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1위 공항이라는 말이 무색해졌다. 10년째 세계 공항서비스 평가 1위라는 그동안의 명성이 하루 아침에 무너졌다. 인천국제공항에서 수하물 대란이 발생한지 이틀이 됐지만 여전히 승객 수백명의 짐을 찾지 못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계속되고 있다. 국제적인 허브공항에선 그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사고다. 인천공항공사는 이번 사고가 승객이 한꺼번에 몰린 2일 오전 한 조업사의 수하물 처리시스템에 문제가 생겨 전체 수하물 컨베이어 벨트 가운데 1∼2개에서 병목현상이 발생한 것이 원인이라고 발표했다. 하지만 이는 인천공항의 공식해명일 뿐 여전히 사고원인이나 피해규모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인천공항의 이번 사고는 이미 예견된 일이었다. 인천공항의 연간 수용 여력은 최대 4천400만명이지만 지난해 이미 4천920만명이 인천공항을 이용했다. 공항 이용객은 매년 10%씩 증가했다. 2015년 이미 포화상태에 이른다는 사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확장 공사를 제때 했어야 했는데 그 시기를 놓친 것이다. 문제는 2터미널의 공정률이 47.2%로, 완공되려면 아직도 2년을 남겨 놓고 있어 언제든지 이번 같은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오는 10일 입국예약자는 사고가 발생한 3일보다 많은 17만7천명이다. 이를 잘 넘긴다 해도 다음달 설 연휴도 걱정이다. 휴가철, 특히 중국인 관광객이 몰려오면 사고가 재발하지 말라는 법도 없다.

그런데도 현재 인천공항공사 사장은 공석이다. 박완수 전 사장이 내년 총선 출마를 위해 사퇴했기 때문이다. 사장이 없으니 조직 기강이 해이해 졌으며, 이번 사고도 그런 이유중 하나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인천공항 사장이 늘 낙하산 인사 차지였던 것도 문제다. 리더십 부재가 사고를 불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 인천공항은 동북아 지역의 ‘허브공항’ 자리를 놓고 중국·일본·싱가포르·홍콩과 ‘전쟁’같은 경쟁을 치르고 있다. 올해부터 착륙요금을 인하하는 등 2001년 개항 이후 처음으로 공항시설 사용료를 대폭 개편해 공격적 마케팅에 나선 것도 그런 이유다. 이런 와중에 수하물 대란이 발생했으니 답답할 노릇이다. 빨리 사고원인을 파악하고 재발을 막을 비상대책을 가동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