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한국문화원장이 정당한 절차를 거치지 않고 딸과 부인을 공관 직원으로 채용해 1억여원을 지급하는 등 재외공관의 도덕성 해이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일부 재외공관에서는 직원이 음주운전 사고를 냈는데도, 외교부 본부에 알리지 않은 채 '쉬쉬'하다가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감사원은 21일 재외공관 및 외교부 본부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지난 2012년 8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외국의 한국문화원장으로 재직한 A씨는 채용공고 등의 절차도 거치지 않은 채 딸을 행정직원으로 채용해 인건비와 출장비 등의 명목으로 3만7천여달러(약 4천400여만원)를 지급했다.

또 A씨는 2012년 9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문화원 산하 세종학당에 한국어 강사 적임자가 없다면서 배우자를 세종학당장 겸 전임강사로 채용해 2만여달러(약 2천400여만원)를 지급했다.

그렇지만 당시 세종학당에는 한국어와 한국문화를 가르치는 강사가 7명이나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재외공관에서 부당하게 가족을 채용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를 받고도 딸에게 문화원 행사 공보요원 등을 맡겨 1만4천여달러(약 1천600여만원)를, 배우자에게는 문화원 행사 출장비 등의 명목으로 6천800여달러(약 800여만원)를 각각 지급했다.

감사원은 징계시효가 지난 사안까지 합하면 A씨의 부인과 딸이 받은 돈은 9만2천여달러(약 1억900여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현재 대학교수인 A씨에 대해 정직 처분을 하라고 해당 대학 총장에게 통보했다.

또 우즈베키스탄 대사관의 한 참사관은 지난 2013년 12월 현지에서 음주운전을 하다가 현지인 차량 두 대를 잇따라 들이받는 사고를 냈다.

그렇지만 대사관에서는 이 사고를 외교부 본부에 보고하지 않기로 했고, 이 참사관은 주재국의 외교부 관계자를 만나 사건을 잘 처리해달라고 부탁을 한 뒤 2명의 피해자에게 차량수리비로 총 2천800 달러를 제공했다.

키르기즈 대사는 2014년 9월 지은이와 저작권자를 자신의 부인 명의로 하는 안내 책자를 제작하도록 하고, 7천달러의 인쇄비용 가운데 2천달러는 대사관 공관 운영비에서, 나머지 5천달러는 업체 등으로부터 받아 충당했다.

뉴욕문화원 문화홍보관은 2013년 2월∼2014년 8월 부인이 주차비 등 개인적인 용도로 지출한 1천134달러(약 130만원)를 공무로 사용한 것처럼 서류를 제출한 뒤 돈을 받아냈고, 현지 행정원은 2013년 1월∼2015년 5월 3천778달러(약 447만원)을 횡령했다가 적발됐다.

이어 외교부는 치료 목적으로 일시귀국한 재외공무원에게 의료진료 내역 등을 제출받지 않았고, 실제로 일본대사관 1등 서기관 등 5명은 치료 등을 이유로 수차례 귀국을 한 뒤 진료를 받지 않고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는 특수근무지수당과 관련해 외교통상부령이 개정됐는데도 종전의 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2012년 1월부터 2015년 6월까지 특수지근무수당 172만달러(약 19억8천만원)을 더 많이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