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누리과정 지원끊겨
20일께까지 상황 계속되면
가정에 29만원 청구 불가피
도의회 여전한 네탓공방속
학부모만 “어쩌나…” 혼란
대책 없이 책임 공방만 되풀이하던 정부와 지자체·정치권의 ‘무능’으로 애꿎은 경기도민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사상 첫 준예산 사태가 시작된 4일 일선 유치원이 받아야 할 누리과정 예산이 지원되지 않으며 우려됐던 ‘보육대란’은 현실화됐다.
유치원 운영에 당장 차질이 빚어질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학부모가 유치원 수업료를 내는 오는 20일 무렵까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질 전망이다.
■ 지원 끊긴 유치원 누리과정 예산…보육대란 현실화
= 도교육청은 매달 4일 도내 유치원에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해 왔지만 이날은 집행하지 못했다.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비까지 삭감해 의결한 점을 감안해, 준예산 체제에서도 유치원·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비 모두 집행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세웠기 때문이다.
운영비 상당부분을 누리과정 예산에 의존하고 있는 일선 유치원에선 지원이 끊기면 교사들 인건비조차 지급하기 어려운 실정이라며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수원의 한 유치원장은 “유치원 월 평균 지출액이 7천여만원인데 이 중 누리과정 예산이 5천만원”이라며 “하루 빨리 정상화되지 않으면 교사들 인건비도 줄 수 없게 된다”고 하소연했다.
학부모들이 수업료를 납부하는 오는 20일까지 현 상황이 이어지면, 교육청에서 받지 못한 누리과정 지원비 29만원(공립은 11만원)을 각 가정에 함께 청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유치원 관계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김포시에 사는 김모(32·여) 씨는 “다섯 살 아이를 올해 유치원에 보내려고 했는데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정치권이 ‘네 탓’ 공방만 일삼은 결과 부담은 엉뚱하게도 도민이 지게 된 셈이다.
■ 도의회 여야는 여전히 ‘네 탓’만…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비 도가 부담하는 방안도
= 상황이 이렇지만 도의회 여야는 각각 교육감과 도지사의 사과만 요구하고 있다.
이날 대표단 회의를 연 더불어민주당은 현 사태에 대한 남경필 도지사의 사과가 전제돼야 임시회 일정 협의에 나선다는 입장을 공고히 했고, 새누리당 역시 “도지사는 2개월이라도 도비로 어린이집 지원비를 충당하려는 등 해법을 모색했는데 이를 거절해 일을 이 지경까지 만든 교육감이 사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새누리당은 5일 각각 의원총회와 대표단·상임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향후 계획 등을 논의한다는 계획인데, 도에 어린이집 누리과정 지원비 부담을 요구하는 방안 등도 제기되고 있다. 이날 새누리당은 성명서를 통해 도비로라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해 보육대란을 막아달라고 남 지사에게 요청했다.
새누리당 이승철(수원5) 대표는 “도비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2개월 정도는 부담할 수 있다는 게 도지사의 판단인데, 연석회의를 통해 2개월이 지나도 정부 등에서 대책이 나오지 않으면 그때는 어떻게 할 건지 도지사에게 요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교육청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한 법령에 위배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도 준예산 규모 당초 예산의 93% 수준
= 도는 이날 준예산 편성규모를 18조3천80억원으로 최종 확정해 도의회에 보고했다. 당초 도 예산 19조6천55억원의 93% 수준이다. 지난해 지방재정법 등이 개정돼 국비가 수반되는 사업을 준예산 체제에서도 할 수 있게 된 점이 준예산 편성 규모가 예상보다 커진 주된 이유가 됐다.
반면 도교육청은 예산안이 도의회에서 의결될 때까지 최소한의 경비만 준예산으로 집행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도교육청이 산정한 금액은 당초 예산 12조578억원의 74% 수준인 8조8천710억원이다.
인건비와 청사 운영비 등이 주로 포함된다. 한편 도는 도내 부서와 시·군, 산하기관을 지원하기 위한 준예산 지원대책 TF팀을 꾸렸다. TF팀을 통해 준예산 체제에서의 혼란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이경진·강기정·조윤영기자 kanggj@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