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교육청 “정부, 대통령공약 떠넘기며 지원 안해”
정부·여당 “예산 다른데 써 버리고 편성 못한다니”

새해 벽두부터 경기도 바닥이 ‘초유의’ 일, ‘사상 최초’의 일로 시끌시끌하다. 지난해 말 경기도의회가 2016년도 예산안을 처리하지 못하면서 경기도· 경기도교육청이 준예산 체제에 들어가는, 광역자치단체로는 ‘사상 최초’의 상황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싸우지 않는 정치’를 하겠다며 연정이라는 기대주를 탄생시켰던 경기도(정확하게는 경기도의회가)가 아이러니하게도 싸움 중에 가장 저급하다는 몸싸움까지 벌여가며 만들어낸 사태다. 일각에선 천신만고 끝에 자리 잡아가는 듯하던 연정의 존립 자체에까지 회의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에 이런 ‘초유의’ 사태를 불러오게 한 본질적 원인이 ‘해마다 되풀이 되던’ 여야 간 누리과정 갈등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소상히 알고 있는 사람들은 의외로 많지 않다.
야당과, 야당 성향이거나 야당의 영향 아래 있는 교육청의 주장은 ‘중앙정부가 대통령 공약이자 스스로 책임져야 할 누리과정을 교육청에 떠넘기면서, 이에 상응하는 재정은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반면 정부와 여당은 ‘누리과정 예산에 쓰라고 돈을 보냈는데 교육청이 다른 데 써버리고 편성하지 못하겠다고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과연 누구 말이 맞을까? 뻔한 양시양비론 같지만,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맞고 둘 다 틀리다. 정부가 교육청에 내려보냈다고 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27%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시·도 전입금 등과 합해져 교육청 예산으로 활용된다. 교육청 예산의 편성과 집행은 전적으로 교육감의 권한인 만큼, 국가사무인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수 없다는 교육청의 주장은 틀리지 않다. 역시, 지방재정법 시행령에 누리과정 예산이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 경비로 지정돼 있는데도 교육청이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은 법령 위반이라는 정부의 주장도 틀리지 않다.
분명한 것은 논란의 빌미를 정부가 제공했다는 점이다. 엄밀히 말해 정부가 내려보냈다는 돈은 누리과정 예산으로 따로 챙겨준 돈이 아니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중에서 일부를 누리과정 예산에 쓰도록 강제한 돈이다. 정부는 해마다 누리과정 예산이 진통을 겪자 지난해 여야 합의를 통한 법률개정이 아닌, 시행령 개정을 통해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이 지출하도록 강제하는 ‘손쉬운’ 방법을 택했다. 이 시행령이 교부금을 ‘총액으로 교부한다’고 명시한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즉 상위법을 침해한다는 논란을 야기한 것이다.
이 논란의 밑바닥에는 “생색은 정부·여당이 다 내놓고, 부담은 교육청에 떠넘긴다”, “무상급식 등에 펑펑 돈을 쓰면서 정부 사업에는 몽니를 부린다”는 상대방에 대한 불만이 짙게 깔려 있다. 경기도처럼 야당이 의회 다수당인 지역에서 누리과정 예산이 전액 또는 일부 삭감되면서 진통이 더 심한 게 그 방증이다. 결국은 정치 공방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누리과정 대상 원아가 35만명에 달하는 경기도의 유치원들은 매월 4일 입금받던 누리과정 지원금을 올해는 받지 못했다. 학부모가 수업료를 내는 20일께에는 유치원들이 이 돈을 학부모들에게 청구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그러면 말 그대로 보육대란은 현실이 된다. 서로 아이들을 위한다면서, 실상은 아이들을 볼모로 진실 게임과 정치공방만 계속하는 것은 비겁하다. 문제 해결이 먼저이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은 나중이다.
/배상록 정치부장