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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기정 정치부
그야말로 ‘대란(大亂)’이다. 정부와 시·도 교육청이 누리과정 지원비를 두고 책임 공방을 벌일 때부터였다. 갈등은 여당 도지사와 진보 교육감으로, 광역의회 여야로 옮겨붙었고 2015년의 마지막 날 경기도의회 본회의장에서 결국 폭발했다. 여야 도의원들의 난투극 끝에 올해 예산안 처리는 불발됐고 누리과정 지원을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가던 도와 도교육청은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 사태’를 맞았다. 법령·조례에 지출의무가 명시된 예산 등만 제한적으로 집행할 수 있는 만큼 도·도교육청의 자체 사업 상당수가 중단될 것으로 보인다.

‘예산 대란’은 ‘보육 대란’이라는 또 다른 폭탄도 낳았다. 준예산 체제에 들어선 경기도교육청은 누리과정 지원비를 집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당장 4일부터 유치원이 받아야 할 이달 치 누리과정비 지원이 끊긴다. 신용카드(아이사랑 행복카드)를 통해 우회 지원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역시 중단돼, 카드사로부터 비용이 청구되는 다음 달에는 혼란이 불가피한 실정이다. 많게는 매달 5천만원 가까이 손해 볼 처지인 보육 기관은 학부모에게 손을 벌릴 수밖에 없다. 빠듯한 살림에 한 푼이라도 더 벌어보자며 아등바등하는 맞벌이 부부들이 29만원씩을 더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정부와 시·도교육청이, 도지사와 교육감이, 여야 정치인들이 서로 돌리던 폭탄을 서민들이 떠안은 셈이다.

폭탄이 터지기 일보 직전이지만 “왜 우리에게 폭탄을 떠넘겼냐”는 서민들의 물음에 정부와 교육청, 여야 정치권은 서로를 가리킬 뿐이다. 교육부는 법령 상 교육청이 부담해야 할 돈인데 책무를 저버리고 있다고 비판하고, 교육청은 정부가 멋대로 부담을 떠넘기고 있다며 대통령의 공약 사업이니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한다고 역설한다. 여야 정치권의 싸움도 정부-교육청의 대리전 양상을 보이며 대책 없이 맴돌고 있다. 아이를 맡기려면 덜 입고, 덜 먹어야만 하는 엄마들의 한숨만 깊어질 뿐이다.

경기도의 ‘연정’이 호평을 받았던 건 여야의 정파 싸움과 기관 간 책임 공방으로 민생이 뒷전으로 밀리는 상황은 없을 것이라는 희망 때문이었다. 지금 ‘대란’ 속엔 너나 할 것 없이 외쳤던 ‘민생’이 없다. 폭탄이 터져 민생이 사라지면 정부도, 지자체도, 정치권도 존재 이유를 잃게 된다. 이제는 답을 찾아야 할 때다.

/강기정 정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