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어린이집·11살소녀 폭행 등 ‘국민적 공분’
가정폭력에 대한 열악한 사회안전망 백일하에
가정내 문제로 치부하는 잘못된 인식부터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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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
지난해 대한민국은 아동학대로 인한 국민적 분노게이지가 1월부터 12월까지 가라앉지 않은 한 해였다.

2015년 1월 대한민국은 인천발 ‘어린이집 아동 폭행사건’으로 충격 속에 한 해를 시작했다. 어린이집 교사가 반찬을 남겼다는 이유로 네 살배기 아이의 얼굴을 강하게 때린 것이다. 교사에게 얼굴 부위를 맞은 아이는 나가 떨어졌고, 이 동영상은 ‘핵싸대기’란 제목으로 인터넷에 순식간에 퍼져 국민적 공분을 샀다. “작은 아이를 어떻게 무지막지하게 때릴 수 있느냐”는 어린이집 학부모들의 비난이 빗발쳤다.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이 쌓이면서 경찰은 모든 어린이집에 대한 아동학대 전수조사를 펼쳤고, 해당 교사는 사법기관의 엄중한 심판을 받았다. 또 국회는 관련법을 고쳐 어린이집 CCTV 설치를 의무화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예고 없이 인천의 어린이집을 방문,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 분노가 얼마나 심각한 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2015년 12월 대한민국은 ‘11살 학대 소녀사건’을 접하며 한 해를 마무리해야 했다. 2년 넘게 친아버지와 아버지 동거녀 등에게 폭행당하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한 11살짜리 소녀가 ‘필사의 탈출’로 인근 주민들에 의해 발견되면서 사건은 드러났다. 이 아이는 자신을 학대한 친아버지 등을 처벌해 달라고 했다. 법원은 직권으로 친아버지의 친권을 상실시켰다. 심리치료와 건강관리를 병행하고 있는 이 아이는 먹는 것에 대한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이 아이는 학대받는 동안 학교 교육을 받지 못했고, 교육 당국은 어떤 보호조치도 하지 않았다. 정부는 뒤늦게 전국에 장기 결석 중인 아동들에 대한 전수조사를 실시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11살 학대 소녀’로 인해 가정내 아동폭력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얼마나 열악했는지에 대한 문제가 드러난 셈이다. 경인일보가 인천에서 아동학대 특례법에 따른 친권상실 사례를 취재한 결과 ‘11세 학대 소녀’와 같은 아동학대 사건은 또 있었다. 지난해 6월 인천 길병원에 혼수상태로 이송된 5살 여자 아이의 몸을 살피며 진찰하던 의사는 경찰에 신고했고, 친엄마의 아동학대가 원인으로 밝혀졌다. 뜨거운 물을 붓기도 하고, 나무주걱으로 때리기도 했다. 종교단체에서 만나 함께 살던 30대 여성의 가족도 5살 여자아이의 학대에 가담했다고 한다. 검찰은 11살 학대소녀에 앞서 5살 여아의 친모에 대해 친권 상실을 청구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인천의 첫 친권상실 사례가 됐다.

2014년 8월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은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근절을 위해서는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 및 피해자에 대한 세심한 지원과 함께 아동학대와 가정폭력을 가정 내 문제로 치부하는 잘못된 인식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곤 “아동학대 가해자의 81.5%가 부모라는 통계가 보여주듯 아동학대 문제를 가족의 관점에서 풀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국가, 지자체, 공공단체 등 1만6천여 기관에 의무화된 가정폭력 예방교육 시 아동학대 예방내용을 포함한 교육을 실시하겠다고 했고, 매월 8일을 ‘가정폭력 및 아동학대 예방의 날’(보라데이)로 정해 집중홍보 및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사건은 줄지 않고 있다.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예방책은 장관이 인터뷰할 때 던지는 캠페인이 아니다.

2016년 정부는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예방을 위해 실제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이영재 인천본사 사회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