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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전하지 못한 소식 지면기사
파킨슨병을 앓는 김씨는 하루종일 방 안에 누워 있어 제대로 먹지도, 움직이지도 못했다. 엉덩이에는 욕창이 생기기 일쑤였다.지난해 7월 방문간호 사업을 취재하다 김씨를 처음 만났다. 의사소통이 어려워 그의 노모와 몇마디 이야기를 나눴다. 불편한 것이 한두 개가 아니었겠지만, 역시 먼저 꺼낸 말은 역시 돈 문제였다.주기적으로 서울 병원에 가는데, 사설 구급차 비용이 너무 비싸다는 것이었다. 김씨가 유일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이동 수단은 사설 구급차다. 장애인이지만 침대를 통째로 옮길 수 없어 장애인 콜택시는 타지 못한다. 매달 20만~30만원을 들여 병원을 오갔다고 한다.이날 취재는 그의 '이동권' 문제와 관련돼 있지 않았다. 노모의 푸념을 한참 듣다 취재를 마무리했다. 이들과 인연은 오늘까지겠거니 하고 장소를 빠져나왔다.그해 가을, 누워서 생활하는 와상 장애인 이동권 실태를 취재하게 됐다. 다른 지역에서는 와상 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도록 사설 구급차 비용을 지원하고 있단다. 인천에는 이런 정책이 하나도 없었다. 가장 먼저 떠오는 게 김씨였다. 인연이 이어졌다. 그때 들었던 노모의 푸념은 바로 기삿거리가 됐다.올해 5월에는 노모로부터 전화를 받게 됐다. 인연은 또 이어졌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사설 구급차 비용의 일부를 지원받았는데, 올해부터 지원이 끊겼다는 소식이었다. 또 기사를 썼다. 바뀌는 건 없었다. 큰 도움을 주지 못했는데도 노모는 내게 "고맙다"고 했다.이 문제에서 손을 놓지 못했다. 유일한 취재원이었던 김씨와 노모에게 가끔 안부를 물었다. 딱 이번 여름까지였다. '우리 아들이 얼마 전 소천했습니다. 기자님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이후 우리는 연락을 주고받지 않았다.얼마 전 인천시 인권보호관회의가 와상 장애인 이동권 보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시에 권고했다. 김씨가 있었다면 가장 먼저 들려줬을 소식이다. /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bmc0502@kyeongin.com변민철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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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미대선이 경기도민에 미치는 영향 지면기사
국내에선 정치적 무관심이 팽배한 분위기다.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국회의원 총선거를 차례로 거쳤지만 대통령실과 국회, 지자체와 지방의회 간의 정파적 대립이 난무하며 국민들의 정치 신뢰도와 무관심은 갈수록 커지는 상태다. 최근 한 여론조사에선 정당지지도 조사에 없음·무당층이 21%에 달하기도 했다.2024년 미국 대선이 5일(현지시각) 시작됐다.혹자는 국내 정치에도 관심이 없는 상황에서 지구 반대편 국가의 선거가 살아가는 데에 무엇이 중요하냐고 묻는다. 그러나 미대선의 결과는 대한민국 국민이자, 경기도민으로서 우리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먼저 접경지를 접한 경기도 안보와 안전이 좌우된다. 북한이 러시아 파병을 결정하고 전장에 북한군들을 투입한 이후 남북 긴장감은 고조되고 있다. 현재 세계 3차대전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한국엔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친분을 과시하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할 경우 안보의 불확실성은 높아질 전망이다. 반면 해리스 부통령은 북핵 대응 위주로 확장 억제에 집중하는 현재 바이든 정부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관측된다.국내 수출 경제에도 큰 영향을 준다.전기차·하이브리드 등 친환경차 생산에 주력하는 국내 자동차·반도체·전자 업계들은 친환경 에너지에 주력하는 해리스의 당선에 수출 실적 운명이 걸려 있다. 화석 에너지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트럼프 후보가 당선될 경우 석유·내연기관 투자에 집중해 온 업체들이 이익을 얻게 될 전망이다.K-문화 시장도 후보에 따라 달라진다. 과거 트럼프 전 대통령은 봉준호 감독 '기생충' 영화의 오스카 수상을 폄훼하기도 했다. 유색인종 지지율이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해리스 부통령은 한국 대중문화 시장의 확장성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경기도민의 삶까지 영향을 주는 미대선의 투표는 시작됐고, 전 세계의 눈은 당분간 아메리카 대륙으로 향할 전망이다./고건 정치부 기자 gogosing@kyeongin.com고건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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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빨대 효과 지면기사
올해 KBO리그 한국시리즈에서는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진풍경이 펼쳐졌다. 영·호남 연고팀의 대결이 성사되면서 양 팀을 응원하는 수도권 지역 팬들이 버스와 열차를 타고 광주와 대구로 몰려갔기 때문이다.2015년까지 서울 연고팀을 제외한 나머지 팀이 7전 4선승제의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으면 '중립구장'인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5~7차전을 펼쳤다. 관중석이 가장 많은 잠실에서 경기를 열어야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이유도 있었지만, 지극히 서울 중심의 사고방식이 작동한 희한한 규정이었다.중립구장 규정 폐지 이후 지난해까지 잠실을 연고로 하는 두 팀 중 한 팀이 꼭 한국시리즈에 올라간 덕에 서울에서 경기가 열렸다. 그리고 올해, 규정이 사라진 뒤 최초로 비수도권 팀의 한국시리즈 맞대결이 성사됐다. 양 팀을 응원하는 주변의 지인들도 표를 구하기 위해 예매 전쟁을 벌였다. 전쟁에서 승리한 이들은 평일 연차 사용을 불사하고 '직관'을 갔다. 명절도 아닌 지난 10월의 끝자락에 서울역과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에 몰려든 야구팬들의 발걸음을 찍기 위해 방송사 카메라도 출동했다. 경기 침체로 힘겨워하던 광주와 대구의 상권은 잠시나마 활짝 웃었다.'빨대 효과'는 한 지역의 인구와 경제력을 다른 지역이 흡수하는 현상을 뜻한다. 희한한 규정이 사라진 뒤 열린 한국시리즈는 긍정적인 의미의 빨대 효과를 일으켰다. 안타깝게도 인천이 겪는 빨대 효과는 반대다.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온라인 플랫폼을 타고 인천의 소득이 서울로 빠져나가는 추세가 뚜렷해졌다. 저출산 시대 인구가 증가하는 몇 안되는 도시임에도 소비 수요를 서울에 빼앗겨 건강한 경제 생태계를 형성하기 어려운 현실에 처했다.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역이 '나쁜 빨대'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다만, 수도권에 대규모 전력을 공급하는 발전소이자 쓰레기까지 묻어주면서도 지갑을 뺏기고 있는 인천의 상황이 다른 도시보다 낫다고 할 수는 없을 터다. /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dal@kyeongin.com한달수 인천본사 경제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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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얘들아, 밥먹자 지면기사
점심시간, 학교 곳곳이 시끌시끌하다. 종소리를 듣자마자 내달린 호흡이 아직도 아이들 입에선 가쁘다. 한쪽에선 밥상에 대한 토론이 열린다. 시험 시간 못지않은 진지함으로 국에 담긴 것이 무인지, 감자인지를 가늠한다. 이곳은 급식실, 식기가 부딪힐 때마다 아이들이 커간다.2019년 경기도 모든 유·초·중·고에 무상급식이 도입됐다. 정책이 시행되고 자리잡는 10여 년간 급식비는 '당연히 안 내는 비용'이 됐고 어느새 예산은 경기도교육청·경기도·도내 각 지자체가 자연스레 분담하게 됐다.무상급식 예산은 도교육청이 이듬해 필요한 금액을 각 시·군에 요청하는 방식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국가적 차원의 정책 결정 없이 현장에서부터 도입된 무상급식은 빈약한 법적 근거 등 그 약점을 드러냈다. 14년간 이같은 방식으로 마련되던 예산은 지자체들의 재정난과 분담비율에 대한 문제의식까지 겹치자 균열이 가기 시작했다.결국 지난 6월 일부 지자체들의 문제 제기는 반 이상의 '분담률 하향'과 '시스템 개선' 요구로 커졌고, 이 같은 상황이 보도되자 학부모단체와 경기도의회는 '급식예산 안정화'를 촉구하기 시작했다.그러던 지난 21일, 도교육청이 내년부터 인건비를 단계적으로 전액 부담하겠다고 밝혔다. 올해에만 3천349억원의 인건비 중 시·군이 1천153억원을 분담했는데, 내년엔 그 부담이 절반 수준으로 줄고 내후년 인건비는 모두 도교육청이 내기로 하면서 지자체들은 내년부터 500억원 규모 이상의 예산을 아낄 수 있게 됐다. 또 도교육청은 나머지 예산에 대해서도 시·군과 협의해 분담비율을 재산정, 정산의 편의를 도모키로 했다.도교육청의 이런 결정이 반갑기 그지없다. 14년간 관행처럼 이어져온 분담비율과 시스템에 변화가 생긴 건 포커스가 '애들 밥값'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일 터다. 아직 예산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등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그러나 식탁 보수공사에 첫 나사가 끼워진 지금, '탄탄한 밥상'이 머지않았음을 느낀다. /장태복 지역사회부(양평) 기자 jkb@kyeongin.com장태복 지역사회부(양평) 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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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감사합니다 지면기사
"우리 감사실은 전체 흐름을 보는 거다."최근 케이블 방송에서 화제가 된 드라마 대사 중 한 구절이다. '감사합니다'라는 이름의 드라마는 비리가 만연한 건설회사 감사실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냉철한 감사팀장과 정 많은 감사실 직원들과의 묘한 조합과 감춰진 부정을 들춰내는 이야기로 인기를 끌었다.건설회사 감사실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여서 타워크레인 납품 비리, 재건축 조합 비리같이 묵직한 사안부터 구내식당 품질 문제 등 흥미진진한 사례로 전개된 뒤 흑막에 가려졌던 비리의 온상을 밝히고 드라마는 막을 내렸다.사기업의 감사실 이야기도 물론 재밌지만, 10월부터 열리고 있는 정치권의 감사에도 관심이 쏠린다. 경기도도 마찬가지다. 경기도는 지난 14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를 치렀다. 국정감사를 받기 전, 경기북부특별자치도 추진, 공영개발로 전환된 K-컬처밸리 사업, 김동연 지사의 기회소득 등 경기도 주요 현안이 들여다볼 지 주목됐다.경기도 국정감사가 막이 오르자 경기도 현안은 뒷전으로 밀린 채 이재명 전 지사 시절에 선정된 지역화폐 운영 대행사 코나아이가 화두에 올랐다. 또한 이재명 전 지사가 발표했던 일산대교 무료화 공익처분도 질의의 중심이 됐다.김동연 지사는 연일 "제가 결정했던 일이 아니지만…. 추정해본다면"이라는 말로 답변을 이어갔다. 국회가 지방정부인 경기도정에 대한 감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취지와 기대에 무색하게 정쟁에 머무른 국정감사였다. 기자가 된 뒤, 처음 치러본 국정감사였기에 기대가 컸지만 아쉬움도 남았다.하지만 아직 경기도정에 대해 본격적으로 들여다볼 감사가 남아있다. 행정사무감사다. 경기도의회는 다음달 5일부터 열릴 제379회 정례회에서 행정사무감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도정에 대한 견제기구인 도의회의 역할이 빛을 발할 순간이다.지난해 행감에서는 시내버스 준공영제 등 민선 8기 공약 추진이 점검됐으며, 도 산하기관 북부 이전 문제, 서울-김포 편입 논란, 경기도 1회용품 제로 정책 등 주요 현안들에 대한 의원들의 검증이 이뤄졌다. 아쉬움도 있었다. 도의회 국민의힘의 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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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첫발을 내딛는다는 것 지면기사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이하 메트)에서 이불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었다. 5천년을 아우르는 소장품을 가진 미국 최대 미술관이자 한 해 500만명이 찾는 곳. 과거와 현재가 길고도 깊게 연결된 이 공간의 파사드(건물 정면)는 결코 그 의미가 가볍지 않다. 메트의 제안을 받아 작가가 선보인 작품은 '롱 테일 헤일로' 연작 4점, 보자마자 마음 한편에 뭉클함과 자랑스러움 같은 감정들이 오갔다.작품은 언뜻 보기에 오래된 조각 같기도, 미래의 모습을 그린 무언가 같기도 했다. 미술관이 담고 있는 거대한 문화와 예술, 다양한 인종과 국적의 수많은 사람이 모이는 특징들을 녹여내며 '최대한 다양한 연결고리를 만들고자 했다'는 작가의 의도를 떠올리게 했다. 이는 뉴욕 여행에서 메트를 꼭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던 이유이기도 했다.영국 런던의 테이트 모던 터바인홀에서는 이미래 작가의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이곳에서 개인전을 여는 첫 한국 작가이자 역대 최연소 작가이다. 내로라하는 현대미술 거장들이 거쳐 간 이 공간을 자신의 작품세계로 오롯이 채워낸 작가의 전시가 무척이나 궁금해졌다.노벨문학상 수상 소식 이후 대한민국에는 '한강 신드롬'이 일고 있다. 지난주 종합 베스트셀러의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한강 작가의 책이 올랐으며, 이러한 훈풍을 타고 문학판매량이 50% 가까이 늘었다는 집계도 나왔다. 문학계에 기쁜 소식이 아닐 수 없다.한국 작가들이 가진 힘, 한국의 문화가 발하는 빛이 그 어느 때보다도 크게 와 닿는 요즘이다. K-팝·드라마·영화를 넘어 K-아트, K-문학까지 문화계 전반이 세계적으로 높은 위상을 갖게 됐다. 감히 단정컨대 이는 앞으로 우리가 문화에 가질 관심과 긴밀히 연결될 것이다. 그간 책을 잘 읽지 않았더라도, 공연이나 전시에 관심이 없었다고 해도 괜찮다. 어떠한 계기든 첫발을 내딛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이 우리 문화가 더 견고한 뿌리와 가지를 뻗어낼 수 있는 자양분임을 확신하기에. /구민주 문화체육부 기자 kumj@kyeongin.com구민주 문화체육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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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인간이 미안해 지면기사
"인간이 미안해."주로 인류로 인해 자연이나 다른 생물이 큰 피해를 입었을 때 쓰이는 '밈'(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 널리 쓰이는 유행어)이다. '문제의 원인은 인간'이라는 자조적인 의미로 자연환경을 파괴한 인류의 무책임함을 풍자한다. 이 같은 밈은 지금도 지구온난화, 환경 파괴 때문에 동·식물이 멸종했다는 내용의 기사 댓글에서 쉽게 볼 수 있다.잘못된 일이 생기면 그 책임을 인간에게 돌리는 유쾌한 유행어지만, 인천 서구의 들개 문제를 떠올리면 마냥 웃을 일만은 아니다. 10㎏이 넘는 중·대형견들로 이뤄진 들개 무리가 주택가 인근 공원과 대로변에 자주 출몰해 지역의 주요 이슈로 떠올랐다. 이 들개들은 처음부터 야생동물이 아니었다. 대다수는 검단신도시 등 도시개발사업지역 내 공장지대와 주택가에서 버려진 유기견이다. 결국 인간의 잘못이 낳은 문제로 그 피해는 부메랑이 돼 우리에게 돌아오고 있다.지난 여름엔 대형 들개 한 마리가 서구 백석동 한 중학교 정문 앞에 나타나 소동이 벌어졌다. 반려견과 함께 저녁 산책을 하던 주민은 들개 무리를 만나 위협을 느끼고 황급히 도망치기도 했다. 들개를 마주칠까봐 외출할 때 호신용으로 등산스틱을 챙긴다는 주민도 있다. 서구가 나서서 들개 포획에 힘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지난해 115마리, 올해는 지난 8월까지 92마리를 포획했지만 개체수가 좀처럼 줄지 않았다. 서구 주민들은 여전히 들개를 마주칠까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 올해 서구에 접수된 들개 관련 민원만 총 219건이다.이제 '인간이 미안해'라는 말을 곱씹을 때다. 들개가 우리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근본적인 이유를 따져봐야 한다. 들개 문제는 단지 동물 관리의 실패가 아닌, 우리 인간이 만든 문제다. 포획이 능사가 아니다. 유기 동물이 발생하지 않도록 동물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관련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등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들개뿐 아니라 우리를 위해서라도 이번 문제에 대한 책임 있는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상우 인천본사 사회부 기자 beewoo@kyeongin.com이상우 인천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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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인천 갯벌의 세계화 지면기사
인천 갯벌은 멸종위기종 서식지이자 지구촌 물새 기착지로서 세계 최고 수준의 생물다양성을 보유하고 있다.인천 갯벌에는 전 세계에 6천여 마리 남은 멸종위기종 1급 저어새(천연기념물 205호) 개체 중 90% 이상이 찾아온다. 두루미와 검은머리물떼새, 검은머리갈매기, 개꿩, 알락꼬리마도요, 노랑부리백로 등 수만 마리의 새가 인천 갯벌을 휴식처와 먹이터로 찾는다.인천 갯벌 중에서도 송도갯벌은 수도권 최대 규모 람사르 습지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강화갯벌은 한강, 임진강 등에서 유입된 토사가 하구에 쌓여 형성됐는데, 접경지에 있어서 다른 갯벌과 비교해 보존 가치가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국가유산청이 이들 갯벌을 유네스코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2단계 확대 구역에 포함하려고 하는 주된 이유기도 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2021년 서천 갯벌(충남), 고창 갯벌(전북), 신안 갯벌과 보성·순천 갯벌(전남)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한국 내 주요 갯벌을 추가로 포함하라는 조건부 결정을 내렸다. 국가유산청은 인천 갯벌이 등재돼야 한다고 판단해 지역 기초자치단체들과 협의 중이지만, 대부분 개발 제한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의 갯벌 구역 확대에 대한 세계유산위원회 판단이 임박한 시점에서 관련 절차가 좀처럼 진전되지 않고 있다.하지만 최근 송도갯벌과 강화갯벌이 있는 연수구, 강화군 지역사회에서는 갯벌을 세계유산으로 보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해서 나오면서 반대 입장이 거셌던 이전과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갯벌 보전이 단순히 지역 개발 동력을 저해한다는 고정관념보다는 탄소중립 등 미래 세대의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둔 여론이 커졌기 때문이다.그동안 주민 입장을 앞세워 반대했던 지역 기초단체들도 달라진 지역사회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바뀐 여론을 수렴해 주민 간 의견 차이를 좁혀나가고 인천 갯벌이 가진 가치를 지속해서 보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다. /박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phj@kyeongin.com박현주 인천본사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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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또 한번의 골든타임 지면기사
어떻게든 전세피해 예방책을 이끌어내보겠다며 기획취재에 나선지 1년이 다 돼 간다. 취재에 응대하던 여러 지자체 담당자들은 당시만 해도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의심하긴 어렵다'며 예방책 마련을 꺼렸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계속해서 터져 나오는 대규모 전세사기 사례를 보고만 있을 수 없어 지난해 12월 5편짜리 기획기사를 냈다. 결국 경기도가 전국 어느 지자체도 시도하지 않은 전세피해 예방책 마련에 팔을 걷어붙여 최근 성과로 나타나고 있다. 앞서 경기도는 최대한의 의견을 바탕으로 세밀한 대책을 세우기 위해 올해에만 4개월 사이 3차례나 토론회를 열었다. 분야를 막론한 전문가들과 머리를 맞대 쏟아져 나온 의견과 정책 방안들을 다듬었고, 경기연구원은 이를 두고 실질적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을 다시 살폈다. 이 전세피해 예방책들이 정부부처와 국회에서 공감을 얻어, 단순히 목소리에 그치지 않고 정책들이 실현되도록 하려는 목적이다. 그렇게 경기도와 경기연구원은 전세피해에 대해 29개에 달하는 예방 정책 방안과 19개의 지원 방안을 도출했고, 이중 필요성과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된 방안을 또다시 추려 최근 '전세피해 예방 및 지원을 위한 방안 연구' 보고서를 냈다. 조만간 국회와 정부부처에 전달돼 입법 절차로 이어질 걸로 기대된다.경기도 전세피해지원센터 자료를 보면 올해 4월 기준 도내 전세사기 피해 사례는 누적 4천612건에 달하며 피해 규모로는 6천804억여 원, 가구당 평균을 따지면 1억5천만원이 넘는다. 3차 중 2차 토론회에 참석했던 한 전문가는 "앞으로 인구는 줄지만 세대수는 분리돼 더 늘어난다고 한다. 인구 감소로 주택가격이 하락하고 이후 다시 올라 요동치는 상황이 재발할 텐데 여기서 또 커다란 전세피해자가 쏟아져 나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 한 번의 골든타임이다. 또 불어닥칠 수 있는 전세피해 대란만큼은 이번 경기도의 정책 방안 실현으로 조금이나마 대비할 수 있어야 한다. /김준석 사회부 기자 joonsk@kyeongin.com김준석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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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신뢰 잃은 공동체 지면기사
"서로 의심하지 않는 공동체가 되길 바란다."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게시된 '야탑역 흉기 난동' 예고글로 인한 시민들의 불안과 소란에 야탑역 인근에 사는 친구가 SNS에 올린 짧은 한 문장이다. 수많은 사람들을 스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낸 장소였지만 이제는 야탑역에 있는 모든 사람을 의심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이 느껴졌다.이런 의심은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셀 수 없이 오갔던 야탑역이지만 이곳의 누군가가 어떤 일을 벌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괜스레 고개를 돌려 주변을 돌아봤고, 평소 같으면 야탑역으로 정했을 약속 장소도 다른 곳을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공동체에 대한 의심이 불안과 공포를 싹틔웠고, 의사결정까지 영향을 미친 것이다.공동체에 의심이 자리 잡았을 때 이를 걷어내기 위한 비용은 막대했다. 흉기 난동 예고글이 올라온 이튿날부터 경찰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매일 수십 명의 경비 인력을 야탑역 인근에 배치했다. 예고일이었던 지난달 23일에는 경찰특공대가 포함된 120여 명의 경찰력에 장갑차까지 투입됐다. 이날 야탑역에서는 다행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서로를 의심해 신뢰가 깨진 공동체와 이를 회복하기 위해 투입된 사회적 비용을 보며 씁쓸함이 올라오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신뢰는 사회와 공동체를 지탱하는 핵심축이다. 내가 속한 공동체에서 안전할 수 있다는 신뢰가 일상생활을 예측 가능하고 단순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의심하고, 자신을 방어하는 일에 시간과 비용을 쏟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공동체가 존재할 때 의심에서 파생되는 막연한 불안과 공포의 공간은 줄어들 것이다.의심과 각자도생이 판을 치고 이것이 보통의 일상이 되고 있지만 신뢰를 바탕으로 보호받고, 보호할 수 있는 공동체는 모두에게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축적한 신뢰가 무너지고 있는 지금, 서로 의심하지 않는 공동체를 바라는 친구의 글이 더욱 힘 있게 다가오는 이유다. /한규준 사회부 기자 kkyu@kyeongin.com한규준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