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지원금 중단이 현실화된 경기도 유치원·어린이집에서는 월말 인건비와 운영비 지출을 놓고 비상이 걸렸다.

당장 누리과정비로 지원받던 유아 학비와 보육료를 자체 충당할지, 학부모에게 징수할지 교육청이나 지자체에서 아무런 지침이나 안내가 없기 때문이다.

누리과정 지원금 지급이 중단됐다는 소식을 접한 경기 남부지역 사립 A유치원 원장 이모(49·여)씨는 월말 지출금을 놓고 걱정이 태산이다.

매월 10∼20일 지원되던 사립유치원 누리과정비 29만원(교육비 22만원+방과후과정비 7만원)이 유치원에 입금되지 않으면 당장 다음 달부터 운영이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이씨는 1인당 한 달 유치원비 33만원(누리과정비+학부모 부담비)을 받으면서 원아 90명 수준의 유치원을 평소에도 어렵게 운영해왔다.

이씨는 매달 25일을 전후해 교사 6명, 운전기사 2명, 조리사 1명 등 인건비로만 2천여만원을, 각종 교재, 외부강사 초빙 등 교육비로 1천여만원을 각각 지출해야 한다.

이씨는 "소득수준이 높지 않은 학부모들은 월 10여만원 부담하는 유치원비를 후납하기도 한다"며 "나는 원장임에도 월급을 제때 챙겨 가지 못할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이어 "교육청에서도, 지자체에서도 누리과정비와 관련한 별다른 안내나 설명을 하지 않아 혼란스럽다. 학부모들의 전화 문의가 올 때마다 안심시키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 다른 사립 B유치원장 박모(54·여)씨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박씨 역시 25일 유치원비를 받아 월말까지 인건비와 각종 교재, 외부강사 초빙 등 최소한의 운영비는 물론 차량할부금, 보험료, 공과금 등을 해결해야 하는 터라 고심이 깊다.

박씨는 "입학상담을 하러 온 학부모들이 '누리과정비 지원이 정말 안 되는 것이냐'고 물을 때마다 해줄 말이 없다. 유치원 종사자들도 언론 보도로 소식을 접하고 있을 뿐"이라며 "누리과정비를 분기별로 신청, 2월 분까지 확보해 놓은 것으로만 알고 있다"고 전했다.

비교적 영세한 C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권모(50·여)씨는 전체 원아 3분의 2 가량이 누리과정에 해당,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원아 310명 중 만 3세∼5세가 21명으로, 누리과정 지원금 22만원과 차액지원금 3만 8천원을 합쳐 한 달 어린이집비의 대부분을 받아오던 권씨는 누리과정 지원이 중단되면 폐원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하소연한다.

다행히 어린이집은 유치원과 달리 학부모가 매월 15일께 신용카드로 보육비를 결제하면 그다음 달 20일 이후 해당 카드사에 보육비가 지급되는 방식이어서 실제 1월분 보육료가 정산되기까지 앞으로 한 달 이상은 여유가 있다.

권씨는 "월말에 인건비 480만원, 급식비와 간식비 180만원, 건물 임대료 80만원 등을 내야한다. 한 달 이상 여유가 있지만, 3월에는 보육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라며 "학부모들은 원장 얼굴만 쳐다보고 있는데 당국에서는 아무런 정보도 주지 않고 있다"고 불만을 표출했다.

만3·5세 두 자녀를 키우고 있는 박모(34·여)씨는 "누리과정비가 지급되지 않으면 한 달 3만원 가량 지출하던 두 자녀 어린이집 비용이 50만원 이상으로 급증하게 돼 가계지출 전반을 손봐야 할 상황이다. 마음놓고 아이를 키우게 하겠다던 대통령이 공약조차 지키지 않고 책임만 떠넘기고 있다. 정부나 국회, 경기도나 교육청 누구든 나서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아직은 우려 수준이지만 사태가 장기화되면 일부 영세 유치원과 어린이집들이 폐원 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실제로 유아·보육기관 운영이 흔들리고 학부모 원비 부담이 가중되면 양육수당(월 10만원)이라도 받겠다며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을 떠나는 학부모들이 생겨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교육청은 콜센터와 유아교육담당 부서에는 업무 차질을 빚을 정도로 학부모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대부분 누리과정 예산처리 전망은 어떤지, 지원이 중단되면 누리과정비를 학부모가 부담하는지, 아니면 유치원이 부담하는지 등을 묻는 내용들이다.

도교육청의 한 관계자는 "어느 것 하나 결정된 것이 없어 속시원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도의회 심의 과정에서 삭감돼 유보금으로 전환된 유치원분 누리과정 예산도 향후 어떻게 최종 의결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