
본인·타인에 직접 투약 가능
처벌 어려워… 오남용 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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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의 한 40대 의사가 마약으로 분류된 의약품을 1년 동안 상습 투여하다 경찰에 적발(경인일보 12월 7일자 23면 보도)된 가운데, 관련 법이 미흡해 간호조무사 등 의사가 아닌 의료인이더라도 쉽게 마약류 의약품을 관리할 수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9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마약으로 분류된 모르핀·페치딘 등과 향정신성의약품으로 분류된 졸피뎀·프로포폴 등 마약류 의약품은 관련 법에 따라 의사 등 의료인이 관리 및 투약을 하게 돼 있다.

하지만 간호조무사 등 전문의사가 아닌 의료인 역시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마약류 의약품을 직접 투약해도 의료행위로 인정받아 법의 처벌을 받기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법률상 의사를 제외한 의료인은 ‘의사의 관리’에 따라 마약류 의약품을 취급할 수 있지만, 관리의 기준이나 범위가 전혀 없어 의사가 묵인할 경우 마약을 자신이나 타인에게 투약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실제로 수원의 한 병원에서 간호조무사 A(32·여)씨가 지난해 12월부터 마약으로 분류된 페치딘을 병원장에게 투약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의료행위로 인정받아 혐의에서 벗어났다. A씨가 방조 혐의를 적용받은 것은 자신의 아버지 이름으로 처방을 받은 페치딘을 병원장에게 투약한 부분만이었다.

또 지난 6월 24일에는 동두천의 한 성형외과 회복실에서 간호조무사 B(41·여)씨가 1년 동안 상습적으로 향정신성의약품인 프로포폴을 자신에게 투약했다가 숨진 채 발견됐다. B씨 역시 의사가 묵인하면 처벌을 받지 않는 점을 노려 투약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신종 마약지정 관리는 식약청, 단속은 검찰과 경찰, 마약 환자치료는 보건복지부가 맡는 등 분화돼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최근 마약류 의약품을 관리하는 전산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관리를 엄격히 하고 있다”며 “법의 검토를 통해 의사가 아닌 의료인의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을 예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설명했다.

/김범수기자faith@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