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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이틀간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를 통해 기준금리인 연방기금금리를 현재의 0.00%∼0.25%에서 0.25%∼0.50%로 0.25%포인트 올리기로 결정했다고 16일(현지시간) 공식 발표했다. 2006년 6월 이후 9년 6개월만의 첫 기준금리 인상이다. 재닛 옐런 의장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에서 자본이탈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중동과 중미의 산유국 등 세계 각국이 즉각 금리를 올리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서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한 지 하루 만인 17일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바레인 등 중동 4개국은 기준금리를 연준의 인상 폭과 같은 0.25% 포인트씩 올렸다.

이는 미국 달러화 페그(달러 연동 고정환율제)인 사우디 등 걸프 지역 산유국 5개국이 달러와 자국 환율이 그대로 동기화되기 때문이다. 쿠웨이트는 2007년 달러 페그를 포기했으나 국제 통화바스켓에 달러화 비중이 가장 크다.

이 밖에도 조만간 오만, 카타르 등 걸프협력회의(GCC) 회원국들이 금리 인상 대열에 가세할 것으로 시장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앞으로 미국이 기준금리를 추가 인상하면 이들 달러 페그제 운용 국가들은 이를 뒤쫓아 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연준의 이번 금리 인상은 산유국으로선 반가운 소식은 아니다. 통상 미국 금리 인상은 달러화 강세를 낳고 이는 유가 하락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걸프 산유국은 지난 1년 반 동안 추락한 유가로 수입이 줄어든데다 예멘 내전 개입과 '이슬람국가'(IS) 사태, 시리아 내전 등에 따른 '안보 비용'이 막대하게 발생해 재정난에 직면한 상황이다.

따라서 연준의 기준 금리 인하로 유가 하락세가 고착된다면 산유국으로선 곤란한 처지가 아닐 수 없다.

저유가로 '오일 달러' 유입액이 줄어들면서 걸프 지역의 유동성에도 '경고등'이 커졌다.

걸프 지역 산유국은 내년 평균 유가가 배럴당 50달러 정도까지 오르는 것으로 보고 예산을 편성하고 있어 유가가 기대수준으로 회복되지 않는다면 재정 적자 가능성이 그만큼 커진다.

이 지역 금융 중심지인 UAE의 경우 은행간 금리(EIBOR·3개월)가 올해 초 0.677%에서 16일 현재 0.988%까지 올랐다. 이는 2013년 5월 이후 가장 높다. 그만큼 시중에 돈줄이 말랐다는 뜻이다.

걸프 지역 각국의 중앙은행이 기준금리 인상을 속속 결정하면서 시중의 유동성은 더욱 압박을 받게 됐다. 미국 연준의 9년여만의 금리 인상은 걸프 지역의 환율 정책을 또다시 논란의 장으로 끌어들였다.

원유 수출에 국가 재정의 90% 이상을 의존하는 이들 산유국은 재정 확보의 예측가능성을 위해 달러 페그를 유지해 왔다.

장기적으로 저유가에 대비하려면 달러 페그에서 벗어나 환율로 방어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처럼 유가는 내려가는 데 금리는 올릴 수밖에 없는 불일치가 생길 수밖에 없다.

OPEC 역외 산유국인 멕시코 중앙은행도 기준금리를 3.0%에서 3.25%로 상향 조정했다.

멕시코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제로금리 시대를 마감함에 따라 페소화 가치의 추가 하락과 인플레이션에 대비해 2008년 이후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인상한다고 설명했다.

수출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 경제에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 멕시코는 올해 국제유가 하락과 미국 경제의 강세로 페소화 가치가 지속적으로 떨어졌다.

아시아 및 유럽 국가들도 금리를 조정했다.

홍콩 중앙은행도 이날 기준금리를 0.5%에서 0.7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홍콩의 부동산 가격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배 이상 오르며 천정부지로 치솟아 대표적으로 버블 우려가 제기되는 곳이다.

대만은 이날 기준금리를 0.125% 포인트 내린 1.625%로 조정했다.

필리핀과 노르웨이는 기준금리 동결에 나섰다.

필리핀 중앙은행은 이날 기준금리를 4.0%로 동결했다. 필리핀은 지난해 9월 이래 15개월째 동결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노르웨이는 기준금리를 0.75%로 동결했다. 노르웨이는 올해 6월과 9월 두 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했으며 내년 상반기에도 추가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옛소련 공화국 중 하나인 조지아는 기준금리를 7.5%에서 0.5%포인트 올린 8.0%로 인상했다. 조지아의 지난달 인플레율은 6.3%에 달해 목표치 6.0%를 넘어섰다.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은 높은 물가상승률이 지속됨에 따라 기준금리 22%를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한때 30%에 달하던 기준금리를 지난 8월과 9월에 인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