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영리병원 설립 승인, 건보체계 흔들릴까?
18일 오후 서울 마포구 건강보험공단 종합민원실에서 내방객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이날 보건복지부는 제주특별자치도가 신청한 중국 녹지(綠地)그룹의 투자개방형 외국병원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연합뉴스

민간인이 설립하고 병원비도 비싸지만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 영리병원의 설립이 국내에서 처음 설립 승인을 받았다.

영리병원은 의료인이나 의료법인이 설립해 비영리기관으로 운영되는 일반 병원과 달리 이익을 목적으로 하며 이익금을 투자자가 회수할 수 있다. 정부는 외국인 투자 비율이 출자총액의 50% 이상인 외국계 영리병원을 제주도와 경제자유구역에 한해 허용하고 있으며, 내국인도 건강보험의 적용을 포기하면 이용할 수 있다.

국내 보건의료 시민단체의 강렬한 반대 속에 설립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인데, 향후 외국계 영리병원 설립 신청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보건복지부는 18일 제주특별자치도가 신청한 중국 녹지(綠地)그룹의 '녹지국제병원'의 설립을 승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복지부는 사업계획서를 검토한 결과, 외국인 투자 비율이 100%로 법령상 요건을 충족하고 중국 모기업을 통해 투자금 전부를 조달하는 등 내국인의 우회투자 가능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했다.

또 응급상황 대처, 환자 이송 등의 내용을 담은 응급의료계획을 수립하고 제주대병원, 서귀포의료원 등 의료기관 2곳과 협약(MOU)을 체결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보건복지부 고위 관계자는 "절차에 맞춰 철저하고 신중하게 검토한 결과 설립을 승인하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며 "일각에서 의혹을 제기한 우회투자 부분에 대해서도 꼼꼼하게 따져봤지만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응급의료체계 구비, 국내 보건의료법령 준수, 진성투자 여부 등 사업계획서상의 제반사항을 검토한 결과 내린 결론"이라며 "법에서 경제자유구역 내의 외국병원 설립이 허용이 된 만큼 녹지국제병원이 중요한 테스트베드(시험무대)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설명했다.

복지부는 사업계획서에 대한 승인 결정을 조만간 제주도에 통보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개설 허가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은 외국 자본과 국내 의료자원을 결합시켜 외국인 환자 위주의 종합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이다. 주주를 모아서 대규모 자본을 끌어모을 수도 있고, 주주의 이익을 위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지난 2012년 10월 제주도에도 이런 형태의 병원 설립이 가능하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하지만 그동안 정부가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의 승인을 결정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녹지그룹의 사업계획서에 따르면 녹지국제병원은 서귀포시 토평동 제주헬스케어타운에 778억원을 들여 2만8천163㎡ 부지에 지상 3층, 지하 1층 규모로 건립된다.

복지부는 "해당 병원이 제주도를 관광하는 중국인을 타깃으로 피부관리, 미용성형, 건강검진 등을 시술하며 병상규모는 47병상으로 운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고심 끝에 녹지국제병원에 대해 설립 승인 결정한 만큼 그동안 병원 설립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던 보건의료 시민단체들의 반발이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보건의료 투자 활성화 대책의 하나로 투자개방형 외국병원의 도입을 추진해왔지만 시민단체들은 "병원이 설립되면 병원비가 폭등하고 건강보험이 무력화되는 등 의료체계의 근간이 흔들릴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