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쏘공’ 주인공 더 어려운 이웃위해 주머니 털어
찌든 삶에도 웃을수 있는 행복함 생각하게 한다

국내 소설 중 가장 많이 읽힌 것을 꼽으라면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하 ‘난쏘공’)이 당장 떠오른다. 1970년대 인천의 노동자 가족 이야기다. 자동차 공장 일이 고되어 잠을 자면서도 코피를 쏟아야 하는 노동자 이야기가 가슴을 먹먹하게 한다. 한 달 월세가 1만5천원인 쪽방에 사는 가족의 가계부 내역이 고스란히 나온다. 콩나물 50원, 왜간장 120원으로 시작해 25가지 정도 쓰임이 꼼꼼하기도 하다. 읽다가 책장을 더 이상 넘기지 못하고 한동안 생각에 잠기게 한 대목이 있다. 앞집 아이 교통사고 문병 230원, 길 잃은 할머니 140원, 불우 이웃 돕기 150원. 520원을 이웃돕기에 쓴 것이다. 두통약 100원, 치통약 120원을 써야 할 정도로 몸까지 불편한 사람이 나보다 더 어려운 이웃을 위해 흔쾌히 주머니를 터는 모습은 당시 우리 사회의 일반적 풍경이었다. 그리 멀지도 않은 불과 30~40년 전 이야기다. 그런데 지금 우리 사회는 어떤가.
세계적 억만장자인 중국의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이 얼마 전 중국의 한 프로그램에 출연해 “91 위안(1만6천원) 월급을 받고 교사로 일할 때가 가장 행복했다”고 털어놓으면서 우리에게 부(富)와 행복(幸福)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한 적이 있다. 마윈 회장은 또 이 자리에서 “돈은 누구의 소유물이 아니고 우리의 재산은 사회가 우리에게 위탁해 관리하도록 한 것”이라며 “만약 당신이 자산을 ‘내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액운이 시작되는 것”이라고 부자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고 한다. 세계 부자 순위 15위 정도 되는 마윈 회장의 돈에 대한 철학은 그가 왜 세계 최대규모의 온라인 쇼핑몰을 일구게 되었는지 가늠하게 한다.
가계부를 쓰던 ‘난쏘공’ 속 가족은 엄마와 삼남매 이렇게 네 식구다. 죽어라 일을 해서 버는 삼남매의 한 달 수입 총액은 8만231원이었다. 보험료 등을 빼면 엄마가 손에 쥐고 살림할 수 있는 돈은 6만2천351원이다. 당시 4인 가족 최저 생계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었다. 이런 사람들이 길을 잃고 헤매는 할머니를 보고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주머니를 털어 차비를 댔다. 당신 자신이 불우 이웃인 그 사람들이 자신보다 더 불우한 이웃을 돕겠다면서 기꺼운 마음으로 성금도 냈다. 그리고는 행복해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웃을 수 있었던 행복한 삶과 돈이 있으면서도 더 벌지를 못해 아우성인 우리의 불우함에 대해, 또 마윈의 재산관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연말이다.
/정진오 인천본사 정치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